여름이면 배탈이 자주 난다. 남들처럼 더워서 고생을 하지 않는 대신 소화가 되지 않고 그럴 때마다 고추장이 입에 당긴다.반찬을 하고 간을 볼 때 찍어 먹는 정도지만 거북했던 속이 거짓말처럼 가라앉는 걸 보면 생각이 많다.그 즈음 음식을 할 때도 고춧가루 대신 고추장을 많이 넣게 된다. 1 년 내 묵어 그런지 이상하게 제 빛깔을 내지 못한다. 늙은 오이를 무
최근 사회적 서비스를 확충하고 취약계층에 새로운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사회적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이는 민간부문의 기업가정신과 결합하여 사회적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좋은 대안이다. 우리나라에서 사회적기업이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한 것은 1997년 금융외환위기 이후 대량실업이 중요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기 시작하면서부터이다.이후 사회적기업(s
엊그제 모임에 나갔다가 원목 조각품 전시장에 들렀습니다. 곳곳에 오래 묵은 나무를 베어 다듬은 장식품이 꽤나 많더군요.특별히 통짜로 다듬은 원목 탁자가 눈에 띄었습니다. 둥글넓적한 판에 새겨진 나이테가 얼마나 고풍스러운지 몰랐습니다.잔물결에 돌을 던졌을 때의 무늬와 흡사했고 방사선처럼 뻗어나간 것은 거미줄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뜰에 내려서니 나무토막을 잘라
새벽 3 시 갑자기 폭우가 쏟아졌다. 동이로 바가지로 퍼붓듯 하는 소리에 깜짝 놀랐으나 30 여 분만에 그쳤다.물난리라도 날 것 같던 기세와는 달리 순하게 내린 편이었다. 예보도 약간은 어긋날 수 있음을 보는 것 같다.어젯밤 내일 새벽 폭우가 쏟아질 거라는 예보가 있었으나 별반 신경은 쓰지 않는다. 이맘때는 일기예보를 듣는 게 일이거니와 나만의 습관적 예보
엊그제 모 행사에 갔다가 부채를 선물로 받았다. 한국전력에서 보내 온 것으로, 에어컨 등 전기제품의 수요가 늘고 수급에 차질이 생기면서 짐짓 이용하자는 의도인 성 싶었다.지구온난화로 더위가 심해진 까닭이나 지나친 사용으로 공급에 차질이 생기는 걸 보면 무조건 틀어대는 건 삼가야겠다. 전기가 없을 때도 나름대로 더위를 식히던 옛사람들의 운치가 아쉽다.열기를
사람들은 청자하면 전남 강진을 떠올립니다. 그것은 아마도 강진에서 청자를 싣고 올라가다 풍랑을 만나 가라앉았던 배를 여러 척 인양한 뒤 빛을 본 청자들 때문일 것입니다.그런데 강진 청자보다 더 화려하고 부드럽다는 평가를 받는 부안청자가 있다는 것을 사람들은 잘 모릅니다.부안 청자는 상감기법으로 새겨 넣은 물가풍경무늬와 구름학 무늬를 비롯하여 모란무늬·연꽃무
여름에 상추가 많아지면 데쳐서 무치곤 한다. 씻는 것도 조심스러울 만치 약했던 것이 그럴 경우에는 의외로 질기다. 겉절이를 할 때 잎이 다칠까 봐 건성 뒤적일 때와는 천양지차다. 같은 재료라도 조리 방법에 따라 강도가 달라지는 걸 보는 느낌이다.가을에 표고버섯을 말릴 때는 갈수록 딱딱해진다. 다듬을 때 자칫 부스러지던 것에 비하면 뜻밖이다. 된장찌개에 넣으
“나이를 먹는 것도 억울한데 주름살 까지 잡혀서 보는 이들로 하여금 ‘늙었구나’ 하는 느낌을 가지게 한다는 것은 청춘을 아끼는 젊은이들의 큰 비애가 아닐 수 없습니다.늙는 것을 막을 수는 없지만 어떠케 주름살만이라도... 그 비결이라는 것은 닭알 흰자위로 얼골을 닥는 것이올시다.닭알 흰자위로 말하면 외국에서는 주름살 피는 방법으로 벌써 오래전부터 아주 요긴
“만두집에 만두 사러 갔더니만 / 회회 아비 내 손목을 쥐었어요. / 이 소문이 가게 밖에 나며 들며 하면 / 다로러거디러 조그마한 새끼 광대 네 말이라 하리라.” 고려 충렬왕 때의 고려가요 “쌍화점(雙花店)” 일부입니다. 고려 때 만두집에 갔더니 아라비아인이 손목을 잡았다는 얘기입니다. 이를 보면 고려시대에 이미 만두를 파는 가게가 있었던 모양입니다.하지
조선시대 우리 겨레는 밥을 먹을 때나 술을 마실 때 소반을 썼습니다. 그런데 그 소반의 쓰임새에 따른 종류를 보면 임금 수라상을 비롯하여 궁궐에서 쓰던 상을 ‘궐반’이라 하고. 잔치를 할 때 쓰는 큰상으로 개화기 이후 만들었던 ‘교자상’도 있지요. 또 돌을 맞는 아이를 위해 차리는 상 곧 ‘돌상’이 있는데 이를 ‘백완반(百琓盤)’이라고도 합니다. 그밖에 점
전화번호를 입력하지 않는다. 기억력을 믿는 건 아니지만 모든 번호를 기억에 의존해서 외우고 있다. 혹 잘 외워지지 않는 번호가 있어도 저장하지 않고 그냥 둔다.외우지 못하는 것 하나 둘 때문에 저장하다 보면 나머지 번호도 저장해 두지 않는다고 장담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신경을 써서 외우다 보면 기억력도 좋아지는 등 의외로 불편하지 않은 걸 알게 된다.디지
조선의 농촌은 파멸의 그 밑에까지 다달앗으므로 이제는 바야흐로 그 갱생을 부르짖어 마지아니한다.그러므로 전북 옥구군 내에 있는 원우, 둔덕 등 23개 촌락에서는 “갱생의 길은 자급자족”이라는 표어 밑에서 진흥회라는 모음을 조직한 후 촌락인 전부가 짚신 외에는 일체 다른 신발은 신지 아니 하기로 하였다 한다. 그리고 군에서는 농촌구제책의 일조라 하여 금후로는
얼마 전 일본 교토에 다녀올 일이 있었습니다. 물론 친지 방문이 목적이었지만 겸사겸사 관광도 할 계획이었습니다. 세계문화유산이라는 청수사는 물론 후시미이나리대사·윤동주와 정지용 시비가 있는 동지사대 등을 돌아보았습니다.그런데 일본 방문 동안 나는 적잖이 축격을 받았습니다. 우리가 문화민족이란 자부심을 가졌던 것이 깡그리 무너지는 느낌이었지요. 그것은 일본인
죽 가운데 쌀가루를 끓이다가 유유를 부어 만든 타락죽(駝酪粥)도 있습니다. 그런데 예전에는 우유가 귀해 아무나 먹기 어려운 음식이었지요.명종실록 20년(1565) 8월 14일 치 기록을 보면 윤원형의 죄악을 26조목으로 올린 대사헌 이탁과 대사간 박순 등의 봉서가 나옵니다.그 내용 가운데는 “타락죽은 임금께 바치는 것인데 사복시(궁중의 가마나 말에 관한 일
지난 2월 12일 미국 브루클린 박물관의 수장고 스터디룸에서 조선시대 임금 것과 장군 것으로 보이는 투구가 혜문 스님의 노력과 브루클린 박물관의 협조로 공개되어 눈길을 끌었습니다. 그런데 이때 함께 공개된 것으로 12세기 고려청자의 걸작품 청자연꽃 모양 주전자도 있었지요.이 청자연꽃 모양 주전자는 몸체와 뚜껑이 모두 연꽃으로 형상화 되었습니다. 또 뚜껑 손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 원하지 가장 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지 않는다.내가 남의 침략에 가슴이 아팠으니 내 나라가 남을 침략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 우리는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
요즈음 우리 집 뒤뜰에서는 음악회가 자주 열린다. 음악회는 대부분 밤에 열리지만 녀석들은 첫새벽부터 야단이다. 음력 4월 말은 아침에 나온 애기가 저녁이면 인사한다고 할 정도로 해가 길다.밤은 또 그만치 짧아서 잠들만하면 아침이고 녀석들 때문에 잠을 설치는 게 일이지만 음악을 들으면서 시작되므로 오히려 활기찬 날이 되곤 했다.처음 등장한 목소리는 아주 말끔
나는 지금 오래 오래 괜찮은 삶의 일대기를 엮는 중이다. 거북이처럼 달팽이처럼 속도를 끌면서 가도 보람은 있다. 특출하게 이룬 건 없어도 더디 가는 속에서 느린 만큼 빨라지는 묘수를 본다. 빠른 게 전부일 수 없는 인생의 스케치다.청국장이 뚝배기에서 바글바글 끓는다. 밥상에 올려놓은 게 10분 남짓이고 식사도 어지간히 끝낸 중인데 여전히 끓고 있다. 오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