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싣는 순서

1. 악기 입찰 실태

2. 악기 입찰의 문제점

3. 대책은?
 

학교에서 사용하는 물품을 구입할때는 조달청 나라장터나 교육기관 전자조달시스템인 학교장터를 통해야 한다.

학교는 구입하고자 하는 물품을 규격서(시방서)를 첨부해 입찰공고에 올리면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과 국가종합 전자조달시스템 입찰참가 등록규정에 의해 조달청에 입찰참가자격 등록을 마친 업체가 전자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하지만 오케스트라 악기를 구입한 대전시내 17개 학교는 지방자치단체입찰 및 계약집행기준 제1절 7조 7항에 ‘입찰공고나 설계서, 규격서 등에 부당하게 특정 규격, 상표 등을 지정하여 입찰에 부치거나 계약을 하고 품질·성능면에서 동등 이상의 물품을 납품하더라도 이를 인정하지 아니하는 사례’조항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특정업체의 브랜드명은 물론 모델명까지 기입하는 불법을 자행해 왔다.

교육부가 지난 2011년부터 사교육비 절감이라는 취지로 방과후 학교 활성화를 위해 대전시 소재 17개 초·중·고등학교에 오케스트라 악기 구입 비용으로 지원한 국비가 6억원으로 학교당 평균 3500만원에 달한다.

이들 학교들이 특정 브랜드명과 모델명을 명기하지 않고 입찰을 실시했다면 여타의 낙찰결과와 마찬가지로 낙찰하한률인 87.745%에 인접한 투찰률을 보였슴은 자명한 사실이다.

이 경우 대전시 각 학교의 악기구입 평균 투찰률인 92%대를 대비하면 총 지원국비 6억원중 5% 금액인 3000만원의 혈세를 절약할 수 있었다는 산술적인 계산이 나온다.

익명의 관계자는 “특정 브랜드명과 모델명 명기로 인한 담합성 입찰로 인해 투찰율이 상승돼 국민 혈세를 축낸다는 점에서 엄중한 조사와 처벌이 필요하다”며 “이 기회에 교육계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는 이같은 비리는 철저히 발본색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사례를 보면, 구매입찰공고 규격을 특정제품으로 명기해 입찰에 부쳐 입찰공고를 취소시켰으며, 또한 사실상 동일업체가 투찰해 조달청이 관련자료를 토대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조사를 의뢰, 바로잡은 사례가 있다.

이와함께 악기선정위원회 위원의 구성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교육청의 권고에 따라 최소 5인 이상으로 구성하도록 되어 있는 악기선정위원들은 학교장을 비롯한 관계자의 입맛에 맞는 인물이 들어가 법규정을 무시하고 특정사만이 입찰에 참가할 수밖에 없는 조건을 설정, 타 악기사들은 입찰에 참가하는 것 자체를 봉쇄해 왔다.

투명한 학교행정을 펼치고 국민혈세 낭비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학교운영위원회나 외부검증시스템 도입 등과 함께 선정위원회 위원의 명단 공개로 투명성이 확보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와함께 대전시내 일선 초·중·고등학교의 관리·감독의 권한이 있는 대전시교육청의 들러리 행정도 문제점으로 드러났다.

계약법 규정 위반에 대한 책임을 음악담당교사는 악기선정위원회를 포함한 윗선을 향하고 있고 교감이나 교장은 교육청에 보고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인 반면, 시교육청 관계자는 “학생 오케스트라 악기 구입은 학교장의 책임하에 선정위원회를 통해 진행되고 있는 사업”이라며 사실상 손놓은 상태다.

새누리당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강은희 의원실에 따르면 “오케스트라 악기 구매사업은 학생들의 인성과 창의력 향상을 위해 꼭 필요한 사업으로 투명하게 진행되어야 할 것”이라며 “교육정책의 변화나 기타의 사유로 인해 위축되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오케스트라 악기를 구입했으나 활용도가 높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며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악기를 구입하지 못한 인근 학교도 같이 사용할 수 있도록 제도개선을 위해 노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대전시교육청은 이제라도 ‘비리 종합선물세트’로 전락한 오케스트라 악기구입의 불법행위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 입찰 등을 위한 계약법의 재교육과 함께 강력한 통제와 관리·감독, 대내외적인 통제장치의 마련 및 강화방안이 시급한 과제로 보인다.

류지일기자 ryu3809@dailycc.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