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월요아침에] 또 다른 피해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입력 : 2016.06.26 14:52
  • 기자명 By. 충청신문
▲ 정관영 공학박사·아름다운학교운동충북본부상임대표

[충청신문=정관영 공학박사·아름다운학교운동충북본부상임대표] 하루가 멀다 않고 끊이지 않는 사건 속에 우리는 매몰된 듯하다.

최근 한 도서에서 발생한 섬마을 여교사 성폭행 사건은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국민의 공분을 샀다. 학교 관사에서 생활하는 여교사가 피해자이고, 가해자는 학부모를 포함한 지역 주민이다. 이 사건으로 인해 도서벽지에서 근무하는 교사들을 보호해야 한다며 재발방지책은 물론 가해자들에 대한 처벌 수위까지 회자하고 있다.

과연 우리 사회는 이 사건을 보면서 또 다른 문제가 생긴다는 것은 간과하는 것은 아닌지 안타까운 마음이다.

사건이 발생한 학교의 학생들을 생각해 본다. 어린 학생들은 졸지에 공부하던 선생님을 잃었고 작은 섬마을에 들이닥친 사람들로부터 상처를 입는 피해자가 되었다. '알 권리'를 충족시켜 주는 언론의 역할에 대해서는 인정하지만, 또 다른 피해자가 생겨난다는 것은 생각해 보지 않았는지 묻고 싶다.

이번 사건이 알려지면서 주목을 받은 것은 사건이 발생한 학교와 주민들이다. 각 언론사의 기자들은 앞 다투어 이를 대상으로 인터뷰를 시도하는 등 속보경쟁을 했고, 때로는 취재내용이 여과 없이 보도되면서 또 다른 논란이 일기도 했다. 주민의 말 한마디가 거두절미하고 보도되면서 당사자가 곤욕을 당했다는 후문이다.

기자들은 한 술 더 떠 카메라를 학생들에게 들이대면서 인터뷰를 시도했다. 이를 보다 못한 학부모들이 어린아이들에게 언론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차단하기 위한 자구책을 내놓기도 했다.

분명 선생님과 함께 운동장에서 뛰어놀고, 공부하던 어린 학생들은 이번 사건의 피해자들이다. 씻을 수 없는 마음의 상처를 입었으며, 이 깊은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도움이 절실하다. 그들에게 또 다른 상처를 남긴다는 것은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다.

또 우려되는 것은 바로 교단에서 헌신적으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여선생님들이다. 사건 재발 방지책으로 더는 섬마을에는 여교사를 보내지 않겠다는 정책 아닌 정책을 내 놓았다. 이미 도서벽지에는 3,000여 명의 여교사가 근무하고 있지 않은가. 교육현장은 남교사가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다. 이러한 정책이 시행된다면 여교사의 자리를 남교사로 대치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실로 조소를 자아내게 한다.

또 다른 피해자도 있다. 섬을 찾아오는 관광객이 줄어들면서 생계를 걱정하는 주민들도 있다. 우리 사회는 불신 풍조가 만연하고 크고 작은 끔찍한 일들이 연이어 터지면서 경악케 한다. 이럴 때일수록 가해자가 누구고 피해자가 누구이기를 따지기 전에 이로 인해 피해를 보는 또 다른 피해자가 누구인가를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

실로 언론의 사명은 중차대하다. 아름다운사회를 비치는 동력이 되길 소망한다.

작은 자 중 하나를 실족해 하면 연자 맷돌 목에 매어 바다에 던지는 것이 낫다는 성경의 가르침이 새삼 두려움으로 다가온다.

저작권자 © 충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충청신문기사 더보기

하단영역

매체정보

  • 대전광역시 중구 동서대로 1337(용두동, 서현빌딩 7층)
  • 대표전화 : 042) 252-0100
  • 팩스 : 042) 533-7473
  • 청소년보호책임자 : 황천규
  • 법인명 : 충청신문
  • 제호 : 충청신문
  • 등록번호 : 대전 가 00006
  • 등록일 : 2005-08-23
  • 발행·편집인 : 이경주
  • 사장 : 김충헌
  • 「열린보도원칙」충청신문은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 노경래 (042-255-2580 / nogol69@dailycc.net)
  • Copyright © 2024 충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dailycc@dailycc.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