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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포럼] ‘제도’ 보다는 ‘사람’이 우선이다

김상균 다트기획 대표·전 대전예술의전당 홍보팀장·전 대전문화재단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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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8.05.10 16:22
  • 기자명 By. 충청신문
▲ 김상균 다트기획 대표·전 대전예술의전당 홍보팀장·전 대전문화재단 사무처장

대전을 대표하는 일부 문화예술 기관들이 홍역을 앓고 있다. 창립 10년이 된 대전문화재단(이하‘재단’)과 개관 15주년이 되는 대전예술의전당(이하 '전당')의 불미스러운 기사들이 지면을 장식하고 있다. 필자는 두 기관에 모두 몸담았던 사람으로서 안타까운 마음 금할 길 없다. 연애하다 헤어진 상대의 소식을 들었을 때 드는 감정이랄까. 행복하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도 가슴 한 곁이 아프고, 불행하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도 마찬가지니 이왕이면 행복하다는 소식이 들려서 마음이 아프길 바랐는데 말이다.

2003년 개관한 전당은 대전이 공연예술의 르네상스 시대에 도래했다는 평을 받았을 정도로 뚜렷한 족적을 남겼고 문화도시 대전의 위상을 높였다. 첨단 음향 조명 시설과 무대 장비를 갖추고 기획 전문공연장을 표방했고 일반 행사를 하지 않는 전문공연장, 초대권 없는 전문공연장 등으로 운영하며 지역에 올바른 공연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다. 새벽에 퇴근하는 일이 일쑤였지만 직원들의 열정은 뜨거웠고 보람도 컸다. 필자는 개관준비팀 구성 당시 입사하여 개관을 주도하고 초창기의 운영 시스템을 구축하는 중심에 있었기에 전당의 역사를 정확하게 기억하며, 직원들의 뜨거운 가슴과 눈빛, 순수한 장인의 열정 또한 기억하고 있다.

2009년 창립한 재단은 예술단체에게 지원하는 문예진흥기금을 전문적이고 공정하게 운영하는 것이 주요 업무였다. 이후 문화예술정책개발과 문화예술시설 수탁운영, 문화예술교육지원사업 등 점차 많은 업무들이 배당되어 운영되고 있다. 필자는 2011년 11월부터 2015년 7월까지 2대와 3대 사무처장을 지냈다. 1대의 경영진들이 골격을 세웠다면, 2대와 3대는 그 골격에 살을 입히고 피가 흐르는 조직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임용 당시의 정원이 20여 명이었고 퇴사할 때의 정규직 정원이 50명이었으니 짧은 기간에 직원이 많이 늘었고 그만큼 업무도 많이 주어졌다. 예술행정이라는 다소 생소한 분야지만 관심과 열정, 사명감과 능력 있는 젊은 직원들이 많아지면서 활력이 넘치는 조직으로 성장해 갔다. 비록 업무 분장이 나뉘어 있는 서로 다른 팀이어도 "우리가 재단이다"라는 슬로건 아래 모든 일에 함께하며 솔선수범하는 직원들의 파이팅에 감동받기도 했다.

이러했던 대전의 대표 예술기관이 최근에는 안 좋은 소식으로 매스컴을 연일 장식하고 있다. 제기되어 왔던 재단의 문제점들이 누적되어 폭발하여 문화예술인 공동성명이라는 초유의 사태로 이어졌고 대표이사가 물러났다. 전당의 브레인이라 할 수 있는 주요 팀장은 허위 경력 의혹으로 시작된 경찰 수사에서 국고보조금 횡령이라는 추가 혐의가 포착되어 전당 사무실이 압수수색을 당하는 혼란을 겪기도 했다. 필자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기관의 상처를 자극하기 위함이 절대 아니다. 이러한 사태가 발생하게 된 근본적인 원인과 사태를 이겨내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한 것인지를 생각해 보고자 함이다. 그리고 가장 두려운 것은 구성원들의 사기 저하로 인한 조직의 와해이고 그것으로 인해 대전의 문화예술계에 미칠 악영향이다.

예술행정과 극장경영, 공연기획은 전문성이 가장 중요한 분야이다. 물론 우리 사회 곳곳에는 비전문가가 전문가를 감수하는 아이러니한 상황들이 많이 전개되고 있지만, 이 분야는 특히 욕심과 짧은 경험으로 명함을 내밀어서는 안 된다. 하나의 직장과 직업의 개념으로 접근하기보다는 예술이라는 공공재에 대한 사명감과 애정 없이는 진정한 전문가로 성장할 수가 없다. 경험이 적은 젊은 인재들을 이끌어줄 수 있는 리더가 필요한 분야이고 안타깝게도 그런 리더가 부족한 분야이기도 하다. 수필 한 편 썼다고, 그림 한 점 그렸다고, 유치원 대상 수준의 이벤트 한 건 했다고 전문가로 인정해 줄 수는 없는 것이니 말이다. 필자는 10년, 15년 쌓아온 공든 탑을 무너뜨리는 이 사태의 책임은 '사람'에 있다고 단언한다.

얼마 전, 이 지면에 ‘인사(人事)는 만사휴의(萬事休矣)’라는 제목의 글을 기고했다. 당시의 글을 조금 더 풀어 설명하면서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사람은 인사(人事)고 인사(人事)는 만사휴의(萬事休矣)이다. ‘만사휴의’는 모든 일이 끝났다는 뜻으로 어떻게 달리 해 볼 도리가 없음을 가리키는 말이다. 어떠한 방책도 강구할 수 없는 상태로 만드는 것이 인사라는 것. 따라서 ‘만사휴의’인 상태에서의 개혁은 ‘공염불’ 또는 ‘헛다리’이다. 인사에 대한 가장 정확한 평가는 외부가 아니라 내부 구성원들로부터 나온다. 안에 있지 않은 사람들은 그들의 어려운 상황을 정확히 모른다. 신생 조직이 아닌 경우, 인사로 인해 발생한 문제를 조직구조나 고용안정 등의 개선안에 포커스를 맞히는 것은 본질을 왜곡하는 것으로 그 조직과 구성원들을 더욱 힘들게 한다.

따라서 나무만 보고 숲을 못 보는 격의 조언도 조심하여야 하고, 그들에게 스스로 개혁안을 내놓으라 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이미 이유는 모두 알고 있으면서 핵심을 찌르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닌가. 그렇게 만든 사람과 관망했던 우리들이 먼저 반성해야 한다. 바야흐로 선거철이다. 논공행상(論功行賞)하지 않고 자율성 보장하고 전문가를 구분할 줄 아는 단체장 어디 없을까? 그것이 최선이다.

김상균 다트기획 대표·전 대전예술의전당 홍보팀장. 전 대전문화재단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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