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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우산(umbrella)

허영희 대전보건대 간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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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9.03.31 15:11
  • 기자명 By. 충청신문

마트안 구석자리에 자리하고 있는 우산은 바라만보아도 든든하다. 우산은 화려하지 않아도 부족함이 없다. 그 이유는 그 하나의 존재만으로도 쏟아지는 빗줄기를 피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충분한 위안이 되기 때문이다. 우산은 빗속에서 유일하게 사람을 지켜줄 수 있는 파수꾼이요 보디가드이다.

많은 사람들 중에는 우산과 같은 사람이 있다. 사나운 바람과 거침없는 빗줄기가 존재하는 세상 안에서 충분히 반갑고 고마운 따뜻한 사람, 그 한사람으로 인하여 사람들은 위로를 받는다.

세상이 어둠에 허덕일 때 하나, 둘 우산 속으로 모여 밝은 우산 빛줄기를 만들고 사람들은 그 길을 따라 일상의 자리로 찾아 걸어간다. 

3월이 되니 오랜만에 학교 안 캠퍼스에는 젊은 학생들로 인하여 싫지 않는 새로운 기운이 살아나 활기를 찾는 것 같다. 교수님, 커피한잔주세요 제대하고 2학년에 복학한 지도학생 한명이 발그레한 수줍은 얼굴로 조심스레 내 연구실로 들어왔다. 오랜만이네.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와 반갑다. 20대 초반의 앳된 제자이지만 군기 충만한 모습으로 두손 가지런히 무릎위에 올리고 앉는 자태는 영락없는 어엿한 대한민국 군인의 포스이었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내 제자는 변방의 한 초소에서 대한민국 국민들의 우산이었고, 나 또한 그 우산 아래서 달콤한 커피한잔에 행복해하였었다. 불현듯 그 추억으로 내 제자를 바라다보니 하염없이 감사하고 대견스러워 흐뭇하기도 하고 어색하기도하여 나도 모르게 피식 웃고 말았다. 

사실, 우산(umbrella)이라는 단어는 라틴어로 그늘을 의미하는 움브라(umbra), 그리스어로는 옴브로스(ombros))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방패 모양 같이 생긴 우산은 안락함을 상징하여 19세기에는 귀족의 신분과 지위를 상징하였고, 태양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기 위하여 사용되기도 하였다. 초기의 우산은 나무나 고래 뼈로 만들어졌으며, 캔버스에 기름을 입혀 덮어 씌워서 만들었다고 한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철제 우산살은 1852년 직조기 제조업자인 사무엘 폭스(Samuel Fox)가 고안했었다고 한다. 그리고 로마 가톨릭 교회에서도 미사 시간에 우산을 사용하였으며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와 아프리카는 포르투갈의 식민지 개척자들에 의하여 우산이 파급되어졌다고 한다.

세상을 살다보면 비에 젖은 내 신발끈을 가려 줄 작은 우산이 그리울 때가 있다. 더러는 둘이서 쓰긴 너무 작은 우산이지만 한쪽 어깨만 가려도 행복한 세상이라면 차가운 세상에 섬 같았던 커다란 우산보다는 귀한 우산이 될 것이다. 

일본작가 미야니시 다쓰야 쓴 신기한 우산 가게라는 그림책에는 꿈 같은 이야기가 존재 한다. 신기한 우산 가게의 우산들을 펼치기만 하면 우산에 그려진 물건들이 하늘에서 내려온다. 물고기 그림 우산을 펼치면 물고기가, 초밥 그림 우산은 온갖 종류의 초밥들이, 푸딩 그림 우산은 푸딩이 하늘에서 비처럼 쏟아진다. 물론 이 그림책에서 우산은 아이들의 상상 속에서 쏟아지는 비를 막는 대신 하늘을 나는 도구나 위험을 막아내는 방패 같은 진귀한 물건이 된다. 어쩌면 유치할 것 같은 이 이야기의 소재는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어른들의 상상 속에도 존재할 것 같은 주제이기도 하여 중년층의 독자 층이 형성되기도 한다. 

갑자기 쏟아지는 비가 야속하다. 그러나 조금 기다려보기로 한다. 예보없이 쏟아지는 봄날의 비는 곧 그칠 것이라 가볍게 생각하고 바쁜 마음에 종종걸음으로 편의점 앞에서 잠시 비를 피하기로 하였다. 허지만 빗물이 제법 발목까지 차올라 급기야 바지를 걷어 정류장으로 향하였다. 허지만 이미 정류장에는 내가 자리할 빈 공간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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