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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속으로] 사람노릇

강희진 음성예총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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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9.05.20 13:10
  • 기자명 By. 충청신문
강희진 음성예총 부회장

가정의 달이며 계절의 여왕이라고 말하는 아름다운 5월이 지나가고 있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성년의 날, 부부의 날 가족과 함께 기념해야 할 날이 많은 5월이다. 이 외에 석탄절도 들어있고 좋은 계절이니 만큼 매주 보내오는 결혼식 초대장이 쌓여가는 달이기도 하다. 이번 주말 뒤늦게 스승의 날 행사를 한다고 연락이 왔다. 지난주 감기를 심하게 앓았다. 일요일에는 집안 행사가 있어 토요일 당일로 일정을 소화하면 다시 감기가 재발 할 것 같아 망설였다. 참석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일 년에 한번 있는 날이고 학위 받으면서 스승의 날은 꼭 챙기겠다는 혼자만의 약속을 한터라 무거운 몸을 이끌고 다녀왔다.

거기에 모인 선후배들 이야기가 5월 가족 행사로 지출이 너무 많았다는 이야기를 했다. 어린이날을 챙기고 시댁과 친정집 부모님 모시고 어버이날 모임을 갖고, 거기다 결혼식 초대장까지 5월은 지갑에 돈이 붙어있지 않는단다. 그러면서도 얼굴빛을 붉히거나 기념일이 많다고 푸념하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당연히 챙겨야지, 모처럼 사람 노릇을 했다. 힘들지만 이런 것이 사람 사는 이치가 아니겠느냐” 하는 말들이 대부분이었다. 집에 돌아와 누워 잠을 청하다가 작은아이의 말이 떠올라 웃음이 나왔다.

올해 1월부터 딸아이들이 동시에 취업을 해서 용돈을 보내왔다. 묘한 기분이었다. 끝날까 싶었던 아이들 뒷바라지가 끝나고 거기에 아이들이 용돈까지 보내오니 요즘 흐뭇한 미소가 저절로 나온다. 집에 내려오는 작은아이에게 어깨가 뭉쳤다 했더니 오일 마사지를 받으라며 핸드폰을 이용 즉석에서 돈을 입금했다. 또 혈액순환이 안 되어 그런지 다리가 아프다 했더니 안마기를 바로 신청해 보내와서 요즘은 저녁마다 사용하고 있다. 그러더니 서너 달이 지나자 자기가 번 돈이 소중하게 느껴졌나 보다. 다달이 용돈을 보내줬으니 어버이날에는 맛있는 식사만 사드리고 선물은 생략한다고 했다.

큰아이는 작은아이처럼 수시로 선물공세를 하지 않고 용돈만 보내더니 전화가 왔다. 어버이날 선물을 해 준다며 갖고 싶은 것이 있으면 말하라고 했다. 그 동안 어버이날이 될 때마다 긴 편지만 드렸던 것이 너무 가슴 아팠다는 것이다. 큰아이는 대학을 졸업하고 3년 동안 취업 때문에 고민하고 방황했다. 지금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는데 그래서 그런지 의젓하다. 돈을 어떻게 쓰는지도 알고 있는 것 같다. 어버이날 선물을 하지 않겠다는 작은아이에게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했다. 어버이날이 있는 주말에도 회사에 나가야 해서 언니랑 같이 내려오지 못한다는 메시지를 보내면서 통장에 용돈 보내드렸으니 확인해 보라고 했다. 확인하니 생각보다 큰돈을 보냈다. 전화를 해서 0자를 하나 더 눌러버린 것 아니냐 했더니 웃으면서 아니란다. 4월에 상여금을 받았다면서 엄마가 그동안 자기를 뒷바라지 하는 것이 생각나서 보냈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람노릇하기 힘들다”며 웃었다.

그렇게 어른이 되어 가는구나 하는 생각에 흐뭇하기도 하면서 딸도 이제 좋은 시간은 다 살았구나 하는 생각에 짠한 마음도 들었다. 그 동안은 성인이 되어도 경제적으로 독립을 못해 부모에게 묶여 있었는데 경제적으로까지 독립을 하니 이제 정말 온전한 성인이 되는 첫 걸음을 떼는 것인데 어찌 즐거운 일만 있겠는가.

이런 날 밤이면 돌아가신 친정 부모님 생각이 간절하다. 5월에 제사가 들어있어 더욱 그런 것 같다. 부모님이 그리 일찍 돌아가시지는 않았는데 칠남매 중 막내라 내게는 늘 아쉬움으로 남는다. 친구들 중에 친정 부모님이 계시면 그게 가장 부럽다. 곁에 계신 것만으로 힘이 되는 분들이 부모님이시다. 그래서 내 꿈이 하나 더 늘었다. 두 딸 곁에 건강하게 오래 남아주는 것이다. 늘 잘 해 드리지 못한 것이 후회되는 밤이면 도종환 시인의 시 ‘5월의 편지’를 가슴에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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