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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속으로] 추억소환

강희진 음성예총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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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9.09.09 14:33
  • 기자명 By. 충청신문
선생님!
어제는 덕분에 정말 맛있는 참게 장을 먹었습니다. 맛 집으로 소문난 집이라 하더니 맛도 맛있었지만 저는 참게 장을 보는 순간 어릴 적 생각나서 밤새 추억을 소환하였답니다. 딱 이맘 때 인 것 같아요. 아버지랑 참게를 잡으러 갔던 것이요. 제 기억에는 장마가 끝나고 저녁에는 좀 쌀쌀해 질 무렵 손전등과 대바구니를 들고 아버지와 엄마 작은오빠랑 개울로 갔었답니다.

오빠와 나는 개울둑에서 내려다보며 바구니를 들고 있었어요. 엄마가 손전등으로 개울의 돌 사이를 비추면 아버지는 지렁이 먹이로 참게를 유혹했지요. 돌 틈에 있는 참게가 얼굴을 내밀면 아버지는 손으로 잡아 내가 들고 있는 대바구니에 넣고는 했습니다.

저는 어린마음에 참게가 참 불쌍하다는 생각은 했지만 가족과 함께하는 밤마실이 그렇게 좋았답니다. 늘 티격태격 싸우던 작은 오빠와도 눈을 크게 뜨고 참게 잡이에 몰두하고 등 뒤로 길게 덮인 어둠이 무서워 오빠 곁에 꼭 붙어 있고는 했습니다. 대바구니 가득 담긴 게를 가지고 집으로 돌아올 때는 개선장군이 된 기분이 들고는 했지요.

참게는 요리 솜씨 좋은 엄마의 손을 거쳐 오빠와 내가 좋아하는 게장으로 밥상에 올라오거나 아버지가 좋아하는 탕으로 끓여지고는 했답니다. ‘밥도둑’이란 별명처럼 불쌍하다고 생각 했던 마음은 간곳없이 밥 한 그릇을 뚝딱 하고는 했지요. 참게는 껍질에 키토산이 많고 저지방 고단백 식품으로 고혈압이나 비만에도 좋다고 합니다. 그래서 옛날 임금에게 진상까지 했던 음식이었나 봅니다.
선생님!

그러니 제가 어제 얼마나 반갑고 맛나게 먹었겠어요. 어릴 적에는 튼튼한 이로 맛있게 먹었던 참게의 다리가 딱딱하더군요. 바다 게보다는 다리가 더 딱딱한데 그 시절에는 바다 게와 딱딱함의 차이를 못 느꼈답니다. 그러니 또 세월의 무상함도 함께 느꼈어요. 그리운 아버지와 엄마는 벌써 저 세상으로 가신지 오래되었고 늘 생각나서 울먹였던 마음은 이제 이렇게 추억의 한 자락을 끄집어 낼 때만 그리워하며 무뎌져 살고 있습니다.

결혼하고 내륙지방에 살면서 사람들에게 민물참게를 이야기 하면 잘 모르는 분들이 많았어요. 저도 어른이 되어서야 민물참게의 습성에 대해서 알게 되었답니다. 특이하게도 참게는 담수지역에 살다 8월 말에 알을 품고 바다로 내려가 거기서 다음해 봄에 산란을 한다고 해요. 그 알이 부화해서 담수지역으로 올라와 성장을 하고 또 알을 산란하기 위해 바다로 내려 가구요. 아버지랑 이때 쯤 민물참게 잡이를 갔던 것은 참게가 알을 낳기 위해 바다로 내려가는 시기였던 것 같습니다. 이런 참게에 대한 추억이 있던 나에게 살고 있는 곳에서는 먹을 수 없는 참게 장을 사 주었으니 맛을 넘어 감동이었습니다.
선생님!

어제 제가 기차시간이 다 되어 이 이야기를 못했어요. 잘 알고 지내는 수녀님은 장애인시설장으로 계십니다. 기도와 업무에 시달려 늘 잠이 부족하답니다. 그 수녀님의 가장 큰 휴식은 출장 갈 때 비행기 안 이라고 해요. 우리는 유럽이나 미국 여행은 비행기를 오래 타야해서 가장 큰 고통의 시간이라고들 말합니다. 그런데 그 수녀님은 그 시간이 유일한 수면 보충시간이라 밥도 먹지 않고 내릴 때까지 10-12시간을 죽은 듯이 잠만 주무신다고 하더라고요. 그 비행시간이 마음 놓고 쉴 수 있는 시간이랍니다.

나를 위해 우리가족을 위해서만 사는 나는 힘이 들 때면 수녀님을 떠 올립니다. 그러면 생각이 바뀌고는 합니다. 선생님도 지금 논문 때문에 많이 힘들다고 했었지요?이 이야기가 과부하가 걸린 심신에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힘내시고 마지막 학기 잘 마무리 하시어 큰 성과가 있기를 기원 드릴게요. 어제는 즐거웠습니다. 이 가을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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