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년간 통계를 보면 해마다 약 8만3000여 마리가 버려진다고 한다. 하루 평균 220여 마리 꼴이다. 대부분의 반려동물은 견(犬)이나 묘(猫)로 구성되어 있다. 물론 애완 돼지나 기타 파충류를 키우는 가구도 늘어나는 추세다.
아파트나 공동주택에서도 반려동물로 인한 민원이 발생하지만 특히 여러 가구가 다닥다닥 붙어 살고 있는 원룸 건물이나 오피스텔 등은 민원과 다툼이 많다. 갈수록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정도 증가 추세에 있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에 왔을 때 꼬리치며 반겨주는 반려 견을 보면 피로가 싹 가시기도 한다.
원룸 건물을 얻어 입주 하려는 임차인이나 임대인은 계약서 특약사항에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에 대해 정확히 명시하지 않으면 나중에 분쟁의 소지가 많다. 또 임차인이 입주당시 아무런 말도 없이 반려동물을 키우다가 민원이 발생하면 계약기간 도중에 집을 비워줘야 하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
필자는 현재 세종시 조치원읍에서 부동산 중개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다. 반려 동물로 인한 다툼을 많이 목격하기도 했다. 반려 동물로 인한 민원과 관련해 최근의 법원 판결을 통해 사건을 재구성해 봤다.
임차인 배째라씨는 지난해 4월 부동산 중개인의 소개로 임대인 나몰라씨가 소유한 서울 강남구의 한 오피스텔에 입주했다. 입주당시 계약조건은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90만원이었다.
그런데 입주 직후 알레르기에 민감했던 임차인은 개와 고양이 털 등으로 알레르기가 생겨 이 오피스텔에 계속 살 수 없다며 임대인에게 임대차계약 해지 통보를 했다. 즉, 이전에 살던 임차인이 반려동물을 키웠던 것인데 임대인이나 부동산 중개인은 이에 대해 사전에 이러한 사실을 고지하지는 않았다.
임차인 배째라씨가 계약 해지를 주장하며 월세를 내지 않자 임대인 나몰라씨도 지난해 12월 배째라씨에게 계약 해지를 통보했고, 밀린 월세 등을 정산한 뒤 보증금 153만 여원을 임차인에게 송금했다.
◎ 임차인 배째라씨의 주장: 임대인 나몰라씨와 부동산 중개인이 임대차 계약을 체결 시 자신에게 이전 세입자가 개나 고양이 등을 키웠다는 사실을 고지할 의무가 있었음에도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 이로 인해 알레르기 피해를 입었고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워졌다며 임대인에게 계약 해지 당시 미지급 임대차 보증금 800여 만원과 청소비용 등 손해배상금 130만원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냈다. 동시에 부동산 중개인에게도 중개업자로서 사전 고지의무 불이행으로 50만원의 손해 배상금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 법원의 입장: 법원은 임차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은 임차인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2심은 일부 미지급 보증금을 돌려주라고 판결했지만, 임차인이 주장한 손해배상 책임은 없다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4부(부장 이종광)는 “원고인 임차인이 계약을 체결할 당시 피고들에게 개, 고양이 털 알레르기에 관해 언급하거나 ‘이전 임대차 기간에 개, 고양이 등을 키우지 않은 임차 목적물을 원한다’는 의사를 명시하지 않은 이상 피고들이 이전 임차인이 반려동물을 키웠는지를 확인하고 이를 원고에게 고지할 의무는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임대차 계약 전 임차인이 오피스텔 상태를 직접 확인한 뒤에 입주물품 인수 및 시설 확인증이나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에 서명을 했다”면서 “원고가 이러한 사정을 이유로 계약을 해지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임대인과 임차인의 임대차계약은 임차인의 요구 때문이 아니라 임대인의 해지 통보로 적법하게 끝났다고 결론 냈다. 재판부는 임차인이 내지 않은 7개월 남짓의 월세와 관리비, 계약 해지 때 준 153만 여원 등을 보증금 1000만원에서 모두 빼고 남은 118만원만 돌려주라고 판결했다. 소송비용의 90%도 임차인이 부담하게 됐다. 이번 판결은 대법원에서 확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