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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포럼] 2020년 새해단상

이재준 건양대학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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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0.01.02 14:35
  • 기자명 By. 충청신문
2020년 1월 1일 새벽 5시에 헤드랜턴을 머리에 차고 집을 나섰다. 계룡시에 소재한 향적산 국사봉에서 일출을 맞이하기 위해서였다. 국사봉(國師峰)의 명칭은 이성계가 도읍을 정하기 위하여 무학대사와 함께 올랐기 때문이라고도 하고, 신도안에 도읍을 정하면 왕의 스승이 나올 곳이라 하여 국사봉이라 불렀다고도 한다.

국사봉 정상은 여느 행사장 같이 요란하지도 화려하지도 안했다. 그러나 일출을 보러 온 보통사람들로 발 디딜 틈 하나 없이 혼잡했으며, 마을 청년회에서 조촐한 새해기원 고사를 지내고 있었다. 아쉽게도 기다리던 새해 아침 해는 구름이 많이 끼어서 끝내 보지 못했다. 하지만 향한리 청년회에서 일출맞이 등산객들에게 나누어 준 소원성취 풍선들이 일시에 하늘로 떠올랐다. 형형색색의 소원성취 풍선들은 2020년의 아침 해를 대신하며 수많은 소망들을 담고 끝없이 올라갔다.

소망풍선을 띄워 올린 사람들 중에는 올해 스무 살이 된다는 젊은 청년들이 상당수 눈에 띄었다. 2020년 새해 아침, 20살이 되었다며 밝고 해맑은 얼굴로 환호하는 그들을 보면서 대한민국의 스무 살 청년들을 생각했다. 대한민국의 20대 젊은이들을 생각했다.

“예기” ‘곡례’편에 보면 20살은 약관(弱冠)이라고 했다. 남자 나이 20이 되면 관례를 치르고 성인이 된다는 뜻이다. 역사적으로도 약관의 나이에 큰일을 이룬 인물들이 많다. 광개토왕의 영토확장 전쟁은 18세에 즉위하여 20대에 주로 이루어졌다. “성군” 또는 “대왕”이라고 부르는 세종은 22세에 즉위하여 큰 업적을 이루었다. 세조 때 남이(南怡)장군은 20세가 넘으면서 수많은 전투에서 여진족을 물리치는 등 전공을 세워 27세에 병조판서에 오르기도 했으며, 특히 “남자 나이 스물에 나라를 평안케 하지 못하면(男兒二十未平國), 후세에 누가 대장부라 부르리오(後世誰稱大丈夫).”라는 시로 스무 살을 노래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스무 살, 20대의 현실은 너무나도 어렵다. 과거와 달리 모든 것이 녹녹치 않다. 학생들 중 상당수는 졸업을 연기하고 취업준비에 여념이 없다. 컵밥을 먹어가며 도서관에서 학원에서 머리를 싸매고 있다. 그리고 알바현장에서 땀 흘리며 또 다른 취업사이트를 써핑하는 젊은이들도 많다. 1월 1일 신년 새해의 행사도 그들에게는 사치일 수 있다. 그리고 더욱 그들을 힘들게 하는 것은 그 고통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반면에 운 좋게 취업하여 기업현장에 있는 젊은이들은 나름대로 노력하지만 기성세대의 눈총을 받기도 한다. 주로 “요즘 젊은 세대들이 직장에 대한 소속감이 약하고 충성심이 없으며 좋은 직장을 버리고 쉽게 이직한다. 또한 버릇없으며 참을성이 없고 나약한 세대로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너무 많다.”라고 하는 등 기성세대가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은 모바일로 변화된 세상에 적응하며 줄임말이나 합성어 등 간단명료한 언어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 또한 자기 의사표현과 감정표현에 솔직하며 직선적이다. 그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는다. 기성세대와 달리 신문과 책 없이도 컴퓨터와 모바일를 통한 스마트한 생활에 익숙해져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승진이나 명예 등 자아실현을 추구하는 기성세대와는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 없는 시간을 가불해서라도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반드시 해야 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젊은이들은 어느 국가, 사회를 막론하고 모두의 희망이며 미래이다. 우리를 먹여 살리는 기업도 결국 그들이 주도해 갈 것이다. 지금 취업준비로 고통을 받고 있는 젊은이들을 격려하며 기업이나 산업현장에서는 그들을 이해하고 함께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기성세대는 장차 그들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다는 겸손한 자세로 일방적인 부정평가 관점을 탈피하여 젊은이들에게 다가가며 그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2020년 새해를 맞이하여 스무 살, 20대 젊은이들이 인정받고 존중받으며 그들의 가치를 펼 수 있는 대한민국 사회를 꿈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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