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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속으로] 공감, 실감

강희진 음성예총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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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0.01.27 13:29
  • 기자명 By. 충청신문
이번 설날은 유난히 포근했다. 조카들과 산소를 가는 길이 마치 봄나들이인 듯 설레기까지 했다. 각자 2020년 한 해의 계획했던 일들을 이야기한다. 새해를 시작 한지 한 달밖에 되지 않았는데 핑계 아닌 핑계를 대는 것에서 내 모습을 본다. 나도 연초에 올해는 책을 열심히 읽자는 다짐을 했고 틈나는 대로 읽으려고 시집을 차 안에 넣고 다닌다. 그런데 틈이 나면 핸드폰으로 먼저 손이 가서 책은 자동차 뒷좌석에서 잠을 자고 있다. 흐지부지해져 버린 책 읽기 다짐을 다시 한번 상기해본다.

시를 쓰지는 않지만 읽는 것은 누구보다 좋아한다. 특히 문학소녀 시절에 암송했던 시들은 아직도 머릿속에 그대로 남아있다. 낭만파 시인 바이런은 요즘 말로 나의 ‘최애’ 시인 중 한 사람이었는데 그의 유명한 시 중에서 ‘너는 울고 있었다’란 시를 가장 좋아했다. 내 또래의 사람들은 바이런을 시인으로 기억하겠지만 우리 후대들은 그의 시 보다는 “아침에 일어나니 유명해졌다”는 말을 한 사람으로 기억하고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지금 대한민국에서 바이런의 말을 실감하게 하는 한 사람이 있다.

연말과 연초에 걸쳐 이탈리아 여행을 다녀올 왔다.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시차 때문인지 쉬 잠이 오지 않았다. 핸드폰으로 그동안의 뉴스를 검색하는데 ‘양준일’이라는 가수에 관한 기사가 많이 올라와 있었고, 유튜브에서도 그의 동영상이 메인 화면에 떠 있었다. 그 옛날 20대의 외모도 범상치 않았지만 지금 50대의 외모도 상당히 매력적인 그에게 끌려 잠 안 오는 밤에는 그의 기사를 검색해봤다. jtbc 손석희의 뉴스룸의 앵커 브리핑에 이야기 주인공으로 등장하기도 했고 또 문화초대석에 나와 손석희 아나운서와 했던 인터뷰 내용도 다시 보면서 그의 삶과 음악에 묘한 끌림을 느꼈다.

양준일은 재미교포로 1991년에 한국에서 가수 생활을 했지만 그리 유명하지는 못했고 문화적인 차이 등으로 견디지 못하고 상처를 받고 미국에 들어갔다. 30대에 또 한 번 한국 무대에 진출했지만 실패했다고 한다. 그런데 인터넷 강국답게 유튜버들이 과거 인기가요 영상을 올렸는데 양준일의 뮤직 비디오가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고 한다. 그 인기 덕분에 슈가맨이란 프로그램에 출연했고 미국 레스토랑에서 서빙을 하던 그를 팬들이 소환해서 지금의 인기를 구가하며 양준일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양준일 또한 바이런과 같이 자고 일어나니 유명해졌다는 말을 실감할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그는 그 누구보다도 겸손하고 지금의 이 인기에 감사한다는 말을 몸으로 표현하고 있다. ‘시대를 앞서간 천재 가수’ ‘시간 여행자’라는 수식어가 붙은 그가 앞으로도 음악과 함께 오래 행복하기를 바라본다.

사람들이 양준일에게 열광하는 것은 단지 그의 빛나는 성공 때문만은 아니리라. 우리는 그에게서 우리의 과거와 현재를 보며 함께 공감했다. 여전히 열정으로 가득차 있는 그이의 얼굴을 보며 내 가슴 저 밑바닥에 숨겨져 있던 무언가가 올라와 울컥했다. 그것은 어쩌면 양준일과 50대를 같이 살아가고 있는 내가, 그리고 우리가 잃어버린 희망, 꿈, 성공을 그 유연한 몸짓에서 다시 보았기 때문은 아닐까?

잊혀 있던 그를 다시 세상으로 나오게 한 젊은 세대들은 그에게서 무엇을 보았을까? 처음에는 시간이 지났음에도 변하지 않는 그의 외모에, 이후에는 그의 외모에 가려져 있던 그의 성품 그리고 드라마틱한 스토리에 팬이 되었다데…

아마 그가 지금까지 꺼트리지 않고 지니고 있던 열정을 그들도 자연스레 느끼게 되어 열광하게 된 것일까. 꿈과 희망을 잃어간다고 말하는 젊은 세대들도 마음속의 열정을 버리지 못해 그에게 공감하게 된 것이 아닐까.

“이 세상에 열정 없이 이루어지는 위대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라고 말한 게오르크 빌헬름의 말이 오늘따라 가슴에 와 닿는다. 2020년 올해 내 다짐이 빛을 잃어가면 양준일의 영상을 보리라 그의 몸짓에서 내 다짐을 다시 떠오려 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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