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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포럼]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현재는 심히 창대한 민족

이노신 호서대학교 경영대학 글로벌통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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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0.06.11 11:35
  • 기자명 By. 충청신문
이노신 호서대학교 경영대학 글로벌통상학과 교수
이노신 호서대학교 경영대학 글로벌통상학과 교수

“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네 나중은 심히 창대하리라!” 이것은 구약성경 욥기 8장 7절의 말씀이다. 여기서 너라는 호칭은 한 개인 뿐만 아니라 한 가족(가문)도 될 수 있으며, 더 나아가 한 민족, 한 국가의 의미도 될 수 있다. 이 말씀의 참뜻은 매우 심오하다. 처음 시작할 때는 작고 보잘 것 없어 남들로부터 온갖 설움을 받았는지 모르지만, 나중은 그들을 압도할 정도로 창대한 지경에 이른 다는 말씀이다.

이 말씀을 민족에 적용해 보자. 현재 전 세계에는 약 6천개의 민족들이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우리 한민족도 그 중의 하나이다. 이중 오직 약 180개의 민족들만이 현재 자신들의 독립된 국가를 갖고 있다. 그리고 나머지 5820개의 민족들은 국가를 건설한 180개 민족들의 통제 또는 영향을 받으며 살고 있다. 또한 이 180개 민족들 가운데서도 세계를 주도해 나가는 민족들은 열 손가락에 꼽힐 정도로 적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민족이 게르만족이다.

게르만족은 현재의 미국, 영국, 독일, 캐나다, 호주, 스페인, 네덜란드, 뉴질랜드,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을 건설한 주역이다. 모두가 전 세계의 정치, 경제, 문화, 과학, 산업기술, 군사력의 선두그룹을 형성하고 있는 선진국이다. 현재 전 세계 약 33억 명이 영어를 모국어 또는 제 1 공용어로 사용하는데, 영어는 대표적인 게르만족(앵글로색슨)의 언어이다. 약 9천만 명이 사용하는 독일어도 게르만족(작센)의 언어이다. 지금은 이태리 언어 계열인 로망스어를 사용하고 있지만 스페인 민족 또한 혈통적으로는 게르만족(고트)이다. 스페인은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할 수 있도록 후원하였으며, 남북아메리카 개척의 원조 국가이다. 현재 스페인과 남아메리카를 중심으로 전 세계에서 약 4억 5천만 명이 스페인 문화권에서 생활하며, 스페인어를 모국어 또는 제1공용어로 사용하고 있다.

노르만이라는 말은 직역하면 북쪽사람이다. 즉, 노르만은 세계 최고 수준의 복지국가로 알려진 북유럽의 덴마크, 스웨덴, 노르웨이를 건국한 게르만족을 호칭하는 말이다. 현재 유럽의 최첨단국가이자 최강국인 독일 또한 게르만족의 한 부족인 작센족이 건설하였다. 이처럼 앵글로색슨, 고트, 유트, 노르만, 작센과 같은 명칭은 모두 게르만부족을 의미한다. 영어 발음으로 색슨(Saxons)족이 독일어 발음으로는 작센(Sachsens)족으로 불릴 뿐 이들은 동일한 혈통의 게르만족이다.

성경 말씀처럼 게르만족의 시작은 매우 미약하였다. 이들은 로마제국에 의해 야만인으로 무시당하고 멸시받았다. 당대 로마인들의 눈에 비친 게르만족들의 일상은 원시적이었다. 춥고 거칠며 우울한 날씨 속에서 석회가 섞인 희뿌연 배탈 나는 물을 마시고 사냥을 주업으로 텐트 생활을 하는 비문명인들이었다. 영국인을 영어로 브리티쉬(British)라고 하는데 이는 몸에 색칠한 사람들이라는 뜻이다. 고대 영국인들은 용맹함과 아름다움을 나타내기 위해 평소에도 얼굴과 몸에 붉고 노랗고 푸른색 물감으로 울긋불긋 문신을 하거나 색칠을 하고 다녔기 때문이다. 전형적인 비문명인의 표상이다.

이처럼 게르만족 영국인들의 시작은 워낙 미약했었기에, 외세에 오랫동안 억눌림을 당했다. 16세기 초반까지도 영국은 단지 북쪽 변두리의 작은 섬나라 약소국이었다. 그때까지 영국의 역사는 로마제국의 식민지였다가, 프랑스의 속국이 되었다가, 다시 스페인의 속국이 되어 영국의 (여)왕은 스페인 왕의 부인 또는 사위 노릇을 해야 했던 약소국의 역사를 이어 나갔다. 영국 왕실은 매우 가난하고 돈이 없어서 해적이 금은보화를 약탈해 오면 그것을 50:50으로 나누며 대신 해적의 뒤를 봐 주기도 하였다.

그러나 앵글로색슨 게르만족이 건설한 영국은 그 후 약 200년이 지나면서 인류역사상 전무후무한 대영제국으로 성장하며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였다. 1940년도까지 전 세계 육지의 약 25%를 자국 영토에 편입시켰다. 사람이 못사는 남극, 북극, 사하라 사막, 시베리아 지역 등을 제외하면 전 세계 40-50%의 비옥한 지역과 군사적으로 중요한 전략적 요충지들이 영국 영토로 편입되었다. 과거에 영국을 짓밟았던 스페인과 프랑스, 이태리(로마제국)는 도저히 영국의 적수가 되지 못하였다. 세계 곳곳에서 이들과 전쟁을 벌였으나, 최후의 승리는 모두 영국이 차지하였다. 더욱이 이들은 미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를 건설하고, 인도를 개척하였다.

영국은 현재 브리튼 섬(약 24만 제곱킬로미터)을 중심으로 하는 국토의 면적과 인구 숫자(6665만 명)가 우리나라와 매우 비슷하다. 그곳에 사는 그 앵글로색슨 게르만족들이 바로 현재 전 세계를 지배하는 영미문화권을 형성한 장본인들이다. 이들의 시작은 매우 미약하였으나 지금은 심히 창대한 민족이 되어 버렸다. 한반도에 살고 있는 한국인들 또한 마찬가지가 아닌가 한다. 과거의 역사는 잊지 말아야 하겠지만, 과거는 과거일 뿐이다. 지금처럼 열심히 살다 보면 우리 민족에게도 더욱 영광스럽고 위대한 기회가 반드시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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