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문화 속으로] 말의 품격

강희진 음성예총 회장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입력 : 2022.02.14 14:04
  • 기자명 By. 충청신문
▲ 강희진 음성예총 회장

얼마 전 KBS 9시 뉴스를 보고 있는데 ‘톺아보기’라는 단어가 화면에 떴다. 무슨 뜻인지 생각해 보았지만 난 써 본 적이 없는 단어였다. 우리말을 사용하여 오랫동안 글을 써 온 사람인데 그 단어의 뜻을 몰랐다. 바로 찾아보니 ‘샅샅이 더듬어 뒤지면서 찾아보다’란 뜻이란다. 이 단어 대신 나는 ‘훑어보다’란 단어를 더 많이 쓴 것 같다.

톺아보다는 ‘톺다’에서 나온 말이며, 톺다는 가파른 곳을 오르려고 길을 더듬어 찾거나, 빈틈없이 모조리 뒤지면서 찾는다는 뜻이라고 적혀 있다. 그래서 이번 대선을 ‘톺아보기 하자’라고 뉴스를 전하고 있었다.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나 같은 사람이 많은 모양이었다. 톺아보기라는 단어의 뜻을 묻기도 하고 처음 들었다는 사람들의 글이 올라와 있었다.

오후에 지인과 통화를 했다. 그분은 우리가 인간사전이라고 하는 사람이다. 출근하는 곳이 도서관이다. 수십 년을 도서관으로 출근을 해서 글을 쓰고, 읽고, 자료를 찾는 일을 일과로 하는 분이다. 그래서 문집이나 개인집을 낼 때 그분에게 맞춤법이나 문장이 어순에 맞게 써진 것인지 보아 달라고 부탁을 하고는 한다. 그분 말이 자기도 그렇게 공부를 하지만 순수한 우리말이 나올 때는 모르는 단어가 많고 이번에도 장구를 만들 때 끈을 매는 방법에서 나온 말이었는데 처음 듣는 단어라 찾아보고 글을 쓰고 있노라며 완성되면 보여 주겠다고 했다.

이분을 보면 생각나는데 알고 있는 단어가 많다는 것과 말하는 것은 너무 다르다는 것이다. 알고 있는 지식에 비해 이분이 말할 때 쓰는 단어를 보면 평범하다. 그래서 늘 의외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런데 내 곁에 또 한 분이 계신다. 이분은 단어 선택이 기가 막히다. 우리가 쓰는 단어와는 차원이 다르게 적재적소에 한자, 고유어, 영어를 섞어 쓰는데 누구든지 이분과 대화를 하고 나면 그 말솜씨에 넘어가지 않는 사람이 없다. 그래서 처음 만난 사람은 최고의 지성인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동계올림픽이 한창이다. 우리 선수들이 어려운 여건에서 메달 소식을 전해 올 때 하루의 피로가 풀리는 기분이다. 요즘은 국민의 인식이 좋아져서 메달을 따지는 못했지만, 열심히 하는 선수들에게 격려를 아끼지 않아 우리나라 국민 수준이 높다는 세계 네티즌들의 글을 읽었다.

집에 들어가면 동계올림픽 채널을 보게 된다. 그런데 중계방송과 해설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보는 재미가 너무 다르다. 가끔은 방송 용어로는 부적절한 단어가 나오기도 하고 너무 흥분해서 무슨 말을 하는지 자기들만의 방송이 되는 때도 있다. 또한 공중파 3사의 기자들의 보도에도 미묘한 차이가 있는 것을 느꼈다. 같은 경기를 두고도 단어 하나가 그 경기의 맥을 짚어줘 감탄할 때가 있다.

이기주 작가는 ‘말의 온도’에서 언어에는 따뜻함과 차가움, 적당한 온기가 있다. 라고 했다. 언어는 한순간 사람의 마음을 꽁꽁 얼리기도 하고 꽁꽁 언 마음을 녹여주기도 한다는 말이 가슴에 와닿았다. 또 이 작가의 ‘말의 품격’에 나오는 “언위심성(言爲心聲): 말은 마음의 소리이다. 사람이 지닌 고유한 향기는 사람의 말에서 뿜어져 나온다”라고 쓴 제3장을 좋아한다.

이 책이 많은 사람에게 읽혔던 이유는 나처럼 흥분하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는 사람들이 읽지 않았을까 싶다. 말을 해 놓고 후회로 온 밤을 뜬눈으로 새운 적이 여러 번 있다. 말은 그 사람의 품격이라는데 나는 세 살부터 말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 나이에 아직도 품격 있는 말을 못 해 고민하고 있으니 어쩌면 좋단 말인가. 언위심성(言爲心聲)이라 했지만 그래도 오늘 저녁 ‘말의 품격’ 책을 다시 읽으며 공부해야겠다.

저작권자 © 충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충청신문기사 더보기

하단영역

매체정보

  • 대전광역시 중구 동서대로 1337(용두동, 서현빌딩 7층)
  • 대표전화 : 042) 252-0100
  • 팩스 : 042) 533-7473
  • 청소년보호책임자 : 황천규
  • 법인명 : 충청신문
  • 제호 : 충청신문
  • 등록번호 : 대전 가 00006
  • 등록일 : 2005-08-23
  • 발행·편집인 : 이경주
  • 사장 : 김충헌
  • 「열린보도원칙」충청신문은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 노경래 (042-255-2580 / nogol69@dailycc.net)
  • Copyright © 2024 충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dailycc@dailycc.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