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세상사는 이야기] 벚꽃 엔딩!

임성일 대전온누리신협 이사장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입력 : 2022.04.26 17:04
  • 기자명 By. 충청신문
▲ 임성일 대전온누리신협 이사장

“봄바람 휘날리며 흩날리는 벚꽃 잎이 울려 퍼질 이 거리를 둘이 걸어요/ 그대여 우리 이제 손잡아요/ 이 거리에 마침 들려오는 사랑 노래 어떤가요/ 사랑하는 그대와 단둘이 손잡고 알 수 없는 이 거리를 둘이 걸어요.”

봄소식을 알리는 최고의 전령사 벚꽃 노래‘벚꽃앤딩’의 일부이다. 10년 가까이 서정적 가사와 감칠 맛 나는 감성의 목소리로 봄 정취를 알린다. 속절없이 벚꽃을 떨어뜨리는 비바람이 야속하다. 흩날리는 벚꽃의 봄이 끝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도 가져본다. 벚꽃 개화시기에 맞추어 해마다 대전 근교 벚꽃 명소를 찾아가곤 한다. 대표적인 곳은 대청호 벚꽃길, 갑천변, KAIST 캠퍼스, 정림동 벚꽃 길 등이다. 올해도 KAIST 캠퍼스는 만개한 벚꽃을 즐기는 상춘객들로 붐볐다. 정문에서 연못방향으로 가다보면 수양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아름다움을 뽐낸다. 뿐만 아니라 노천극장에 있는 벚꽃 길은 황홀경으로 상춘객을 인도한다.

학생들뿐만 아니라 연인, 가족 단위의 많은 인파가 꽃구경을 나왔다. 오랜 시간의 코로나19로 지친 마음을 달래려는 것이다. 그 동안 지친 몸과 마음을 치유하고 건강한 일상 회복을 위한 준비과정이 아닌가 싶다. 소소했던 일상이 얼마나 우리에게 소중하다는 것을 코로나19를 통해서 깨달았다. 우리를 초대한 봄의 색깔과 향기는 경이 그 자체다.

우리에게 봄은 새로운 시작이며 벚꽃은 그 시작을 빛내는 찬란한 퍼포먼스다. 벚꽃이 우리의 출발을 핑크빛 꿈으로 부풀려 줌으로써 우리는 벚꽃처럼 화사한 새봄을 맞이해 왔다. 그런데 시작 곧 ‘비기닝’이 아니라 ‘엔딩’이란다. ‘벚꽃’에 ‘엔딩’은 전혀 어울리지 않다. 그런데도 이 노래는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흔든다. 수년째 봄마다 음원차트 상위에 랭크되고 있다. 따뜻하고 사람 냄새 나는 음악이 필요할 때 정서를 가감없이 드러낸다. 올해도 봄이 오는 시점에서 여지없이 장범준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꽃 피는 봄날을 상징하는 하나의 국민적 대표곡이기 때문이다.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던 20세기 모더니즘의 대표 시인 토머스 스턴스 엘리엇의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에서 기억과 욕망을 뒤섞고 봄비로 잠든 뿌리를 뒤흔든다 라고 표현했다. 일상에서 잊을 뻔 했던 기억 저 편에 조각들을 꺼내어 본다. 소생의 욕망을 부른 듯 몸부림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코로나19가 벚꽃을 만끽할 우리의 봄을 빼앗아 가버린 것이다. 그래서 올 봄에‘벚꽃 엔딩’노래가 왠지 더욱 쓸쓸하게 들린다. 쓸쓸함을 달래기 위해서 김춘수 시인의 시 ‘꽃’구절을 음미해보며 위안 삼는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디/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 그는 내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봄을 제대로 느낄 새도 없이 봄을 떠나보내야 할 처지지만, 얼마 후 유성온천 문화거리의 하얀 눈꽃, 이팝나무에 꽃보며 위로를 받아야겠다. 내년 봄에는 코로나19도 완벽한 엔딩이 됐으면 하는 소망이 간절하다.

저작권자 © 충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충청신문기사 더보기

하단영역

매체정보

  • 대전광역시 중구 동서대로 1337(용두동, 서현빌딩 7층)
  • 대표전화 : 042) 252-0100
  • 팩스 : 042) 533-7473
  • 청소년보호책임자 : 황천규
  • 법인명 : 충청신문
  • 제호 : 충청신문
  • 등록번호 : 대전 가 00006
  • 등록일 : 2005-08-23
  • 발행·편집인 : 이경주
  • 사장 : 김충헌
  • 「열린보도원칙」충청신문은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 노경래 (042-255-2580 / nogol69@dailycc.net)
  • Copyright © 2024 충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dailycc@dailycc.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