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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속으로] 결성향교의 재발견

최혜진 목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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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2.06.20 16:58
  • 기자명 By. 충청신문
▲ 최혜진 목원대 교수

충남 홍성군 결성면 읍내리에 있는 결성향교는 충청남도 기념물 제134호로 지정되어 있다. 지금은 아주 작은 면 소재지이지만 조선시대 결성은 포구와 장시가 번성하고 문화예술이 약동하던 내포의 주요 도시 중 하나였다. 결성읍성이나 결성동헌, 결성향교의 존재가 바로 그것을 말해준다. 이 중 결성향교는 고려시대부터 마을의 교육을 책임지던 교육기관으로 향시가 치러지던 곳이었다.

조선시대의 향교는 당대 국립교육기관이었고 유교교육의 산실 역할을 하였다. 중앙정부의 지원 아래 각 지방의 수령들이 운영하였다. 향교의 유생은 평민 이상의 신분으로 입학이 가능하였지만, 후기에 이르면 부녀자나 마을 주민 등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넓혀졌다. 향교의 기능은 크게 교육과 제사로 나눌 수 있다. 유교교육을 중심으로 공교육이 이루어졌고, 유교문화와 관련된 다양한 제사와 행사가 치러졌다. 사직제, 성황제, 기우제, 여제(산천에 지내는 제사) 등도 거행되었다. 이러한 가운데 자연스레 당시 지역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여론이 형성되는 정치적 기능 또한 담당하였으니, 향교는 교육, 문화, 정치의 중심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근대 교육이 들어오고나서 향교의 역할도 매우 위축이 되었다. 전국의 많은 향교는 전통을 지킨다는 미명 하에 지역의 유림들이 제사를 지내는 곳이 되거나, 고리타분한 경전을 배우는 곳, 역사적 사적지나 기념물이 되곤 했던 것이다. 하지만 전국적으로 지어진 향교의 위치나 건축물, 위상 등을 비추어 볼 때 이처럼 좋은 공간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늘 의구심이 있었다. 이러한 현재의 상황을 생각할 때 결성향교가 보여주는 문화사업은 다른 시도지역에 모범이 될 만하다.

결성향교는 읍내를 고즈넉이 바라볼 수 있는 얕은 언덕에 소박하게 지어져 있다. 소박하기는 하지만 공자를 배향하는 대성전을 뒤로 하고, 학생들의 배움터인 명륜당을 앞으로 지어 향교로서의 품위를 잘 보여주고 있다. 이곳에서는 지난 2014년부터 문화재 활용사업으로 전통강좌, 문화강좌, 향토사 강좌, 전통예술 공연, 현대음악 교양 강좌 등 다양한 인문교양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단순히 강좌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전통시대의 예절이나 제사의례 등을 체험하고 배우는 곳으로도 유명하여 학생들의 방문이 끊이지 않는다.

향교 내에서 현대적 감각의 강좌와 청소년을 위한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다보니,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고 향교가 좀더 친숙해지는 효과가 생겼다. 온라인 강좌를 통해 전국적인 홍보가 되어 멀리서도 직접 향교를 찾는 발길이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결성향교의 문화 프로그램이 주목하고 있는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지역의 문화와 역사다. 넓게는 홍성지역의 역사와 문화, 인물들을 제대로 알리고 이들을 선양하는 사업을 늘 기획하고 있다. 결성향교가 보여주는 지역문화사업은 3년 연속 문화재 활용 우수사업으로 선정되어 문화재청으로부터 상을 받았다.

결성향교가 올해 시작한 중고제아카데미도 이러한 차원에서 기획된 것이다. 결성지역은 1726년 최초의 판소리 명창 최예운(1726-1805)이 태어난 곳이다. 근대춤의 아버지이자 전통예술 엔터테이너 였던 한성준(1874-1941) 역시 홍성 출신이다. 이들은 우리 대한민국음악사 혹은 예술사의 대전환을 만든 장본인들이다. 하지만 그간 우리는 이들을 주목하지 못했고, 제대로 연구하지 못했다. 이제라도 이들의 위대한 업적과 활동을 제대로 잘 드러내주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결성향교는 이와 같은 점에 주목하여 충청의 예술인 중고제를 제대로 알리고 배우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올 한해동안 매월 1회씩 판소리 관련 강좌, 공연을 열고 온라인으로 알리고 있다. 4월부터 시작하여 11월까지 이어지는 중고제아카데미를 통해 충청출신은 물론 전국의 학자와 명창들이 결성향교에서 시민들을 만나게 될 것이다. 결성향교를 중심으로 홍성의 예술문화가 제대로 알려지고 지역민들과 다시 멋진 문화를 만들어 나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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