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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학생에게 배우는 메타버스

이상엽 건국대학교 융합인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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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2.07.24 15:38
  • 기자명 By. 충청신문
▲ 이상엽 건국대학교 융합인재학과 교수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열풍이 뜨겁다. 7화 “소덕동 이야기1”에서 행복로 도로 건설 노선 법정다툼 장면이 나온다, 법무법인 태산의 대표변호사가 화면을 띄운다. 메타버스다. “재판장님, 승용차에 탑승하신 걸 환영합니다” 재판장이 의아해 한다. “그게 나예요?” 아바타다. 재판석, 변호인들, 방청객 모두 신기해 한다. 대학생들이 이 장면을 어떻게 봤는지 궁금하다. “아니, 이게 신기할 일이예요”라고 했을 거다. 그들은 기성세대보다 앞서가 있기 때문이다. 학생들에게 배우자.

얼마 전에 건국대학교 문헌정보학과 학생들 단위로 “메타버스 구축 경진대회” 작품에 대한 심사의뢰가 왔다. 연락한 학생에게 “내가 고려해야 할 게 있느냐”고 물었다. 있는 그대로 평가해 주면 된단다. 내가 한방 먹었다. 얘들이 나에게 “공정”을 가르친다. 정치권에서 “공정” 논쟁이 지속되고 있다. 여야 간에 공수가 교대되고, 서로가 공정을 외친다. 뭐가 공정인지 그냥 학생들에게 물어보라.

메타버스 입시컨설팅, 심리 레퍼런스 도서관, 메타버스 북큐레이션 등등 메타버스 콘텐츠를 자유자재로 제작하더라. 3,4학년 인문계열 학생들이…그들에게 “가상세계가 다가오니 디지털전환 기술을 배우라”고 가르치려 하지 않았는지 반성한다. 그들은 이미 그 바다에서 헤엄치고 있다.

시상식에 나와 달란다. 메타버스 기술을 나보다 더 잘 구사하는 학생들에게 내가 뭘 가르칠 게 있을까? 그냥 ‘볶음밥’ 얘기만 들려주려고 한다. 볶음밥 재료는 대부분 비슷하다. 불의 세기를 어떻게 조절하는지, 어느 순간에 어떤 소스를 넣는지 등에 따라 볶음밥 맛이 달라진다. ‘융합’이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획일성에 매몰되지 말자. 융합을 제대로 하면 배를 산으로 옮길 수 있다. 차별화된 서비스를 창출하는 거다. 같은 학과 학생들끼리 팀을 짜야만 효과적일 거라는 생각을 바꾸자.

그저께 우석대학교 LINC3.0사업단과 배재대학교 실감미디어사업단 간에 MOU와 간담회를 가졌다. 디지털혁신공유대학 실감미디어사업단 김지인 단장, 전주대 사업단장도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60여개 전문대들끼리 분담금을 내고 메타버스 기술을 교육에 적용하려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일반대 중심의 실감미디어사업단에서 그동안 구축한 콘텐츠와 교육성과를 이들 전문대들과 공유할 것을 주문하였다. 나눠쓰자. 사업단에서 교과목을 개설하여 제대로 운영되기까지 많은 에너지가 소모된다. 계절학기 수업 이외에는 수강료가 모두 무료다. 확장대학으로 수강생이 많아지면 주관 공유대학에 주어진 예산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울 수 있다. 확장대학에서 그냥 결과물을 이용만 하도록 하는 것도 좋지만 일부는 원가 이하로 이용하도록 하는 방법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전문대에서 콘텐츠를 원할 경우 무료로 제공해보라.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에서는 그 개방 정도와 성과를 객관적으로 측정하여 사업단에 사업비를 차등화해주면 된다.

실감미디어 중 메타버스에 관심이 늘고 있다. 아직은 실생활에 적용할 분야별 메타버스 데이터베이스와 생태계가 구축되지 않은 상태다.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메타버스 DB 구축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 메타버스 정보가 집약된 플랫폼에서 교수, 학생, 업계, 관심있는 사람들 모두 즐겼으면 좋겠다.

1학기 기말고사가 끝나고 ‘함께 하는 디지털 전환 융합아이디어 공모전’ 경진대회를 주관했다. 대구한의대, 대전보건대, 우석대, 전북대, 한서대, 지식콘텐츠연구소(교육부, 한국연구재단 지정 융합연구총괄센터 수행. 건국대 소속), 한국비교정부학회 등 전문대, 일반대, 연구소, 학회가 공유·협력하였다. 학점에도 반영되지 않는 공모전에 얼마나 응할까 걱정도 했다. ‘완전 대박’이었다. 그들은 학점도 연연하지 않았고, 시상금에도 집착하지 않았다. 교내 단위의 공모전에서 벗어나 또래들과 ‘건강한 경쟁’을 즐겼다. 지적호기심이다. 우리 학생들이 디지털 전환 관련 기술을 잘 버무리는 걸 봤다. 그들은 교수들의 기대를 뛰어넘는 창의성과 협업으로 디지털 전환 시대의 ‘지적 향연’을 즐긴다.

신청 조건에 타 대학 학생 및 전공영역이 다른 학생들을 포함해서 팀을 구성하라는 까다로운 조건이 있었는데도 그걸 맞춰오더라. 공동의 목표를 위해 ‘칸막이’를 넘는 학생들의 모습 속에서 우리 사회의 미래를 봤다. 출품작 중 메타버스 관련 주제가 21.3%를 차지했다. 윤석열 정부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제시한 110대 국정과제 중 메타버스 관련 정책이 9개나 포함되어 있다. ‘융합’이라는 키워드가 29개나 나온다. 출품 학생들이 이걸 확인하고 출품 주제를 정하진 않았을 거다. 학생들 스스로 세상의 변화를 감지한 거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연속극에서 그녀와 생모 태수미 간에 어떤 결말이 나올까 궁금하다. 그보다 우리 학생들이 꿈꾸는 미래, 지적 호기심으로 뜀박질하는 그들 속에서 뭘 찾아 배울까 고민하는 여름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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