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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바로 세우기에 힘쓰자

권기원 대전시교육청 민주시민교육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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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2.08.16 11:54
  • 기자명 By. 충청신문
▲ 권기원 대전시교육청 민주시민교육과장

지난 7월 18일 5박 7일의 일정으로 홍범도 장군의 발자취를 따라 알마티에서 우쉬토베를 거쳐 키질로르다, 투르키스탄, 그리고 쉼켄트까지 42도 이상의 고온 속에 카자흐스탄 지역 3000여 Km를 횡단하는 국외 독립 역사 현장 탐방을 고교생 20명을 인솔하고 다녀왔다.

탐방을 통해, 우리의 선조들이 강제 이주의 어려움에도 굴하지 않고 독립 의지를 유지하며 한민족으로서의 자긍심을 발휘하며 생활하였는지를 자발적으로 현지 안내와 정착 과정을 직접 설명하는 등 봉사해 주신 각 지역 고려인연합회 회장을 비롯한 임원분들의 삶의 현장에서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그 가운데 홍범도 장군의 발자취뿐만 아니라 카자흐스탄에 묻혀있는 독립운동의 영웅 최봉설, 계봉우 선생님도 알게 되었다. 계봉우 선생님의 유해는 2019년 고국으로 봉환되어 국립서울현충원에 안장되었고, 홍범도 장군의 유해는 지난 2021년 8월 고국으로 봉환되어 우리 지역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되었다.

아쉬운 점은 최봉설 선생님의 유해는 아직도 쉼켄트의 뜨겁고 황량한 벌판 위에 외로이 잠들어 있다는 것과 임시정부 북간도 대표로 활동한 계봉우 선생님의 생가가 아직도 길가에 방치되어 있다는 것이다. 차제에 계봉우 선생님의 생가를 우리 정부가 매입해 기념관을 건립하고, 최봉설 선생님의 유해도 고국으로 봉환되도록 국가적 관심을 가져야 한다.

한편, 필자는 재일본 가나가와한국종합교육원 원장 시절(2013-2016년)에 한일 친선교류 역사에 있어서 중요한 자취를 발견한 바 있다. 2014년 1월 교육원과 관할 한글학교 강사와 한국어채택교 교원을 대상으로 하코네에서 연수를 실시하던 중, 연수 장소 인근의 토료지(東麗寺)라는 사찰에서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태자비였던 영친왕비 이방자(일본명 나시모토 마사꼬) 여사님의 하코네 온천개발과 한일 우호교류에 힘쓴 과정을 기록하고 있는 기념비와 양국의 평화를 염원하는 평화비, 그리고 왕비의 공적을 기리고 있는 왕비비 등을 발견한 것이다.

그런데, 기념비가 오랜 기간 방치되어 심하게 기울어져 있어, 연수생들과 함께 이를 일부나마 바로 세우고, 향후 자치단체나 정부 차원에서 비석을 완전하게 바로 세울 것을 당시 일본에서 발행 중이던 잡지 Korea Today 2014년 2월호에 호소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2016년 2월 귀국하기까지 한일우호교육교류촉진협의회를 조직하여 토료지를 연 2회 정기 방문해 이방자 왕비의 한일 우호 교류 정신을 계승하고 기념비와 평화비를 닦으며 주변을 청소하는 민간 봉사활동을 전개한 바 있다.

그럼에도, 금년에 일본 방문길에 토료지를 방문해 보니 기념비는 더 기울어진 채로 방치되어 있고 누구 하나 찾지 않았는지 이방자 왕비의 평화와 한일우호를 염원하던 정신은 찾아볼 수 없고 기념비엔 이끼만 외로운 세월의 흔적을 간직하고 있는 것을 보며 안타깝기 이를 데 없었다.

우리나라는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볼 수 없는 철저한 기록과 역사 보전의 문화를 지니고 있어, 승정원일기, 조선왕조실록 등의 많은 세계적인 기록 문화유산을 보유하고 있다. 사관들은 강력한 왕권에도 굴하지 않고 사실에 기반하여 사초를 적으며 임금과 신하의 말뿐만 아니라 표정까지도 세밀히 쓰고 그리기까지 하였다고 한다. 그러한 사초를 바탕으로 역대왕조의 역사를 세세히 기록해 놓음으로써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될 수 있었고 오늘날 기록문화 역사 연구의 중요한 자료가 되고 있다. 이런 자랑스러운 기록과 보전의 정신을 계승하지 못할망정, 중요한 역사 현장과 문화적 가치를 지닌 유적 및 유물을 방치하고 있는 오늘의 현실이 안타깝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일본과 카자흐스탄을 시작으로, 세계 각지에 방치되고 있는 우리의 역사 유적과 유물을 제대로 우리와 우리의 후손들이 자손만대 기억할 수 있도록 재정비하는 역사 바로 세우기에 힘쓰자.

중국은 동북공정을 통해 발해의 역사를 자기 나라의 역사로 둔갑시키고, 일본은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하는 등 주변국이 역사 왜곡에 혈안이 되어 있는 마당에 우리는 왜 우리의 것도 제대로 지키는 일을 하지 않는지 반성하자.

차제에 역사 바로 세우기에 온 국민이, 재외동포 및 단체도 적극적 관심을 기울이고, 우리 정부 차원에서 신속히 추진하는 날이 빨리 오기를 꿈꿔본다. 이것이야말로 진정으로 국격을 바로 세우는 일이요, 자유와 정의가 넘치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모습이리라.

우리의 조국, 대한민국이 역사 바로 세우기를 통해 세계 일류 국가로 거듭나는 그 날의 모습을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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