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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홍영섭 세종 공동모금회장, 기승전'복지'…배분이 더 중요하다

홍영섭 세종특별자치시 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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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2.09.01 18:11
  • 기자명 By. 정완영 기자
▲ 홍영섭 세종특별자치시 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
▲ 홍영섭 세종특별자치시 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

해외에서 유도 사범 꿈꾸던 청년, 큰 부상으로 접어
20살 공직 입문, 세종시 정무부시장까지 지내
공적인 생활 마지막 '사회복지'봉사…무엇보다 감사

홍영섭 세종시 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이 8월 30일 퇴임한다. 이른 나이에 공직에 입문해 세종시 정무부시장까지 지내고, 2017년 4월부터 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을 연임했다. 초창기 세종시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책임을 맡았던 그가 무거운 책무를 내려 놓으면서 전해주는 잔잔하지만 힘이 있는 이야기를 들었다.(편집자주)

화를 내거나 찡그리지는 일 없이 늘 웃음기를 머금은 얼굴, 날씬하지만 키가 훤칠해 기골이 장대한 몸집, 재미있는 농담도 잘하고 웃음이 터지면 호탕하게 한 번 웃는 이웃집 할아버지 같은 모습, 바르고 정갈한 인품, 평생 고향을 지켜 온 한 그루 나무. 홍영섭 세종시 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74)을 아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이렇게 표현하며 존경하는 마음을 숨기지 않는다.

홍 회장은 연기군 토박이다. 1948년 충남 연기군 금남면 호탄리에서 태어나 지금도 그가 살던 집터에 방 두 칸짜리 집을 새로 짓고 아직도 변함없이 그 자리에 산다.

서산과 공주 발령으로 잠시 떠나 있던 시간을 제외하면 연기군에서 태어나 공직생활을 시작했고, 세종시 정무부시장으로 퇴임할 때도 고스란히 연기군 사람이었다. 세종시 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으로 공적인 생활을 마감하는 것도 역시 고향이다.

◆20살 이른 나이에 공직을 시작하게 됐는데.

학교 때에 유도를 했다. 유도로 외국에서 사범으로 후배를 양성하는 것이 꿈이었다. 당시 공인 4단으로 일반대학을 다니다가 유도대(현재 한국체대) 편입을 준비하던 중 큰 부상을 당해 그 꿈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이후 방향을 틀어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고 충남 연기군에서 공직을 시작했다.

◆공직 생활 초기는 어떻게 보냈나.

처음 공무원 생활을 연기군에서 시작했을 때가 1968년이었다. 당시 말단 공무원들은 읍면지역에 근무하면서 잡종금(적십자회비 같은 세금을 제외한 잡다한 명목으로 받는 돈)을 걷으러 다니기도 했다. 잘 거둬들이지 못하면 비는 금액을 공무원들이 채워 넣기도 했다. 그때는 시골에는 너나없이 먹고 사는 문제가 시급했는데 잡종금 낼 돈이 없어 고생하는 사람들도 많이 만났다.

◆공직 생활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연기군 재무과장으로 근무할 때 대법원 판례를 새로 만든 일이 있었다. 한 회사에서 체납 세금이 있는 상태로 주인이 바뀌었는데 액수가 70억 정도였다. 새로 인수한 회사가 계속해서 세금을 내지 않아 고민하던 중에 2차 납세의무 부과로 세금을 매겼다. 그 회사는 곧바로 소송에 들어갔고 1심과 2심에서 모두 패했다. 대법원까지 가서 새로 인수한 회사에 납세 의무가 있다는 판결을 끌어내 판례를 만들었다. 이 세금으로 지역개발기금을 조성했고, 그 후로 연기군은 돈을 빌려오지 않아도 됐다.

◆가장 후회했던 일은 무엇인지.

어린 나이에 공직생활을 시작해 남들보다 승진이 앞섰다. 그것이 결코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지방자치가 시작되고 선출직 군수로 바뀌면서 군청에 과장자리란 과장자리는 모두 거치다보니 좌천과도 같은 발령을 받은 적도 있다. 연기군 기획관리실장으로 2008년 40년 공직생활을 마쳤다. 보궐선로 치러졌던 2008년에 연기군수에 출마를 위해 준비했다가 당내 경선도 치르지 못하고 컷오프 됐고, 다시 2010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적으로 가지고 연기군수에 출마했다.
31.5% 득표하고 2위로 낙선했다.
이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잠이 잘 오지 않았다. 부인도 고생을 많이해 선거에 시옷자도 입에 올리지 말라는 얘기를 할 정도라고 한다. 선거비용도 만만치 않았다. 그 때 정치를 한다고 출마했던 일이 가장후회스럽다고 회상했다. 다시 정치를 한다는 것은 생각하지도 않은 것은 물론이다.

◆세종시 정무부시장은 어떻게 하게 됐나.

2010년 연기군수 출마할 때 민주당에 입당한 것이 계기가 돼 2012년 세종시 출범 당시 초대시장에 출마헌 이춘희 후보 선거 캠프에서 일을 했다. 이춘희 후보가 선거에 지고, 2014년 지방선거에 다시 출마한 이춘희씨가 당선되고 정무부시장직을 제안했다. 개인적으로 부족한 점이 많았지만 부시장직을 제안했던 이춘희 시장에게는 늘 고맙게 생각한다. 2016년 세종시 정무부시장을 끝으로 공직생활 42년간의 공직생활을 마무리했다.

◆세종시 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 취임은.

2016년 세종시 정무부시장을 마치고 세종시 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 요청이 들어왔을 때 공무원 생활 초기에 잡종금을 걷으러 다니면서 어려운 사람들을 많이 봐 왔던 것이 마음을 많이 움직였다. 이제는 어려운 사람을 돕는 일을 하는 것이 정치하는 것 보다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종시가 초창기라 모금에 어려움은 없었는지.

세종시는 새로 생긴 도시이고, 새로 이사 오는 분들이 많아 서로가 서로를 모르고 개인주의가 많다 보니 나눔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어려웠다. 어려운 사람 파악도 힘들었다. 어려움이 닥치거나 극단적인 어려움에 처해도 서로 얘기도 민망하다. 그래서 끈끈한 공동체 의식이 다른 도시보다 더 필요할 것이다.

◆재임 5년 4개월동안 중점을 뒀던 부분은.

우선 1억이상 기부자인 아너 소사이어티가 11명이 늘었다. 1년에 100만원 이상 기부하시는 나눔리더도 107명이 됐다. 한달에 3만원씩 정기기부하는 착한일터와 직장에서 자투리 급여를 기부하는 착한 직장이 71곳이나 된다. 3년에 1억을 기부하는 명문 기업(법인) 5곳이 된다. 2021년 세종시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인구 1명에 1만원을 목표로 세워 달성했다. 세종시가 커질수록 모금액은 점차 늘어날 것이다.
중요한 것은 배분의 문제다. 성금이나 성품이 한 곳으로 몰리는 것을 평평하게 배분하는 것이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 생각한다. 더 들자면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투명하게 배분한다. 지정기탁의 경우 단 한 푼도 허투루 사용 하지않고 기부자의 뜻에 올바르게 사용하고 사용 후에는 기금이 어떻게 사용됐는지를 확인해 알려준다. 이것이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가치이다.

◆퇴임 후 계획은 있는지.

모든 일 제치고 아내와 함께 여행 다니면서 편안한 삶을 살기로 했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5년 4개월 재임하면서 부족한 점이 많았다. 후임 회장님은 현재 세종시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이시라 저보다 더 잘 하실 것이라고 믿는다. 세종시민 도움으로 큰 대과없이 재임해 온 것에 대해 감사한 마음이다. 관공서의 도움을 받지 못하시는 어려운 분들을 위해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있다. 갑자기 어려워져 도움을 받지 못하면 사회복지공동모금회로 연락하면 진심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한다.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람이 없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것을 위해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존재한다.

글·사진=세종 정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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