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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증평문화 30년 이야기

정관영 공학박사‧우석대학교 건축인테리어디자인학과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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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2.09.18 13:54
  • 기자명 By. 충청신문
▲ 정관영 공학박사‧우석대학교 건축인테리어디자인학과 객원교수

망월산에서 올려다보면 거북이 형상을 띠고 있는 증평군의 최고봉 좌구산은 숲이 우거져 시원한 삼림욕을 할 수 있고, 풍광이 아름다워 전국에서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조선 중기 시인 백곡 김득신과 같은 문인의 정기가 살아 숨 쉬고 학문과 문학사상의 자취가 넘쳐나는 문향의 고을인 증평은 살기 좋은 넉넉한 인심으로 우리의 영혼을 살찌우고 있다. 그 예술의 중심에 우리의 삶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예술은 지혜와 고뇌, 정열의 결정체이다. 그 결정체는 인고의 세월과 연마의 땀을 빌어 비로소 빛을 발한다. 이렇듯 가을로 가는 문턱에서 제27회 증평문화의 날 기념행사가 열렸다. 특히 증평문화원 창립 30주년을 맞고, 증평군이 출범 19주년을 맞아 풍성한 문화예술행사를 펼쳐 그 의미가 더욱 크다.

‘27회 증평문화예술의 날’ 행사를 지난 26~27일 보강천 미루나무숲과 김득신 문학관, 증평문화센터 등에서 열었다. 이어 증평문화원 창립 30주년을 맞아 문화원 부설 증평학연구소 출범식과 야생화전시회, 이민숙 작가 초대전, 남봉 김치와 백곡 김득신 부자 학술발표회가 성대히 열렸다. 거기에 도립교향악단 초청공연, 스파이더맨 야외 영화 상영 등으로 다양한 공연행사가 펼쳐져 다채로움을 더했다.

증평문화회관에서도 지난 27~28일, 30일에 걸쳐 카살스 오케스트라의‘한여름 밤의 시네마 콘서트’와 놀이마당 울림의 ‘블랙 아웃’(창작 초연 극)의 막이 오르는 등 수준 높은 공연을 감상할 수 있었다. 그뿐인가 31일에는 보강천 미루나무숲에서 증평지역 다양한 댄스 문화 동아리를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쇼, 군민 중심’거리공연이 개최되는 등 흥겨운 무대가 이어졌다.

더욱이 증평문화원 부설 증평학연구소 출범식은 증평 사랑의 상징이다. ‘지역학’은 역사적인 시간의 흐름에서 일정한 지역 공간에 살아왔던 사람들이 이루어 놓은 모든 유‧무형의 문화를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고찰하여 그 지역의 특성과 정체성을 찾고 있다. 이에 근거해 시민의 지속 가능한 삶을 보장하고 미래 발전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증평문화원에서는 부설연구기관으로 ‘증평학연구소’를 설립하여 증평 지역학 연구와 자료수집, 역사와 문화 등 제반 분야에 대한 조사 발굴 및 연구를 통해 학술적 전문성을 강화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시민의 삶의 질 향상과 자긍심 부여로 지역정체성 확립과 미래가치를 창출해 나가는 원동력을 제공하고, 증평의 위상을 정립하고자 하였다. 이에 그 시작을 알리는 ‘증평학연구소’ 출범식을 지켜보노라니 감개무량하다.

또한 증평 대표 문인 남봉 김치와 백곡 김득신 부자를 재조명하고 그 생애와 문학세계 그리고 유적과 유물에 대하여 지역 연구자와 군민과 함께하는 학술의 장을 마련하여 토론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니 시민의 일원으로 가슴 뿌듯하다.

혹자는 우리의 가장 고유한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고 역설하기도 했다. 세계화 시대에 합류하여 동참하는 것도 더불어 살아가는 지혜이지만, 우리의 정체성이 스며있는 고유문화를 전승하고 창달하는 것 또한 매우 의미가 깊다.

일찍이 영국의 희곡작가인 버나드 쇼는 ‘예술은 채찍을 사용하지 않고 인간을 교육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다.’라고 갈파했다. 분명 예술은 인간의 정서를 순화시키고 미화시킨다. 자연이 아름답듯 인간도 아름답다. 예술은 이를 멋지게 조화시킨다. 절대자가 자연과 인간을 아름답게 창조하고 지켜나간 예술인은 창작을 통해 아름다운 작품을 만든다. 그 빛이 나를, 우리를, 세기를 뛰어넘어 영원으로 치닫는다. 그리하여 개인의 삶과 사회의 구석구석을 비추고 끝내는 세상을 밝힌다. 예술의 힘은 이토록 존엄하고, 위대하다.

문화란 인류의 손길이 닿은 모든 것이며 인류의 역사라고도 한다. “문화가 자주성을 찾을 때, 나라는 흥한다”라고 했다. 신라의 문화는 통일의 위대한 업적을 남기었고, 세종 시대의 문화는 역사발전의 새로운 계기를 만들었다. 이제 우리 지역 증평은 문화적 측면과 아울러 모든 분야에서 힘찬 도약을 시작하는 중요한 시기이다.

증평문화원은 1992년 8월 28일 창립하여 우리 고장의 향토문화를 발굴‧보존하고 계승‧발전시켰다. 또한 지역주민의 문화 욕구 충족을 위한 다양한 문화예술행사를 시행하고 있다. 그해 1회 증평 문화제(현 증평 인삼골축제)를 열어 주민 화합 한마당축제로 첫발을 내디뎠다. 그 후 증평 향토문화연구회 창립을 지원하고, '증평의 뿌리를 찾아서'를 공동 발간했다. 그뿐인가 '증평문화' 창간호를 펴내고, 백곡 김득신 학술발표회를 계기로 백곡 김득신 기념사업회를 설립하기도 했다. 이어 장뜰 두레놀이보존회를 결성하였고, 증평의 역사와 문화를 집대성한 '증평군지'를 발간했다. 1992년에 개막한 1회 증평 문화제는 2014년부터 5년 연속 충북 지정 유망축제로 진가를 발휘하였다. 2019년에는 충북 지정 우수축제와 문화체육관광부 지정 문화관광 육성 축제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렇듯 문화예술로 시민의 삶을 보듬으며 뿌리내린 것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결코 아니다. 증평군이 설립되기 11년 전 증평문화원 창립발기인 55명이 모여 새로운 문화발전을 다짐하며, 헌신적인 각고 끝에 이루어낸 결정체이다.

증평문화원 창립 30주년을 기념하는 문화예술축제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힘들었던 시민에게 흥과 신명을 안겨주었다. 교향악이 울려 퍼질 때는 쥐 죽은 듯 고요가 이어지고, 농요의 풍물이 울려 퍼질 때는 너나 할 것 없이 덩실덩실 춤추며 즐거워했다. 춤은 예술의 어머니라고 하지 않던가.

더욱이 우리 지역의 문화예술을 바로 알고, 마음껏 즐기며, 널리 알리는 좋은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지나온 30년은 증평의 문화진흥을 위한 구심점이었고, 앞으로 30년 증평의 문화예술 플랫폼으로써 새로운 예술의 도시를 꿈꾸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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