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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세평] 오송 지하차도 참사, 되풀이되는 대응 부실…

최정수 한국영상대학교 교수·행정수도완성시민연대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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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3.07.19 17:14
  • 기자명 By. 충청신문
▲ 최정수 한국영상대학교 교수·행정수도완성시민연대 공동대표
▲ 최정수 한국영상대학교 교수·행정수도완성시민연대 공동대표

우리나라는 태풍이나 폭우로 인한 홍수피해도 천재지변(天災地變)이냐 아니면 물관리를 잘못하여 일어난 인재(人災)이냐를 놓고 매년 갑론을박(甲論乙駁)을 되풀이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구상에서 가장 물관리가 어려운 국가에 속한다. 태풍을 동반한 연 강수량의 2/3가 여름 홍수기에 집중되고, 갈수기에는 홍수기에 저장된 물이 없으면 생활 및 산업용수 공급이 불가능하다. 물관리 업무를 환경부로 일원화하였지만, 여전히 물관리 시설인 하천, 다목적 댐, 용수 댐, 발전 댐, 농업용 댐의 관리주체가 중앙정부, 지자체와 K-water, 한전, 농어촌공사로 분산되어 있다. 홍수통제소에 홍수조절 및 물 이용에 대한 최종 승인권이 있지만, 이는 기술적으로 매우 복잡하고 어려운 과제이다. 이러한 어려움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매년 홍수피해에 대하여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문제점을 도출하여 대책을 세우는 공학적 접근보다는 책임소재를 떠넘기고 지역주민들은 피해에 대하여 감정적으로 대응 경우가 허다하다.

물관리 시설은 우선 설계기준에 의하여 계획하고 건설한다. 어떠한 자연재해도 감당할 수 있도록 건설하는 것은 천문학적인 예산이 투입되기 때문에 시설의 중요도와 사회에 미치는 영향과 비용 등을 검토하여 그 기준을 5, 10, 20, 30, 100년, 그리고 가능 최대강우량 또는 하천으로 흐르는 홍수량으로 할 것인지 검토하여 계획하기 때문에 이 기준을 넘어설 때는 홍수피해가 일어날 수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그렇더라도 설계오류, 부실 공사와 준공 이후 시설의 보수보강 등 유지관리 소홀로 시설이 파괴되고, 안전사고에 대한 대응 수칙 등이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않다면 인재라고 하는 것이 마땅하다.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침수 사고에 따른 참사는 어떠할까? 신문기사 및 증언을 고려해볼 때 관리행정 부재에 따른 인재라는 지적이 나오면서 공적인 관리 부재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18일 오전 10시 현재 오송 궁평2지하차도에서는 모두 14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인근 미호천 임시 제방 붕괴로 지하차도로 물이 쏟아져 차도를 지나던 차량 16대가 물에 잠기면서 피해가 커졌다. 사고원인으로는 총체적 행정부실이 꼽히고 있다.

첫째로, 오송 궁평2지하차도는 침수위험 3등급 도로로 홍수예보에 따라 차량이 진입하지 못하도록 통제해야 했지만, 사전에 차량 진입을 차단하는 조치가 없었다. 관할 청주시는 오히려 오송 궁평2지하차도가 침수돼 구조활동이 벌어지고 있던 시점에 관내 시내버스 회사에 이곳으로 우회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둘째로, 지하차도에 물이 들어왔지만 분당 3톤 정도(시간당 강수량 83mm)를 처리할 수 있는 배수펌프 4개는 작동하지 않았다. 청주시는 배수펌프에 전기를 공급하는 배전반이 지하에 설치돼 있어 물에 잠겨 고장이 났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침수 대비용 배전반이 지상이 아닌 지하에 설치된 이유 등 전체 시설에 대한 점검이 필요한 대목이다. 이는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서 얻은 교훈을 설계에 반영시키지 못한 것이다. 후쿠시마 원전 원자로 냉각을 위한 비상 발전기는 고지대에 설치했으나 발전기로부터 전기를 받는 변전설비를 지하에 설치하는 바람에 변전설비의 침수로 냉각수를 공급하는 순환펌프에 대한 전력공급이 차단되어 과열 때문에 원자로 폭발에 이르게 된 것이다. 이때 얻은 교훈은 발전 및 배전설비를 지하에 설치하지 않고 지상 부분에 설치해야 하는 것으로, 당연히 이후 진행되는 지하의 배전설비 및 비상 발전기는 침수로 인해 영향을 받지 않는 고지대에 설치해야 한다. 이는 지하차도 설계 에러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셋째로, 지하 차도로 물이 범람한 원인으로는 미호천교 개축공사를 위해 설치한 임시 제방이 폭우로 물이 불어나자 무너진 점이 지적된다. 이와 관련 임시 제방의 높이가 미호천의 기존 제방보다 낮아 부실 설계 또는 부실시공 가능성도 제기됐다. 행복도시건설청의 반론으로는 임시 제방의 높이는 100년 주기 홍수 높이보다 1m 이상이며, 임시 제방 설치 가능한 곳에 교량이 설치되어 있어 기존 제방 보도만큼 시공할 수가 없었다고 해명을 하고 있어 큰 문제는 아닐 것으로 확인이 필요한 사항이다.

넷째로, 주민들의 침수 참사 직전 경찰(112 신고)과 소방서(119 신고)에 신고가 접수됐으나 후속 대처 및 타 행정기관과의 업무 처리가 미흡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인리히(H.W. Heinrich)는 재해의 발생은 사고요인의 연쇄반응 결과로 발생하며 사고요인 중 한 개라도 제거한다면 사고는 예방 가능하다고 주장하였다. 위 세 가지 요인인 차량 통제, 배수펌프 가동, 임시 제방 설치, 주민신고 후속 처리 중 하나라도 제대로 관리가 되었다면 참사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따라서, 이번 오송지하차도 참사는 인재가 맞다.

천재는 전체 재해의 2% 정도로 천재지변, 불가항력으로 발생하지만, 미리 방지할 수 있고 예견을 통해 예방할 수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안전·보건 조치 의무를 위반하여 인명피해를 발생하게 한 사업주, 경영책임자, 공무원 등 법인의 처벌 등을 규정해 중대재해를 예방하고 시민과 종사자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기 위해 제정되었다. 중대재해는 중대산업재해와 중대시민재해로 나뉘며, 중대시민재해는 공중이용시설 또는 공중교통수단의 설계·제조·설치·관리상의 결함을 원인으로 하여 발생한 재해를 뜻한다.

오송 궁평2지하차도 같은 터널은 ‘공중이용시설’에 해당한다. 중대시민재해는 사망자가 1명 이상, 2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 10명 이상, 3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질병자 10명 이상 등 1가지 재해가 발생하면 안전 관리 책임이 있는 사업주, 경영책임자, 지자체장 등은 경영책임자로서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다만, 법 제정 이후 지금까지 자치단체나 공무원이 중대시민재해로 처벌된 전례는 없다. 신문 기사에 보도된 자료를 종합해보면 오송 궁평2지하차도 침수 참사의 경우 관리상 결함으로 발생한 것이며 중대시민재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이번 참사가 중대재해처벌법이 정한 중대시민재해가 적용될지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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