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충청포럼] 기술이 세상의 중심이라는 착각

김용민 대전대 혜화리버럴아츠 칼리지 교수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입력 : 2023.08.03 13:23
  • 기자명 By. 충청신문
▲ 김용민 대전대 혜화리버럴아츠 칼리지 교수
경제가 어렵다. 아니 경제는 언제나 어려웠다. 이를 극복하는 방법론으로 제시되는 것이 과학기술의 발전을 기반으로 한 산업화이며 우리는 60~70년대 이에 충실했고 80~90년대 발전이라는 결과를 얻었다. 이런 과정 안에서 기술 맹신주의가 태어났다. 더 나은 기술, 더 좋은 기술을 가지고 있으면 좋은 것이라는 진리가 만들어졌다.

이야기의 근거는 명확하지는 않다. 논란이 있을 수 있다. 일제 강점기 경부선철도의 통과노선은 역사의 도시 공주를 지나가는 것이었다. 그 당시 공주는 충청도를 대표하는 지역으로 사람과 자본이 집중되었다. 철도는 접근의 편리성으로 인해 도시중심을 관통해야 했다. 도시를 두 개로 나누는 일은 풍수지리학적으로 용인될 수 없었다. 또한 일제가 시행하는 철도에 대한 반감도 있었을 것이다. 당시는 철도가 가져올 교통혁명을 예측할 수 없었을 것이다. 여전히 기술을 천시하던 시대로 모든 지역문제에 관한 결정은 지역 유지인 양반 유림이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정확한 내막은 모르겠지만 결과적으로 철도는 현재의 대전역을 경유지로 하였고 대전은 번영의 길을 걷게 되었다. 자의건 타의건 철도라는 기술의 쓰임새를 외면한 공주는 상대적으로 소외되었다.

2004년 4월 1일, 우리나라 철도는 KTX라는 이름의 고속철도 시대를 맞이하였다 평균 속도가 300km로 서울-대전 간 이동시간을 1시대로 만들었다. 현대기술의 집약체인 자동차로 2시간 정도의 이동시간을 거의 절반으로 줄였다. 기술혁명의 경험을 우리 국민에게 제공하면서 기술의 중요성을 피부로 느끼게 하고 있다.

철도 기술로 인해 발전만 할 것 같던 대전은 철도 기술로 곤란한 상황이 만들어지고 있다. 대전은 철도 기술로 인해 교통의 중심지가 되다 보니 사람과 자본이 모이고 생산과 유통을 기반으로 한 경제가 활성화되어 과거에는 생각하지도 못한 부흥과 번영을 누리는 도시가 되었다.

그러나 이런 번영과 부흥은 고속철도로 인해 경쟁력을 상실하는 모순을 낳았다. 우리나라 어느 도시가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과 경쟁할 수 있겠는가? 고속철도 기술은 서울과 지방이라는 뚜렷한 지역구분을 허물고 전국을 서울을 중심으로 더 넓어진 수도권, 광역화된 수도권이라는 결과만 낳고 있다.

자! 우리는 철도 그리고 고속철도라는 새로운 기술이 우리 사회를 변화시켰다는 것에 공감하고 있다. 이견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변화를 바라보는 시각은 둘로 나뉜다. 나쁜 쪽으로 변화시켰다는 비관론과 좋은 쪽으로 변화시켰다는 긍정론이 그것이다. 서로 맞다 틀리다로 다툴 것이 아니라 비관론의 지적을 잘 새겨 잘못된 점을 고치는 노력이 있으면 될 것이고, 긍정론의 언급을 잘 듣고 더 발전적인 모습으로 실천하면 될 일이다.

이처럼 기술은 사회를 변화시키는 힘이 있다. 그러나 기술이 가져온 변화를 무조건적으로 숭배할 일만도 아니다. 첨단이라는 기술, 편리함을 가져온 기술이 오히려 인간을 위협하는 역습의 상황을 만드는 것도 흔히 볼 수 있고 현 시점에서 누구나 경험하고 있는 일이다.

기술발전으로 사람의 편리함이 과거 아날로그 세상과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열쇠로 디지털 세상에서 사라져가는 것들 중 하나가 되었다. 사회생활을 하는 누구나 집이라는 공간이 있다. 집을 공유하는 가족은 반드시 같은 열쇠를 갖고 있다. 열쇠는 마법을 부린다. 출근의 시작점이자 퇴근의 종착점, 세상이라는 험난함과 가정이라는 따뜻함을 구분짓는 경계선인 대문(현관)을 통과하는 마법이 그것이다.

오늘날 대문(현관)은 아날로그 열쇠가 아닌 디지털 비밀번호로 바뀌었다. 눈에 보이는 열쇠, 주머니에 항상 가지고 다니는 열쇠는 비밀번호라는 디지털기술로 바뀌었다. 최근 필자의 집 디지털도어락이 고장이 났다. 집밖에서 집안으로 이동이 불가능했다. 아날로그였다면 열쇠를 이용해 쉽게 해결할 일이었다. 그러나 묵묵부답인 디지털도어락을 붙들고 주말이라 언제올지 모르는 전문가를 하염없이 기다리는 상황은 무엇으로도 설명이 안되는 상황이었다.

사람이 기술을 만든다. 그리고 기술은 사람의 생활을 바꾼다. 이 중심에는 기술이 아닌 사람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기술의 개발에 있어 사람을 중심에 둔 기술개발, 사람을 이롭게 하는 기술개발이어야 한다. 기본이 무시된 기술개발은 결과적으로 사람에게 상처를 입히며 이를 극복하는 데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된다. 명심하자! 사람이 중심이다.

저작권자 © 충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충청신문기사 더보기

하단영역

매체정보

  • 대전광역시 중구 동서대로 1337(용두동, 서현빌딩 7층)
  • 대표전화 : 042) 252-0100
  • 팩스 : 042) 533-7473
  • 청소년보호책임자 : 황천규
  • 법인명 : 충청신문
  • 제호 : 충청신문
  • 등록번호 : 대전 가 00006
  • 등록일 : 2005-08-23
  • 발행·편집인 : 이경주
  • 사장 : 김충헌
  • 「열린보도원칙」충청신문은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 노경래 (042-255-2580 / nogol69@dailycc.net)
  • Copyright © 2024 충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dailycc@dailycc.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