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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속으로] 가을에 봄의 향기를…

이윤아 국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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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3.08.28 15:09
  • 기자명 By. 충청신문
▲ 이윤아 국악인
필자가 처음으로 박동진 판소리 전수관 전수생으로 입문했을 당시 처음 배웠던 판소리는 춘향가였다. 판소리에 문외한이었던 필자는 춘향가 하면 학교 교과서에 나오는 '사랑가'만 알았던 시절이었는데 춘향가를 처음 접하며 음과 박자를 그저 외우기 바쁘다가 어느 날 스승님께서 "덮어놓고 소리를 하면 안 된다"라는 말씀을 하신 적이 있다. 이 말은 자신이 부르고 있는 소리의 내용을 파악한 후 곡을 해석해서 의미를 전달하라는 말씀이었다. 워낙 유명한 소설인지라 춘향전에 대한 내용은 알고 있었지만 소리의 감정을 실어 전달하기에는 작품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한 게 사실이었다. 그때부터 관심을 가지며 춘향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려 애썼던 기억이 난다.

춘향전은 필자가 알고 있던 내용 보다 더욱 많은 의미와 이야기들을 담고 있었다. 남원 퇴기 월매의 딸 성춘향과 남원부사의 아들 이몽룡 간 신분의 차이를 넘어선 사랑 이야기를 담은 한국 고전 소설 춘향전은 단옷날 이몽룡이 광한루에 봄 구경을 나갔다가 그곳에서 그네를 타고 있는 춘향을 발견하며 시작된다. 춘향의 아름다움에 첫눈에 반한 이몽룡은 방자를 시켜 춘향을 데려오게 하지만, 춘향은 그에 응하지 않았고 이몽룡은 그날 춘향의 집으로 찾아가 월매에게 춘향과 백년가약을 맺겠다고 맹세한다.

그렇게 춘향과 몽룡은 부부의 연을 맺었지만 몽룡의 부친이 남원부사 임기가 끝나 남원을 떠나게 되고 이몽룡과 춘향은 이별을 맞이하게 된다. 그 후 새로 부임한 변학도는 기생들을 불러 모아 잔치를 벌이게 되는데 천하일색이라 소문이 자자한 춘향을 불러들이게 된다. 변학도는 춘향의 모습을 보고 첫눈에 반하게 되어 수청을 들라 명하지만 춘향은 자신은 일부종사해야 한다며 거절한다. 이에 춘향은 모진 고문을 당하게 되고 결국 옥에 갇히게 된다.

한양으로 떠났던 춘향의 낭군 이몽룡은 장원급제를 하게 되어 암행어사로 다시 남원에 내려오게 된다. 이몽룡은 변학도의 횡포와 춘향이 겪은 모든 일들을 알게 되고 변학도의 생일 잔칫날 몽룡은 암행어사로 출두하여 변학도와 그 무리들을 포박해 잡아들인다. 옥에 갇히어 몽룡을 생각하며 힘들게 버티고 있던 춘향에게 이몽룡은 자신의 정체를 숨기며 자신의 수청을 들라고 명한다. 춘향은 일부종사를 말하며 거절하게 되고 감동한 이몽룡은 자신인 걸 밝히며 둘은 재회하게 되어 행복하게 산다는 이야기이다.

신의, 권선징악 등 많은 교훈을 담고 있는 춘향전은 대중들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아 춘향을 소재로 한 작품을 소설,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공연 등 다양한 매체에서 찾아볼 수 있다. 당연히 국악에 관한 작품을 통해서도 익숙하게 감상하고 볼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요즘에는 춘향에 관한 소재로 다양한 해석을 하며 생각지도 못한 접근으로 국악의 또 다른 매력을 보여주는 작품들이 많다.

올해에도 어김없이 춘향을 주제로 한 작품이 많이 등장했다. 그중 필자가 관심 있게 보는 작품이 있는데 국립 정동극장 예술단의 무용극 '춘향 날개를 뜯긴 새'이다. 이 작품은 사랑과 저항의 키워드를 두었다고 한다. 사랑의 키워드는 환경적으로 다르지만 춘향과 몽룡이 구속되어 살고 있는 각자의 삶 때문에 자유롭게 날지 못하여 날개를 뜯긴 새와 같아 이 것이 둘의 공통점이 되어 사랑의 에너지를 더 크게 만들어 준다고 해석했다. 저항의 키워드는 변학도의 모진 고문으로 춘향의 날개를 뜯어버린 당시의 제도와 문화, 편견과 부조리에 맞서 싸우는 춘향의 의지와 용기, 내면의 변화를 몸짓으로 해석하였다고 한다.

또한 '춘향 날개를 뜯긴 새'는 대사가 없는 대신 국악기들로 언어를 표현하였다고 하는데 이 부분이 새롭고 신선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춘향의 언어를 표현하는 대금, 숨결을 표현하는 소금, 생각을 표현하는 해금, 이몽룡의 따뜻함과 간절함의 언어를 표현하는 피리, 변학도의 권력과 포악함의 언어는 철현금과 태평소로 표현하였다고 한다.

뮤지컬 전문 창작진과 전통 연희의 만남으로 노우성 연출과 강학선 작곡가, 안대천 연희예술가, 이규운 안무가를 통해 재해석된 오롯이 몸짓으로 표현한 무용극 '춘향 날개를 뜯긴 새'는 국립 정동극장에서 지난 5월 18일~20일 3일간 처음 선보였고 해남과 김해를 거쳐 대전에서 9월 23일 마지막 공연을 앞두고 있다.

1인칭 춘향의 시점으로 춘향의 내면을 더욱 극대화하여 사랑과 저항정신의 메시지를 담아내었다는 '춘향 날개를 뜯긴 새'로 가을에 문턱에서 봄의 향기를 함께 느껴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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