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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포럼] 주면 꼭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김용민 대전대 혜화리버럴아츠 칼리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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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3.09.07 17:47
  • 기자명 By. 충청신문
▲ 김용민 대전대 혜화리버럴아츠 칼리지 교수
서구 사회의 사상적 기초로 사회계약론이 있다. 이를 정의해 보면 “사회는 실체가 없이, 오로지 개별 구성원들의 계약에 의해 유지되는 인공적인 허상에 불과하다”는 것이 핵심이다. 사회계약론적 시각은 사회구성원의 동의 없이는 사회 체제가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에 사회구성원 간 합리적인 계약으로 사회의 모습을 바꾸면 빈부격차 등 다양한 사회 문제의 해결이 가능하다고 한다. 이는 민주주의 근간이며 뼈대가 되어 왔다.

그러나 이런 사회계약론이 자본주의와 만나면 합리성은 변질된다. 가진 사람과 가지지 못한 사람과의 합리적인 계약 즉, 계약 당사자 간 공정한 계약관계가 성립되지 않기 때문이다. 오늘날을 사는 우리는 이런 합리적이지 못한 계약, 공정하지 못한 계약을 너무 많이 목격한다. 그리고 언제나 피해를 보는 쪽은 가지지 못한 약자이다.

그러면 이렇게 합리적이지 못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합리적인 계약을 가능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바로 절대 권력자인 국가의 개입이 있어야 한다. 건강한 자녀와 아픈 자녀가 있다고 치자. 아버지는 또는 어머니는 아픈자녀에게 좋은 음식과 따뜻한 잠자리를 건강한 자녀보다 더 많이 제공한다. 이를 합리적이지 못하다고 누가 이야기 할 수 있겠는 가?

그러나 우리 사회의 사고는 여기에서 머무르는 것 같다. 제3자의 시선 그리고 부모의 시선으로 만 본다면 이는 합리적일 수 있으나 건강한 자녀의 입장에서 본다면 합리적이라 말 할 수 있을 까? 누가 아프라고 강요한 것은 아니니 말이다.

현 시점에서 배려와 양보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해 보자. 계약관계로 사회를 본다면 배려와 양보의 미덕은 존재하지 않는다. 서로 간 계약을 하고 계약을 파기하는 일만 있을 뿐이다. 사회를 구성함에 서구 식 시각으로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와의 계약관계로 사회를 본다면 갈등만을 낳을 뿐이다. 걱정스럽다. 부모와 자식의 관계까지 계약의 관계로 보는 사례들이 곳곳에서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자식 1명을 대학까지 졸업시키는 데 2억원 정도가 든다고 한다. 2억원을 투자했으니 이자 포함 3억을을 갚으라고 할 수는 없는 일이니 말이다.

법보다 상식이 통하는 사회여야 한다는 어느 법학자의 이야기가 떠 오른다.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를 계약의 관계로 보지 말고 양보와 배려의 미덕으로 보면 어떨까한다. 가진사람이 덜 가진사람에게 양보하고 또 양보받음에 감사하고 고마워하는 그런 세상말이다.

요즘 교권이 무너졌다는 말들을 많이 한다. 거래관계와 계약관계로 선생님을 취급하니 고발과 고소가 난무하는 학부모들이 등장하는 것이다. 세상일이 모두 주고 받는 형태를 가지진 않는다. 대부분의 선생님들은 주고 또 주고 더 주지 못해 미안해한다. 선생님은 직업이 아니라 생각한다. 부모가 직업이 아니 듯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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