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시간이 된다는 딸이 여행을 가잔다. 엄마를 쉬게 해 준다며 갈 곳을 정하라 한다. 아기 데리고 어디로 갈 수 있을까. 아직은 코로나가 곳곳에서 기승을 부리는데 갈 곳이 마땅하지 않다. 그냥 아빠가 일하는 대천으로 가자고 했다. 곧 다가올 아빠의 생일이니 그냥 생일 국이나 끓여 먹자고. 언제였던가. 차를 몰고 전국을 떠돌며 혼자만의 여행에 푹 빠
대한민국은 문화선진국이다. 우리나라는 세계를 선도하는 문화국가로 발돋움하고 있다. 이러한 문화 선도의 배경에는 우리 민족이 가진 문화적 저력과 훌륭한 민족성이 있었음을 놓쳐서는 안 된다. 우리는 이미 세계문화유산을 다수 보유한 국가이면서, 전통유산에 대한 긍지와 자부심을 가지고 전승을 하는 문화민족이기 때문이다. 수천 년간 이 땅위에서 산 선조들이 이루어놓
가을이 떠나가고 한다. 한동안 내 마음을 흔들어 놓았던 단풍은 져버리고 앙상한 가지가 쓸쓸하다. 지난주 단풍이 절정이던 때 대학 은사님을 만났다. 80이 넘으신 교수님은 마지막 삶을 정리하는 시간이라며 만나고 싶은 제자들 얘기를 했다고 한다. 곁에서 가까이 살고 있던 후배가 인터넷을 통해 나를 찾았고 연락이 끊긴지 30여년 만에 만나 뵈었다. 상상했던 것보
장마로 인해 물난리가 나고 태풍이 곳곳을 휩쓸고 간 지난여름. 무던히도 더워 힘들게 하던 세월은 어김없이 또 다른 계절을 내게 보내온다. 꺾꽂이로 심은 국화가 향기를 내 뿜으며 자태를 뽐내고 있다. 힘들었던 시간을 위로하듯 방긋 웃는다. 막냇동생이 왔다. 국화꽃을 사이에 두고 고생하는 동생하고 차 한잔을 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내가 누나한
홍성군 결성면에는 예로부터 농사일을 하면서 부르던 민요, 즉 ‘농요’가 대대로 전승되어 왔다. 농요는 농업노동요를 줄여서 부르는 말로 우리나라 민요 중에서도 일노래인 노동요의 한 가지이다. 노동요에는 농업노동요 외에도 어업노동요 임업노동요 등 일의 종류에 따라 나뉜다. 농요는 우리나라 농사공동체 속에서 발달되어 온 노동요라 할 수 있다. 농요는 농사일을 하
[문화속으로] 가을입코스모스 꽃이 예쁜 가을입니다. 여름내 폭양에서 비바람을 이기고 천둥을 견디더니 햇살처럼 따스한 꽃이 뚝방을 환하게 물들입니다. 그리고 저기 출렁이는 황금물결 가운데 탐스럽게 영근 채 고개 숙이고 있는 벼이삭 또한 아름답습니다. 참으로 오랜만에 엄마에게 편지를 씁니다. 잘 지내시고 계신가요? 아버지도 여전하시구요. 이곳은 엄마가 듣
아주 강력하고 힘이 센 녀석이 우리나라에 온단다. 최남단 제주를 시작으로 북쪽을 향해 올라오면서 세찬 비바람으로 몰고 국민을 불안에 떨게 한다. 이름도 어려운 힌남노 태풍이다. 녀석은 주변의 모든 기운을 빨아들여 괴물이 되려고 한단다. 얼마 전 장마로 피해를 많이 본 우리에게 다시 또 아픔을 주려고 한다니 자연 앞에 너무 작고 나약한 존재가 인간임을
태평무는 우리나라의 평안과 태평성대를 기원하며 왕과 왕비가 추는 춤이다. 궁중에서 추는 춤을 정재라 하고 민간에서 추는 춤을 민속춤이라고 하는데, 이 태평무는 민속춤으로 분류된다. 태평무는 일제강점기 국태민안(國泰民安)을 소망하며 예인 한성준(韓成俊, 1874~1941)이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춤이라 할 수 있으며 국가무형문화재로
이번 추석은 모처럼 명절분위기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귀향길은 휴게소에서 음식을 먹을 수 있으니 좋고, 사적모임은 인원제한도 없기에 시댁에 들려 친정 언니네까지 다녀오리라 마음먹었다. 그런데 더 쓸쓸한 추석 연휴가 되고 말았다. 결혼해서 우리와 첫 명절을 보내게 된 사위와 딸이 근무라고 했다. 거기에 작은아이는 얼마전 긴급 수술을 받았는데 그 후유증으로 병가를 받아 휴식을 취하고 있어 함께 하지 못했다.남편이 무녀독남이라 단출한 가족인데 아이들까지 오지 않으니 그 빈자리가 너무 컸다. 차례를 지내고 마당에 나가니
고양이 손도 빌린다는 농번기다. 시골의 여름은 새벽부터 하루의 일과가 시작된다. 어둠이 채 가시기 전인데도 경운기 소리가 요란하다. 해가 중천에 떠야 일어나는 내게는 한밤중인데.시골 사람들이 바쁘게 사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기억 저편의 기억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여름이 되면 엄마는 새벽부터 밭으로 향했다. 식전 일을 해야 덜 덥다며 어둠이 깔린 길을 내달아 밭으로 갔다.햇살이 머리 위에 비칠 때 돌아오신 엄마는 온몸이 땀에 옷이 흥건히 젖은 지쳐 모습이었다. 미리 준비해둔 아침밥을 차려서 우리를 등교시키고 다시 밭으로 향했다.장마철
올 여름 유난히 심했던 폭염과 폭우는 안그래도 코로나로 뒤숭숭한 사회에 더욱 큰 고통을 가중시켰다.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라 유럽에는 500년 만의 가뭄이 찾아왔고 맹렬한 더위에 여러 사건, 사고가 많았으니, 전세계인들은 올 여름이 그저 무사히 지나가기를 소원하고 있을 듯하다. 올해 8월 23일, 그러니까 오늘은 절기로 열네 번째 오는 처서(處暑)이다. 처서는 입추(立秋) 다음의 절기로 더위가 그친다는 뜻을 담고 있으니 여름을 힘겹게 나고 있는 우리들에게 반가운 날이 아닐 수 없다.예전 세시풍속의 절기는 농사력에 맞추어 지낸 것이기는
이번 주와 다음 주가 휴가의 절정이라고 한다. 코로나환자가 연일 늘어나고 있는데도 사람들은 지쳤는지 아님 무디어졌는지 지난해처럼 코로나로 인해 휴가를 포기한다는 사람은 별로 없는 듯하다. 군산에 사는 언니도 조카들이 내려온다며 계곡이라도 다녀오자고 전화를 했다. 작년휴가에는 내가 가면 사적모임에 위배된다고 오지 말라고 했던 것과는 사뭇 다르다. 가겠다고 약속을 했는데 직원 두 명이 동시에 코로나에 결려 대신 근무를 해야 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출근을 했더니 시니어클럽에서 파견 나온 주민 분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 기관에 와서 오
꽃 잔치를 벌이던 봄이 지나간 자리에 녹음이 짙어졌다. 장미가 녹음 위에서 활짝 웃으면 깊숙한 유월이다. 봄이 짧아지고 여름이 길어진다더니 봄다운 봄은 느끼지 못하고 곧바로 더위하고 맞닥뜨리게 된 것 같다. 하늘하늘한 봄옷을 입고 나들이하고 싶었는데 너무 빨리 가버려 아쉬움에 내년을 기약해 본다.전 세계를 강타한 역병의 기세가 수그러들자 결혼식이 줄을 잇는다. 남동생의 딸이 결혼하더니 여동생의 아들도 바로 결혼을 한다. 친구의 자식들, 친척의 아이들, 지인들 자식의 청첩장이 기다렸다는 듯 날아온다. 손녀 양육으로 참석하지는 못하고
충청도는 예로부터 기호유학의 산실로 양반들이 대대로 살았다. 양반들의 이념과 사상은 주로 유학을 바탕으로 하고 있어서 예의염치를 따지기 좋아했고, 충청도 양반들 역시 체면을 중시하고 명분을 앞세우는 것은 다른 지역못지 않았다. 하지만 충청도 양반들은 기질상 대놓고 논리나 이익을 따지기보다는 상대방이 미리 그것을 알게끔 하여 큰소리 나지 않게 문제 해결을 하는 지혜가 많았던 것같다.판소리 ‘춘향가’의 산세타령에는 ‘경산도 산세는 산이 웅장하기로 사람이 나면 정직하고, 전라도 산세는 산이 촉하기로 사람이 나면 재주있고, 충청도 산세는
문학회 단톡방에 번개팅을 한다고 모임회장이 글을 올렸다. 이맘때 한 번씩 있는 일이라 일정을 비웠다. 30년이 되어 가는 문학회 소모임이다. 모임 초대 회장님을 맡았던 그분은 우리가 함께한 오랜 세월 동안 여름이면 옥수수를 쪄놓고 기다리신다.처음 만난 것이 1994년 백일장에서였다. 그분은 장원을 했고 난 참방을 했다. 시상식에 갔더니 초록 치마에 분홍저고리 한복을 입고 계셨는데 혼자만 한복을 입으셨기에 눈에 띄었다. 장원을 하셨기 때문인지 당당해 보이고 당선 소감도 너무 잘하셨기에 그 시상식이 오래 기억에 남았다. 지금도 가끔 그
사람의 취미는 종류는 얼마나 될까. 티브이를 보면 상상할 수도 없던 취미가 있음을 알게 된다. 별난 취미를 갖고 있는 사람을 보면 그냥 대단하다란 생각이 든다. 내가 잘하는 것이 무엇이며 어떤 취미를 갖고 있는지 헷갈릴 때가 많다. 여러 가지 취미랍시고 손을 대 보지만 잘하는 건 없고 그냥 조금 즐기는 정도에서 그치게 된다.외출 기회가 줄어든 요즘. 일요일 오전이면 아이들과 아빠가 함께하는 프로그램을 본다. 손녀를 키우며 너무 뒤처지는 게 아닐까하는 노파심에 요즘 젊은 사람들의 양육방법을 보고 배우기 위함이다. 요즘 젊은 아빠들이
충남 홍성군 결성면 읍내리에 있는 결성향교는 충청남도 기념물 제134호로 지정되어 있다. 지금은 아주 작은 면 소재지이지만 조선시대 결성은 포구와 장시가 번성하고 문화예술이 약동하던 내포의 주요 도시 중 하나였다. 결성읍성이나 결성동헌, 결성향교의 존재가 바로 그것을 말해준다. 이 중 결성향교는 고려시대부터 마을의 교육을 책임지던 교육기관으로 향시가 치러지던 곳이었다.조선시대의 향교는 당대 국립교육기관이었고 유교교육의 산실 역할을 하였다. 중앙정부의 지원 아래 각 지방의 수령들이 운영하였다. 향교의 유생은 평민 이상의 신분으로 입학
집 옆에 공원으로 운동을 나갔다. 오늘따라 삼삼오오 떠들며 노는 아이들의 모습이 보기 좋다. 소리를 지르고 심한 장난으로 주위를 어수선하게 하는데도 오늘은 그저 그들이 예쁘기만 하다. 여름 한 철에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해가 길어서 학교와 학원을 다녀오고도 친구들과 놀 수 있는 시간이 있으니 좋아서 저런 걸 거다. 나의 어릴 때도 우리 동네 초등학생이 50명이 넘었다. 여름이면 당산나무 아래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다가 엄마가 밥 먹으라고 길게 부르면 집으로 돌아가고는 했다.6월과 7월을 가장 좋아한다. 해가 지고 난 후에도
신록이 아름다운 5월을 사랑한다. 바람이 살랑 불어 연둣빛 이파리를 가볍게 흔들면 내 마음은 어느새 이파리 속으로 들어가 있다. 봄의 한가운데에서 희망이 내 가슴에 가득 차게 되는 것은 작은 이파리들의 춤사위 때문일 거다.포항 살 때 부처님 오신 날 찾은 작은 암자. 화창한 날씨에 봄바람이 부드럽게 부는 산신각 뒤를 돌아가 서서 바라보니 큰절 앞 못에 비친 초록의 물결과 반짝이는 이파리가 나를 선경에 든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게 했다.그 후로 부처님오신 날 참배를 마치면 산사 주변을 거닐며 나뭇잎과 사랑을 나누었다. 5월만 되면 연
지방 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다. 현대의 정치는 지역 자치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중앙 선거 못지않게 지방 선거가 중요하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지역의 삶을 더 풍요롭고 행복하게 해줄 일꾼들을 잘 뽑아야 하는 것이니 심사숙고 해야하는 숙제다. 후보들은 각자 자신의 공약을 내세우며 여론 몰이가 한창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어느 당을 찍을지를 고민하기보다, 어느 후보가 지역문화를 위해 일할 수 있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정치는 어떻게 하면 국민들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는가에 대한 해답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삶에는 먹고 사는 경제적
갑자기 세상과 일주일 격리란다. 그것도 기침과 몸살을 동반한 반갑지 않는 격리다. 오미크론 유행이 최정점을 지났고, 코로나19 방역이 풀리면서 여행지마다 사람이 가득한데 마지막 기차를 탔다. 일주일의 일정표를 보니 매일 한 두건씩 채워져 있다. 전화를 돌려 코로나 양성판정을 받았다고 했더니 어차피 한번은 걸리고 지나가야 하는데 잘됐다고 하는 사람도 있었고, 야외에서 마스크도 벗는 이 시점에 감염이라니 억울하겠고 하는 사람도 있었다.남편은 큰아이 결혼식을 앞두고 차라리 잘됐다며 숙제하나 해치운 기분으로 견디라고 한다. 코로나 양성판정
시간이 많다 보니 지난날을 반추하는 시간이 많아진 것 같다. 사람들은 여행도 간다는데 우린 언감생심이다. 집안에서만 생활하다 보니 생각이 더 많아진 것 같다. 시골아이들이 먼 거리를 걸어 등교하는 모습을 티브이에서 보았다. 힘들게 등교하면서도 희망을 품은 그들을 모습이 대견해 보인다. 나도 저런 때가 있었는데.초등학교 가는 길은 모랫길을 지나 강을 건너야 하는 조금은 힘든 길이었다. 여름에는 신발을 손에 들고 첨벙거리며 지났다. 장난도 치고 모래 속에 숨어있는 물고기를 잡으려 손가락을 모으기도 했다. 한번은 큰물이 진 적이 있다.
벚꽃이 지는 자리에 연둣빛 새싹이 나오고 아파트 단지 내 꽃잔디가 아름답게 만개했다. 걷다 보면 하얀 조팝이 반기고 철쭉꽃이 아름다워 한동안 걸음을 멈추기도 한다. 봄은 이렇게 깊어 가고 있다. 짧은 봄날은 꿈처럼 왔다가 꽃멀미 만 남기고 언제나처럼 떠나려나 보다.코로나 감염을 조심하느라 점심은 도시락을 싸 와서 먹고 있다. 젊은 직원들도 학교 다닐 때 생각도 나고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며 반응이 좋다. 각자 반찬을 가져오고 밥은 즉석밥을 이용해도 되니 번거롭지도 않다. 편리한 세상에 살고 있음이 분명하다.가장 좋은 반
봄이 한창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꽃잔치가 열리고, 나무들은 새롭게 기운을 얻고 푸른 잎을 쏟아내고 있다. 봄이 가지고 있는 이러한 생명력 때문에 우리는 많은 표현들을 ‘봄’을 빌어 노래하곤 했다. 일제강점기 시절 빼앗긴 땅을 노래했던 이상화 시인도 ‘독립’의 도래를 ‘봄’에 빌어 우리의 울분과 고통을 표현하지 않았던가.봄은 ‘이상’과도 연결된다. 무릉도원은 복사꽃 만발한 봄날의 풍경을 이상으로 그린다. 그리고 그 무릉도원이 있는 곳은 산 속이다. 꽃이 피고 새가 우는 곳 ‘청산’의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청산을 노래한 고려시대의 가요
집 뒤편 야생화밭에 나가보았다. 겨울을 지나고 있는 밭이 황량하다.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보니 낙엽 속에서 여린 새싹이 뾰족이 나오고 있다. 어떤 역경에도 굴하지 않고 변화하는 계절이 부럽다.새싹들이 땅을 헤집고 나오려 하는 계절이다 보니 땅의 기운이 흩어져서일까. 내 몸의 기운도 흩어지는지 힘이 없고 이곳저곳이 아파온다. 봄마다 겪는 일이다. 작년 초부터 손가락이 아프더니 시간이 흐를수록 팔까지 쑤시고 밤에는 마비가 온다. 잠을 설치기도 하고, 자다 일어나 손을 주무르기도 해야 한다.옛날 어른들이 손목에 병이 나서 고생하는 것을 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