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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속으로] 개와 늑대의 시간

강희진 음성예총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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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2.06.13 14:39
  • 기자명 By. 충청신문
▲ 강희진 음성예총 회장

집 옆에 공원으로 운동을 나갔다. 오늘따라 삼삼오오 떠들며 노는 아이들의 모습이 보기 좋다. 소리를 지르고 심한 장난으로 주위를 어수선하게 하는데도 오늘은 그저 그들이 예쁘기만 하다. 여름 한 철에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해가 길어서 학교와 학원을 다녀오고도 친구들과 놀 수 있는 시간이 있으니 좋아서 저런 걸 거다. 나의 어릴 때도 우리 동네 초등학생이 50명이 넘었다. 여름이면 당산나무 아래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다가 엄마가 밥 먹으라고 길게 부르면 집으로 돌아가고는 했다.

6월과 7월을 가장 좋아한다. 해가 지고 난 후에도 오랫동안 어두워지지 않는 그 시간이 좋다. 프랑스 관용어로 ‘개와 늑대의 시간’이라고도 하는데 완전히 어둡다고도 그렇다고 밝지도 않은 오묘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시간이며 여름에 피는 꽃 향기가 매우 강한 시간대라고 한다.

6월 21일이 24절기 중에 열 번째에 해당하는 절기 하지이다. 하지가 지나면 약 1분씩 해가 짧아져야 하는데 하지부터 시작해 보름 정도까지는 오히려 해가 일 분씩 늘어난 느낌이었다. 늘 그게 궁금했었다. 그러다가 백야현상에 관해 공부하면서 ‘우리나라도 혹시 조금은 영향을 받지 않을까? 생각하다가 그럴 것이다’로 결론을 내렸다.

백야현상은 대략 48° 이상인 고위도 지방에서 한여름에 태양이 지평선 아래 18° 이하로 내려가지 않게 되면서 생긴다. 간단히 말하면 해가 지지 않아서 밤에도 어두워지지 않는 현상이다. 북극 지방에서는 하지 무렵에, 남극 지방에서는 동지 무렵에 일어나며, 가장 긴 곳은 6개월이나 계속된다. 반대로 극지방에서는 겨울철에 오랫동안 해가 뜨지 않고 밤만 계속되는 현상이 나타나며 극야 현상이라고도 한다. 백야와 극야는 지구의 자전축이 23.5도 기울어져 있어서 나타난다. 북극이나 남극 지방은 여름이면 태양 쪽으로 기울고, 겨울이면 태양의 반대쪽으로 기울기 때문에 계속 낮이 이어지고 또는 밤이 이어지는 것이다.

위도에 따라서 백야현상이 생긴다는 것은 남북에 따라서 기후가 달라지는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위도는 지구를 가로지르는 선이고 경도는 세로 선이다. 지구는 구(球)에 가까운 타원체이며, 자전축이 23.5° 기울어진 채 자전 및 공전을 하므로 지역마다 받게 되는 태양에너지가 달라진다. 평균적으로 적도 지역이 태양에너지를 가장 많이 받으며, 극지방으로 갈수록 연중 태양에너지를 받는 양이 적어진다. 이로 인해 적도에서 극지방으로 갈수록 평균기온이 낮아지는데, 여기에 수륙분포·해류·지형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다양한 기후들을 형성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적도에서 극지방으로 가면서 열대기후-건조기후-온대기후-냉대기후-한대기후 순으로 나타나는데, 여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위도에 따라 전달되는 태양에너지의 차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위도에 따른 기후의 차이는 그 지역의 식생(植生)·토양 등 자연환경에도 영향을 끼치며, 이는 또한 문화의 차이를 가져오게 되는 기본 요인으로 작용한다.

우리나라는 세로가 길고 가로는 짧아서 남북 간 기후 차이가 크게 난다. 참고로 우리나라의 38° 선도 위도를 나타내는데 제주도의 부속 섬인 마라도는 위도 33°이며, 최북단은 함경북도 온성군 유원진은 위도 43°이다. 46°부터 백야현상이 나타나니 우리나라도 조금은 그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하지부터 보름까지의 시간을 혼자 단정 한 것이다.

열심히 걷고 있는데 낯선 전화가 왔다. 받아보니 제주도로 신혼여행을 간 사위였다. 지금까지 전화번호를 모르고 있었다. 큰아이와 연애를 3년이나 하고 결혼을 했는데 내가 무심한 것인지 우리 사위가 무심한 것인지 웃음이 나온다. 이제는 자주 통화를 해야 할 가족이 됐으니 얼른 ‘우리 사위’로 저장을 했다. 오늘도 ‘개와 늑대의 시간’을 즐긴다. 저 너머에서 오는 실루엣이 나에게 충성하는 개인지 나를 해치러 오는 늑대인지 분간이 어려운 오묘한 시간대, 잠깐인 이 시간을 마음껏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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