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지
익숙해져 버린 거센 풍랑은
이제 내게 감성의 바다이며
번개와 늘 함께 대동하는 장대비도
내겐 시원한 탁배기 한잔 생각나는 시간이요
텅 빈 벌판에 나 홀로 외로이 서 있을 때
무자비하게 불어오던 회오리도
이제 나를 에워싸는 포근한 마음의 집이다
나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단련의 벗, 선지식의 벗으로
모진 세월 나와 함께 하였음에
그 모든 것이 오히려 나를 지탱하도록 도와준
소중한 삶의 방패막이였다는 것을 알아갈 무렵
그제야 진정 용서와 포용의 눈물이 복받쳐 흐른다
그 모든 것이 나로 비롯되었음을 인정하기까지
수도 없이 넘어지고, 생채기를 남기던 시간이었지
비움으로써 더는 허물 것이 없는
나 스스로가 단단한 바람이 머물 수 있는 집이 되어줄 때
비로소 주위를 비춰가는 태양으로 거듭난다는 것을
이제 조금은 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