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신문=대전] 고지은 기자 = "아버지 산소 가는 길이 너무 험하고, 나이가 들어 묘지 관리도 여의치 않아 윤달에 맞춰 유골을 저희 집과 가까운 납골당에 모시려고 했는데 화장장 예약이 너무 어렵네요."
3년 만에 돌아오는 윤달을 앞두고 대전지역 내 화장·이장 예약이 쇄도하고 있다.
음력에서 평년의 12개월보다 1개월 더 보태지는 윤달은 예로부터 '송장을 거꾸로 세워도 아무 탈이 없다'고 전해질 만큼 무탈한 달로, 수의 제작, 개장, 이사 등의 적기로 여겨왔다. 이에 따라 화장장 등 장묘업계가 특수를 맞고 있다.
또한 장사문화가 급속히 변화하면서 화장을 선호하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되고, 번거로운 묘지 관리를 꺼리는 젊은 세대의 특성도 영향을 미쳐 윤달에는 유골을 화장해 봉안 시설에 옮기거나 자연장 하려는 움직임이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윤달이 낀 3개년(2014·2017·2020)년 동안 개장 유골 화장 건수는 연평균 9만 1895건으로 평년(5만 2019건)보다 약 2배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올해는 개장 수요가 집중되는 청명과 한식이 포함된 데다 그동안 코로나19 여파로 시행하지 못했던 개장까지 더해져 수요가 더 늘어날 전망이다.
복지부도 윤달기간 화장수요가 급증할 것에 대비해 한국장례문화진흥원이 운영하는 'e하늘 화장예약서비스' 예약 가능 기간을 현행 15일 전에서 30일 전으로 연장했지만 넘치는 수요를 감당하기엔 역부족인 상황이다.
오는 22일부터 내달 19일까지 윤달을 맞아 대전정수원 예약도 '하늘의 별따기'가 됐다.
14일 정수원에 따르면 정수원은 윤달기간 수요가 몰릴 것을 대비해 개장유골 화장을 확대 시행한다. 운영 화장 기계를 11구에서 29구로 늘리고, 4회 운영했던 화장로를 5회차로 증설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날 기준 윤달기간 정수원 개장 유골 화장시설 예약은 모두 마감된 상태다.
정수원 관계자는 "현재 윤달기간 계장유골 화장 예약건은 모두 찼다. 윤달기간에는 자정 예약 동시 접속자가 2000여명에 달하고, 예약 시작한 지 몇 분도 채 지나지 않아 마감된다"며 "정수원 인원·가동 가능한 기계가 한정적이고 인터넷 예약제로 이뤄지는 만큼, 고령자 등 예약에 실패하신 분들의 문의 전화도 많이 온다"고 말했다.
한편, 윤달은 음력에 한 달을 더 보태 양력과의 오차를 보완하기 위한 것으로. 19년에 7번의 윤달을 두는 '19년 7윤법'을 가장 많이 쓰고 있다. 이에 따라 3년에 한 번, 8년에 석 달의 윤달을 맞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