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신문=대전] 윤지현 기자 = "초가가 다 썩어 냄새까지 나요."
5일 방문한 대전 중구 어남동에 위치한 항일독립투사 단재 신채호 선생의 생가.
부식된 이엉이 지붕에 납작하게 붙어 형태를 알아볼 수 없었다.
그 위 군데군데 잡초가 돋아나 있었고, 썩고 말라 문드러진 초가에 파란 바닥도 듬성듬성 보였다.
언제 이엉을 교체했는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고 지붕을 지탱하는 서까래마저 위태로워 보였다.
신채호 선생 발자취를 따라온 한 방문객은 "관리가 전혀 안 돼, 냄새까지 나네요"라며 혀를 끌끌 찼다.
그러면서 "독립운동가의 생가를 이렇게 방치한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생가 주변에는 '국가보훈부지정 현충시설'이라는 안내물과 함께 단재 동상이 자리 잡고 있었다.
신채호 선생은 대전을 대표하는 역사적인 인물이다.
이곳은 그가 태어나 여덟 살 때까지 살던 살림집이다.
1991년 대전시 기념물 제26호로 지정됐으며, 이듬해 생가지 정비와 복원을 위한 발굴을 진행해 주민들의 고증을 토대로 복원됐다.
생가 인근 단재 홍보관에서 근무하는 한 해설사는 "방문객들이 초가지붕에 대해 지적을 많이 하신다"며 "종종 시설관리가 부실하다며 혼이 나곤 한다"고 털어놨다.
대전 출신 독립운동가이자 사학자, 언론인이던 신채호 선생의 생가지 관리 부실로 원성을 사고 있다는 것.
지붕 보수에 관해 묻자 "기념물이라 진행 절차가 까다로운 것으로 알고 있다"며 "시에서 예산 계획을 세우는데 그 시차가 좀 길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시는 지역 대표 역사인물 신채호 선생을 기리기 위한 사업들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왔다.
하지만 이날 확인한 신채호 생가 주변은 무성한 잡초들과 벌레만 들끓어 시의 선양사업을 무색케 했다.
부식된 안채와 곳간채는 한동안 기본적인 관리마저 진행되지 않았음을 여실히 보여줬다.
시는 볏짚 수급 이유로 시설 보수가 미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 관계자는 "2~3년 주기로 정기적으로 교체하고 있다"며 "올해 예산 8000만원을 편성 받아 이제 공사 발주를 올렸다"고 말했다.
이어 "날씨 탓에 볏짚 수급이 미뤄졌다"며 "즉각적인 조처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지속적인 민원에 대해 인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단재 신채호 선생은 "독립이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쟁취하는 것이다"며 무장투쟁 노선을 지지하는 등 사상가로서 한 시대를 풍미했다.
또 의열단의 요청을 받아 '조선혁명선언'을 집필했는데 올해로 백 주년을 맞았다.
"일류경제도시를 위해 매진하며 미래의 초석을 놓고 있는 대전시가 소중한 우리의 과거 자산도 꼼꼼하게 챙겼으면 좋겠다"는 한 시민의 말을 되새겨 들어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