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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기] 휠체어 타고 대전시내버스 타기…곳곳 위험, 부담스런 시선도

'일류교통도시' 목표 민선 8기. 세심한 정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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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3.03.30 16:57
  • 기자명 By. 권예진 기자
▲ 저상버스가 정류장에 진입했으나 불법 정차한 오토바이로 탑승할 수 없었다. (사진=우혜인 기자)
▲ 저상버스가 정류장에 진입했으나 불법 정차한 오토바이로 탑승할 수 없었다. (사진=우혜인 기자)

[충청신문=대전] 권예진·우혜인 기자 = "아 귀찮게…."

휠체어를 타고 버스에 승차한 후 시내버스 승객으로부터 들은 첫 마디다.

충청신문은 29일 저녁 6시 50분 붐비는 퇴근 시간에 맞춰 대전 서구 용문역 부근에서 휠체어를 타고 저상시내버스를 이용해 보았다.

용문역 부근에서 휠체어를 타고 버스정류장으로 가는 길은 100m도 채 안됐지만 많은 요철들로 버스 탑승 전부터 허리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첫 저상버스가 진입하는 게 보였고 손을 연신 흔들며 승차 뜻을 표했으나 버스가 정차하나 싶더니 "오토바이 때문에 못 타요"라며 떠나버렸다.

버스 정차선 안에 불법 주정차한 오토바이 때문에 첫 번째 저상버스를 허망하게 놓친 것.

게다가 휠체어 탑승이 가능한 경계석 위치와 버스 도착시간 및 저상버스 여부를 알려주는 키오스크 간의 거리가 먼 탓에 이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수차례 키오스크를 오가야 했다.

만차였던 다음 저상버스도 지나쳤다.

용문역에서 큰마을 네거리까지는 버스 간격이 5분이 채 안 되지만 휠체어를 타고 버스를 이용하니 20분이 훌쩍 지나서야 버스를 탈 수 있었다.

▲  버스 탑승 후 벨트를 채워주지 않아 휠체어가 불안정하게 움직이면서 손잡이와 휠체어를 꼭 잡고 있다. (사진=권예진 기자)
▲ 버스 탑승 후 벨트를 채워주지 않아 휠체어가 불안정하게 움직이면서 손잡이와 휠체어를 꼭 잡고 있다. (사진=권예진 기자)

버스 탑승 후 "동행자가 있어 벨트는 따로 안 채울게요"라는 버스 기사 말에 휠체어 벨트는 따로 하지 못했다.

벨트를 차지 않아 불안한 마음에 왼손은 손잡이를, 오른손은 휠체어 팔 받침대를 꼭 잡았다.

불안정한 승차감도 무서웠지만 가장 부담스러웠던 건 사람들의 시선이었다.

자동 슬로프가 내려오길 기다린 순간부터 휠체어 바퀴를 고정할 때까지 힐끔힐끔 쳐다보는 승객들의 시선이 따가웠다.

휠체어를 고정하기 위해서는 휠체어 고정장치 위의 의자를 접어야 하는데 해당 의자에 앉아있던 승객들은 "귀찮게"라며 볼멘소리를 내기도 했다.

장애인교통약자이동지원센터가 발표한 2023년 운영통계현황에 따르면 회원가입 인원은 1만 9529명으로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높아지는 장애인콜택시 이용률만 보더라도 이동권에 대한 장애인의 수요는 높은데 저상버스를 이용하는 휠체어 사용 장애인은 만나기 쉽지 않다.

저상버스를 이용하는 과정이 쉽지 않을 뿐더러 승객들의 시선 역시 부담스럽다는 이유에서다.

휠체어를 타고 대전 시내버스를 이용하는 건 휠체어를 이용하지 않을 때보다 훨씬 오래 걸렸고, 힘들었고, 위험했다.

시 관계자는 "3월 중 저상버스 예약시스템을 구축하려 했으나 프로그램 개발이 늦어지면서 오는 7월에 도입할 예정이다. 교통 약자를 위한 사업을 구상할 때마다 도로를 정비하게끔 하게 돼 있는데 정류장마다 시와 구 관할이 달라 문제가 발생해도 즉시 파악하기가 어려운 건 사실"이라고 했다.

덧붙여 "지적사항에 대해서는 관련 부서와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

최근 민선 8기가 실시한 대전 도시브랜드 관련 여론조사에 따르면 '교통'이 최대 강점으로 뽑혔다.

다만 여론조사에서 장애인의 참여 비율은 나와 있지 않았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가 안전하고, 빠르고, 편하게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는 '일류교통도시'를 위해 세심한 정책 발굴이 필요한 대목이다.

▲ 버스 정류장 키오스크를 확인하려 했으나 고르지 못한 인도탓에 접근하기가 쉽지 않다. (사진=우혜인 기자)
▲ 버스 정류장 키오스크를 확인하려 했으나 고르지 못한 인도탓에 접근하기가 쉽지 않다. (사진=우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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