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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응노·박승무 70년만의 해후... 두 벗의 작품세계 한눈에

8월 13일까지 '70년만의 해후: 이응노와 박승무'전1930~1950년대 두 작가 교류 사실 재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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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3.04.24 17:32
  • 기자명 By. 고지은 기자
▲ 24일 오전 이응노미술관에서 열린 '70년 만의 해후 : 이응노와 박승무' 특별전 기자간담회에서 김은정 학예사가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고지은 기자)

[충청신문=대전] 고지은 기자 = "결코 닿을 수 없을 것 같던 두 사람의 세계가 이응노미술관이라는 공간을 통해 다시 만났다."

류철하 이응노미술관장이 24일 열린 '70년만의 해후: 이응노와 박승무' 특별전 기자간담회에서 전시회 개최에 대한 소감을 이같이 밝혔다.

이번 전시는 동양화 6대가 중 한 명인 심향 박승무 탄생 130주년을 맞아 고암 이응노와의 교류를 짚어가며 두 화가의 예술세계를 조명한다.

두 화가는 초기 배움의 단계에서 비슷한 양상을 보였지만, 숙련기를 거치며 서로 다른 작품 성향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들은 점차 모방과 관념적 세계에서 벗어나 현실 풍경·사물을 스케치하는 사생에 심취했다. 여기에서 더 발전해 이응노는 활발하고 자유분방한 운필의 역작을, 박승무는 찬란하고 고매한 품격을 그림에 담아냈다.

이 같이 동시대를 살았음에도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구현한 두 화가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비교 감상할 수 있도록 전시는 2부로 나눠 구성됐다. 1부는 박승무를, 2부는 이응노를 중심으로 작가 호에 따라 시기별 분류했다.

▲ 소하 그리고 심향과 심향
박승무는 호를 따라 세 시기로 구분한다.

소하 시기(1912~1927)는 수련기로 스승에게 전통화법을 익히며 다양한 필법을 구상·묘사하던 시기다. 이후 버드나무를 태워 만든 숯인 유탄을 이용해 사실적 스케치를 시작했다.

'송하주막'은 심향 생전에 남농 허건에게 선물한 작품으로, 작품 왼쪽 하단 인물 옆에 그의 첫 번째 호인 '소하'가 쓰여있어 이 시기에 제작됐음을 알 수 있다. 소나무 아래 나룻배를 탄 청년이 물끄러미 턱을 괴고 있는 장면이 담겨 고즈넉함을 자아낸다.

심향 시기(1927~1940년경)는 전통화법에 따르되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구현해 가는 모색기에 해당된다. 그는 쌀알 모양의 점을 어려 개 찍어 그리는 동양화 기법 '미점준'을 적극 활용해 산·나무를 섬세하게 그리며 기본에 충실한 점묘적 화풍을 지켜 나갔다.

▲ 박승무가 이응노에게 보낸 엽서 3점. (사진=고지은 기자)
▲ 박승무가 이응노에게 보낸 엽서 3점. (사진=고지은 기자)

특히, 1934년경 박승무가 이응노에게 선물한 그림인 '첩첩운산'은 서울에 거주하던 박승무와 전주에서 개척사를 운영하던 이응노의 교류를 증명할 수 있는 작품이다. 화제발 말미에서 '죽사형을 위해 그리다'는 문장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는 11살이 많은 박승무가 이응노를 존중하고 본인을 겸손하게 낮추는 그의 인격적 성숙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심향 시기(1940년경~1980년) 박승무는 변화하는 사계 산천을 집중해 그렸다. 고향인 옥천의 정서뿐만 아니라 그가 오갔던 대전과 광주, 목포 등 남해 풍경이 늘 주제로 등장한다. ‘연패풍범’(1965) 역시 절벽사이로 핀 분홍빛 꽃들로 봄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남해 풍경임을 알 수 있다. 바다 위 돛단배와 절벽 아래 나룻배는 해안의 여유를 한껏 담아냈다.

▲ 죽사 그리고 고암
이응노는 1923년 무렵 스승 김규진으로부터 '대나무처럼 항상 푸르라'는 의미의 '죽사'를 호로 받는다. 이 시기 이응노는 국내(서울·대전·공주·홍성·부여·논산) 뿐만 아니라 일본의 도쿄, 나가노 등을 순례하며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과 자연 풍경을 포착했다.

당시 작품 성향을 잘 담아낸 작품으로는 ‘공주산성’(1940)을 꼽을 수 있다. 이는 이응노가 일본 유학시절 한국에 방문해 그린 그림으로, 12월 추운 겨울, 앙상한 밤나무 가지 사이로 비추는 소나무 잎과 오솔길 옆 풀들로 푸르름을 잃지 않는 겨울 풍경이 담겨 있다. 오솔길 끝 머리에 짐을 이고 걷는 사람을 통해 그 시대 사람들의 일상을 엿볼 수 있다.

▲ 고암 시기 이응노 화백의 작품. (사진=고지은 기자)
▲ 고암 시기 이응노 화백의 작품. (사진=고지은 기자)

고암 시기(1940년대 중반~1989년) 이응노는 실물과 경치를 관찰하고 탐구해 이를 자신만의 조형언어로 해석하고자 했다. 특히 사생을 착수하기 전 먼저 주위 분위기를 잘 살펴 주체적 물체에 정신을 집중시킨 후 각 물체에 주력하는 데 중점을 뒀다.

이같이 한국이라는 공간과 20세기 격변의 시대를 공유한 이응노와 박승무, 두 화가가 교류한 예술적 교감이 이번 전시에 오롯이 담겼다.

류 관장은 "이번 전시를 통해 두 거목의 붓 끝에 투영된 예술세계를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는 25일부터 오는 8월 13일까지이며, 매주 월요일은 휴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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