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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도청 10년, 내포문화 돌아보기] 1-판소리 동편제와 서편제를 만들어낸 '중고제'

판소리의 고향 ①중고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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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2.09.21 13:14
  • 기자명 By. 안순택 기자
▲ 강경 옥녀봉의 김성옥 생가지

 ‘내포’라 하면 충남도청이 있는 ‘내포신도시’를 떠올릴지 모른다. 하지만 신도시는 내포의 지극히 작은 부분에 불과하다. 조선의 실학자 이중환은 ‘택리지’에서 “공주에서 서북쪽 2백리쯤 되는 곳에 가야산이 있다. 가야산 앞뒤 12고을을 내포라 한다”고 했다. 지금의 서산시 보령시 당진시 홍성군 예산군 태안군 등이 해당된다. 이 너른 땅은 땅이 기름지고 바다와 닿아 “한 해 농사지어서 세 해 먹고 살 수 있는” 풍요로운 곳이었다.
여유가 있으니 문화와 예술이 꽃피는 건 당연지사였다. 위로는 경기도에 닿고 아래로는 서천항이 열려 있으니 신문물 신사상의 유입도 활발했다. 새로운 문화는 내포문화 발전에 자양분이 되었다. 독창적인 문화가 탄생하기도 했고 이 가운데는 충청을 넘어 한국의 문화가 되기도 했으니 돌아볼 만하다.
충남도청이 이전한 지도 이제 10년, 신도시가 내포문화를 살찌우고 국내외에 전시하는 문화의 도시가 되기를 이 시리즈에 담는다. (편집자 주)

[충청신문=대전] 안순택 기자 = 사내 둘이 만났다. 사내들의 만남은 종종 재미없는 것이지만 ‘조선창극사’는 이 둘의 만남을 극적으로 묘사해놓았다. 한 사내는 몸이 성치 않아 자리에 앉았고 다른 사내는 문안을 온 모양이었다. 문안을 온 사내가 입을 열었다.

“근래 병세가 어떠하며 과히 고적하지는 아니한가?” 느린 중모리장단을 얹은 문안은 자체로 소리였다.그러자 자리에 앉아있던 사내는 병석의 아픔과 고독을 아주 느릿느릿 소리로 풀어내기 시작했다.

‘조선창극사’가 주목한 건 병석의 사내가 들려준 아주 느릿느릿한 장단이었다. 판소리 장단 가운데 가장 느리지만 씩씩한 소리를 곁들이면 비장미를 더하고 슬픈 소리를 덧붙이면 애를 끓는 진양조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문안을 온 사내가 “조선음악계의 일대 발견”이라고 무릎을 칠만했다.

문안을 온 사내는 송흥록, 훗날 ‘가왕’, ‘동편제의 시조’라 불린 불세출의 소리꾼이었고 병석의 사내는 김성옥, 중고제의 시조가 된 명창이었다.

강경 옥녀봉에는 김성옥의 생가지가 있다. 성옥은 어려서부터 소리신동이란 말을 들었고, 증손자 김세준에 따르면 14세 때 계룡산 토굴에 들어가 10년 간 독공을 해 득음했다고 한다.

성옥이 득음해 소리 잘한다는 소문이 나자 전주 감영에 초청돼 선화당에서 공연했는데 가히 대명창이라는 찬사가 쏟아졌다고 한다.

탄탄대로가 열리는 듯 했으나 그는 심한 학슬풍(鶴膝風·각기병)으로 고생하다 서른넷의 나이에 요절하고 만다. 추위와 배고픔 속에서 무리하게 수련한 것이 화근이었다.

그의 후배, 동료급의 명창들이 판소리 초기 8명창이라는 명예로운 이름을 후대에 전한 것에 견주어 보면, 그들보다 앞서 음악을 완성했던 그가 이름도 없이 스러진 것은 참으로 서글픈 감정이 들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판소리의 예술성을 한 단계 끌어올린 진양조를 창안한 것을 보면 병석에서도 소리공부를 놓지 않았던 것 같다. 혹시 소리를 나름대로 정리하지 않았을까 생각해 보는 것이다.

이선유가 쓴 ‘오가전집’은 판소리의 흐름을 고제-중고제-신제로 표현하고 있다. 신제가 동편제와 서편제다.

병석에서 선배들이 부르고 전해지던 고제 소리에서 판소리의 틀을 짜고 시대의 변화와 요구에 맞게 덧붙이고 다듬어 판소리의 원형을 빚어 내지 않았을까 싶은 것이다. 그게 김정균-김창룡으로 이어지는 김가 소리가문의 소리이고, 김성옥 류 중고제가 아니었을까.

이 원형이 있었기에 동편제와 서편제가 만들어질 수 있었던 건 아닐까. ‘조선창극사’를 슨 정노식이 김성옥 가문에서 판소리가 거의 다 되다시피했다고 한 것은 그래서가 아닐까 싶은 것이다.

김성옥의 아들 정근은 서천으로 터전을 옮긴다. 이곳에서 아들 김창룡, 이동백 명창이 키워냈으니 김씨 가문의 소리가 전국을 울렸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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