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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도청 10년, 내포문화 돌아보기] 5. 전통춤 집대성·체계화 한 '한국 근대춤의 아버지' 한성준

판소리의 고향 ⑤ 한성준-내포문화에서 한국문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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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2.09.27 13:18
  • 기자명 By. 안순택 기자
▲ 경성방송국에 출연한 김소희 박록주 정정렬 이화중선 임방울 한성준(네이버 지식백과)

[충청신문=대전] 안순택 기자 = 1고수 2명창.

소리판에서 고수는 북을 두드려 소리꾼의 장단을 돕는 조역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고수가 첫째이고 소리꾼은 그 다음이라는 뜻이다.

고수는 장단을 이끄는 드러머일 뿐 아니라 청중들의 반응과 소리꾼의 컨디션을 살펴 몰아치거나 늘이기도 하면서 판을 이끄는 프로듀서였으니 ‘1고수 2명창’이라는 말은 좋은 고수를 만나야 명창이 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정노식은 ‘조선창극사’에서 소리꾼 200여명을 소개하고 있다. 그런데 고수는 딱 1명만 소개해놓았다.

한성준. 정노식은 그 이름 아래 “고수로서의 천재를 발휘하여 창극에서 일대 조역의 지위를 점령한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이영민은 ‘벽소시고’라는 시에서 “가사엔 법도가 있으니 장단이 마땅한 기준이 된다네. 그대는 하늘이 낸 재주꾼이기에 모두들 ‘소리북의 왕’이라 한다네.”라고 칭송했다.

▲ 한성준
▲ 한성준

‘소리북의 왕’이라고 불린 한성준은 홍성 갈산 사람이다. 7세 무렵 외할아버지에게 북과 춤을 배웠고 덕숭산 박순조 문하에서 20세가 넘을 때까지 북장단을 익혔다,

그가 상경하자 천재고수의 등장에 경성의 소리계가 술렁거렸다. 김창룡 이동백 김창환 송만갑 정정렬 등 내로라하는 명창들이 앞다투어 그의 북을 청했고, 그의 북장단과 “좋다”하는 추임새에 맞춰 소리했고 음반을 취입했다.

당대 최고의 명고라는 칭송을 들었지만 오늘날까지 그의 이름을 높인 것은 춤이었다.

“소리는 장단이 그 생명일진대 장단을 낳은 춤은 모든 가락의 어머니”라고 했던 그였으니 “삼천마디의 뼈가 움직여야 되는” 춤은 그가 배운 장단의 시작이자 그가 도달하고자 했던 끝이기도 했다.

작년에 타계한 춤꾼 이애주 씨는 생전 ‘불교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성준 선생이 살아온 삶 그대로 장단이고 춤이었다. 일상적 걸음이 춤 걸음이 되고 그것이 다시 춤 기본으로 풀어지며 예술 춤으로 완결되었듯이 모든 일상적 몸짓이 춤으로, 예술 춤으로 승화되었다”고 말했다.

한성준은 흩어져 있던 전통춤을 집대성하고 체계화해 신무용의 선구자다. 전통춤을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린 ‘한국 근대춤의 아버지’다.

놀이마당에서 추던 춤을 무대예술로 승화시킨 그였다. 그가 창안하거나 재구성한 춤들은 우리 춤들 중에서도 탁월하고 정통성 있는 춤으로 인정받고 있다. 승무와 태평무는 각각 중요무형문화재 제27호와 제92호로 지정됐다.

서산의 심정순과 함께 만든 조선음악무용연구소는 일제강점기 사위어가는 우리 춤을 지켜내려는 몸부림은 아니었을까 싶다.

한성준은 일제강점기 창씨개명을 하지 않았다. 남만주와 북만주를 돌며 조선인들을 격려하기도 했다. 당시 손녀이자 제자인 한영숙 등과 만주공연에 나서면 조선인들이 몰려와 함께 어깨춤을 추고 아리랑 노래를 목 놓아 불렀다고 한다.

“일제에게 농기구나 악기 등을 모두 빼앗긴 조선인들이 그나마 남아있는 솥이며 그릇을 들고 나와 두들기고 하면서 춤을 추었답니다. 언제나 눈물바다가 되었다고 합니다.” 이애주 씨가 스승 한영숙에게 들었다며 전한 이야기다.

“사람이 생겨나면서부터 춤은 있었다. 움직이는 생명 자체인 인간의 몸동작이 춤”이라 했던 한성준은 어려서 배운 충청의 몸짓에 겨레의 몸짓을 더할 것은 더하고 뺄 것은 빼 한국의 몸짓을 빚어냈다.

이처럼 내포의 문화는 한국의 문화가 되었고 세계의 문화로 나아갔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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