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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도청 10년 내포문화 돌아보기] 9. 경허가 천장암을 찾은 이유는 형과 어머니 때문

선(禪)의 향기 ④천장사-경허가 온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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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2.10.02 11:10
  • 기자명 By. 안순택 기자
▲ 천장사 회주 옹산스님이 새로 조성한 것으로 성우당에 모셔진 경허스님 진영.
▲ 천장사 회주 옹산스님이 새로 조성한 것으로 성우당에 모셔진 경허스님 진영.

[충청신문=대전] 안순택 기자 = 천장사는 단출하다. 탑 하나 석등 둘, 인법당, 산신각, 공양간, 요사채, 작은 선원, 지장전이 전부다.

20년 전 왔을 때는 ‘ㄷ`자 모양으로 머리를 맞댄 절집이 전부였다. 불안해 보이는 탑이 하나 있으니 절 같기도 하고, 절이라기보다는 한 100년쯤 된 집 같기도 했다. 이름도 ’천장암‘이었다.

깨달음을 얻은 경허가 천장암을 찾은 이유는 형 태허가 주지로 있고 어머니가 이곳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꼭꼭 숨어 공부밖에 할 수 없는 곳이었으니 보임처(保任處)로도 맞춤이었을 것이다.

보임(保任)은 찾은 본성을 지킨다는 뜻이다. 견성하여 참된 나를 발견한 뒤에는 참된 나를 보호하고 지켜나가는 생활을 하는데 이게 보임이다. 경허는 특히 자신의 깨달음을 인가해줄 스승이 없었다.

▲ 천장사 숲길, 길은 험하지만 마음이 가라앉는 길이다.
▲ 천장사 숲길, 길은 험하지만 마음이 가라앉는 길이다.

선가에서는 스스로 깨달음을 얻었다고 주장해도 눈 밝은 선지식으로부터 깨달음의 경지를 인가받지 못하면 아무도 그 사람의 깨달음을 인정해주지 않는다.

깨달음의 경지는 깨달은 사람만이 안다. 부처는 보리수 아래에서 반짝거리는 새벽 별빛을 보고 도를 깨우쳤다. 그 새벽 별빛은 그 별빛을 본 사람만이 알 수 있다.

별빛을 보는 것과 별빛을 설명하는 것은 전혀 다르다. 별빛을 설명으로 보여주거나 보려하면, 설명하면 할수록 별빛의 실체와는 멀어진다. 그래서 깨달음은 눈 밝은 선지식의 인가가 있을 때만 비로소 인정을 받는 것이다.

인가해줄 스승이 없다. 선의 심법의 맥이 서산대사 이후 끊어지고 말았으니 스승이 있을 리 없었다.

선의 심법이란 무엇인가. 부처가 영산에서 설법을 할 때 허공에서 꽃잎이 눈처럼 흩어져 내렸다. 부처는 갑자기 말을 끊고 꽃 한 송이를 주워 그 꽃을 들어 보였다.

사람들은 갑작스런 부처의 침묵과 꽃을 들어 올린 뜻을 알 수 없어 어리둥절해 하고 있는데 유독 가섭 존자만이 빙그레 웃었다.

꽃 한 송이를 들어보였을 때 그 꽃을 문자나 교리로 설명하려 하지 않고 다만 미소로 설명하여 보인 가섭에게서 부처는 자신이 어떤 설법으로도 표현해 낼 수 없었던 진리를 가섭이 깨달았음을 알게 되는 것이다.

부처는 다음과 같은 수수께끼의 말을 남긴다.
“나에게는 더할 수 없이 바른 진리의 가르침(正法眼藏), 끝없는 진리의 자유로운 경계(涅槃妙心), 모든 것이 있으며 모든 것이 또한 없는(實相無相), 깊고 묘한 길(微妙法門), 글자로 표현될 수 없는(不立文字), 가르칠 수도 없어 따로 전하여야 할(敎外別傳) 진리의 법이 있다. 이를 가섭에게 전한다.”

부처에게 무엇이 따로 있어 이 진리를 글자로써는 표현할 수 없고, 가르쳐줄 수도 없고, 있으면서도 없는 법(法)이라 하였을까.

그리하여 부처는 가섭에게 진리를 말이나 가르침으로 전하지 않고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해 준 것이었다. ‘이심전심(以心傳心)`이란 말은 여기서 나왔다. 여기서부터 부처의 가르침 이외의 심법(心法)이 따로 전해지게 되었다.

▲ 염궁문, 생각의 화살을 쏘는 문이라는 뜻으로 경허의 친필이다.
▲ 염궁문, 생각의 화살을 쏘는 문이라는 뜻으로 경허의 친필이다.

경허는 자신의 깨달음이 부처의 마음인지 아닌지, 모자람이 없는지 스스로 확인하고 또 확인했을 것이다. 자신이 친필로 써놓은 ‘염궁문(念弓門)’ 글자 아래에서 생각의 화살을 쏘고 또 쏘았을 것이다.

1년이 지난 어느 날 생각이 없는 곳, 무념처(無念處). 그곳을 생각의 화살로 명중시켰다. 자신의 깨달음을 다시 확인한 그는 문을 박차고 나오면서 오도가(悟道歌)를 불렀다.

“홀연히 고삐 뚫을 곳이 없다는 소릴 듣고/몰록 깨닫고 보니 삼천대천세계가 내 집이네/유월 연암산 아랫길에/들사람 일없어 태평가를 부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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