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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도청 10년 내포문화 돌아보기] 12. 만공이 말년에 옛 모습으로 복원한 서산 간월암

선(禪)의 향기 ⑦간월암-온 세상이 한 송이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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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2.10.04 10:06
  • 기자명 By. 안순택 기자
▲ 간월암의 낙조
▲ 간월암의 낙조

경허의 세 제자를 말할 때 ‘수월이 있는 곳에 두타(頭陀) 수행이 있고, 혜월이 있는 곳에 사전(寺田) 개간이 있고, 만공이 있는 곳에 중창불사가 있다’고 했다.

만공은 수덕사 정혜사를 크게 중창하였고, 서울에 ‘선학원(禪學院)’을 설립하는 데도 앞장섰다. 말년엔 서산 앞바다 간월암(看月庵)을 옛 절터에 옛 모습으로 복원했다.

간월도라는 섬의 이름은 문자 그대로 ‘달을 보는 섬’이라는 뜻이다. 고려 말의 왕사(王師) 무학 대사가 이 섬의 암자에서 달을 보고 도를 깨우쳤다고 해서 섬의 이름도 백제 때부터의 이름인 피안도를 버리고 간월도가 되었다.

무학 대사와의 인연으로 조선 초기만 해도 우대를 받았던 이곳 암자는 이후 불교를 억압하는 조선왕조의 배불정책으로 말미암아 헐리고 황폐하게 되었으며 절터에는 묘까지 들어서 묘밭이 되고 말았다. 만공은 묘자리를 모두 들어내고 암자를 옛 모습 그대로 복원하고 ‘간월암’이라고 이름했다.

만공은 간월암을 복원한 첫 사업으로 1942년 여름부터 조국해방 천일기도를 올리기 시작했다. 만공의 정성이 하늘에 닿았던 것일까. 천일기도를 끝낸 지 3일 만에 이 땅은 감격적인 해방을 맞게 되는 것이다.

35년간의 일제 억압에서 벗어나 나라를 되찾은 다음날, 덕숭산에 머물던 수행자들도 해방의 기쁨을 만끽했다. 독립 소식에 만공은 상좌에게 붓과 무궁화꽃 한 송이를 가져오라 일렀다. 상좌가 그것들을 가져오자 만공은 붓을 잡고 무궁화 꽃잎에 정성스럽게 휘호했다.

▲ 덕숭산 정혜사 만공탑
▲ 덕숭산 정혜사 만공탑

‘세계일화(世界一花).’
제자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여쭈었다.
“저희가 어찌하면 세계일화의 큰 뜻을 펼 수 있겠습니까?”
만공은 답했다.

“세계일화는 온 세상이 하나의 꽃이라는 이야기다. 너와 내가 하나요 만물중생이 다 한 몸이요 세계만방 모든 나라가 하나다. 이 세상 삼라만상이 한 송이 꽃이니라. 머지않은 장래에 우리 조선 땅이 세계일화의 중심이 된다.”

덕숭산 정혜사 앞, 팔각기둥 위에 둥근 공 모양의 돌을 얹어 놓은 탑이 있다. 만공탑(滿空塔)이다. 이 탑의 몸통에서, 아산 봉곡사에 서있는 만공탑에서 또 간월암에서 만공의 ‘세계일화’ 글씨와 그 뜻을 만날 수 있다.

▲ 만공탑의 몸신에 세계일화 휘호가 새겨져 있다. 온 세상이 한 송이 꽃이라는 뜻이다.
▲ 만공탑의 몸신에 세계일화 휘호가 새겨져 있다. 온 세상이 한 송이 꽃이라는 뜻이다.

경허의 제자 수월은 북으로 가 북방을 비추는 상현달이 되었고, 혜월은 남으로 가 남녘을 비추는 하현달이 되었으며 만공은 중부에 남아 보름달인 만월이 되었다. 경허가 되살린 선불교의 불씨는 세 개의 달이 뿜어내는 달빛이 되어 어느 날 어느 한 시에도 우리나라의 전역을 잠시도 비우지 않고 낱낱이 환하게 비추게 된 것이다.

내포의 사찰에는 이들 선사의 체취가 물씬하다. 이들 선사의 선기(禪氣)가 그득하다. 선기를 흠뻑 호흡하고 선의 향기를 맡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사찰이 아니더라도 선사들의 설법을 들을 수 있는, 선의 향기를 맡을 수 있는 기회와 장소가 내포에 많아졌으면 좋겠다.

만공은 불법을 ‘자기 속에 있는 나를 찾아가는 길’이라고 가르쳤다. 나를 찾아가는 길이야말로 생과 사가 없는 절대 자유를 찾아가는 길이라고 했다. ‘나 속에 들어 있는 진짜의 나’를 찾는 길이 부처를 이루는 길이라고 말했다.

불교라는 종교가 아니더라도 마음을 가꾸는 것이야말로 동서고금 동서남북 언제 어디서고 유효한 가르침이다. 특히 물질이 최고인 줄 알아 휘둘리고 사는 지금 같은 시대에 마음을 돌아보는 일이야말로 더없이 소중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가을날 사찰을 찾아 길을 따라 천천히 걸으면서 ‘나 속에 들어있는 나’를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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