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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도청 10년 내포문화 돌아보기] 7. 법륜으로 천하를 제도한 만공 선가가 머물렀던 덕숭산 수덕사

선(禪)의 향기② 수덕사-마음 밭을 가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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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2.09.29 11:18
  • 기자명 By. 안순택 기자
▲ 정혜사. 지금은 능인선원이 돼있다.
▲ 정혜사. 지금은 능인선원이 돼있다.

[충청신문=대전] 안순택 기자 = 1080계단이 멈추는 정혜사는 선원이 돼있다.

만공의 사형 혜월이 40년을 머물러 혜월의 체취가 짙다. 정혜사 아래 금선대는 만공이 처음 띠집을 짓고 덕숭산 생활을 시작한 곳이다.

만공은 금선대에 머무르고 있다는 소문이 나자 김좌진(金佐鎭)이라는 홍성 청년이 쳐들어왔다. 둘은 팔씨름으로 힘자랑 한판 대결을 벌인다.

▲ 만공선사
▲ 만공선사

만공은 지고 이기는데 마음이 없다는 듯이 그저 팔을 세워들고 있었지만 김좌진은 있는 힘을 다해 만공의 팔을 넘어뜨리려고 용을 썼다고 한다.

훗날 청산리 전투를 승리로 이끈 김좌진과 훗날 법륜으로 천하를 제도한 선사 만공이 힘겨루기를 하는 모습. 상상만 해도 진기한 광경이다.

정혜사는 덕숭산에서 가장 빼어난 뷰포인트로 꼽힌다. 수덕사를 품고 있는 덕숭산은 수암산 용봉산 홍동산 삼준산 연암산 뒷산 가야산 등 크고 작은 산들이 꽃잎처럼 둘러싼 한 가운데 바위산으로 솟아 있다. 높이 495m로 높지도 않고 경관도 빼어나지 않지만 명산이다.

당나라 시인 유우석은 “산이 높다고 다가 아니요. 선풍(仙風)이 있어야 명산”이라고 했는데, 덕숭산이 똑 그렇다. 근대에 한국 선(禪)의 바람을 일으킨 경허와 그의 제자 만공의 향기가 그윽하고 그의 선맥을 잇는 ‘선지종찰’ 수덕사가 있기 때문이다.

만공은 금강산 마하연에서 선을 지도한 3년과 1937년께 마곡사 주지를 맡았던 잠시를 빼고는 생애를 덕숭산에서 보냈다.

▲ 석문 너머에 금선대가 있다.
▲ 석문 너머에 금선대가 있다.

만공은 ‘마음 밭(心田)’을 늘 가꾸라고 가르쳤다. 마음 밭에 부처의 씨앗이 이미 심어져 있으니 잘 가꾸어 꽃을 피우라는 것이다.

“들려오는 노랫소리가 다 법문이요, 삼라만상의 모든 물건이 다 부처님의 진신(眞身)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불법을 만나기가 백천만겁에 어렵다고 하니 그 무슨 불가사의한 도리인가.”

이런 가르침을 담은 일화가 있다. 수덕사에는 일엽(一葉)이란 여승이 공부하고 있었다. 일엽과 나란히 법당에 정좌하고 있던 만공이 불상을 쳐다보면서 뜬금없이 말했다.

“부처님의 젖통이 저렇게 크시니 올 겨울 수좌들 양식 걱정은 없겠구나.”

그러자 듣고 있던 일엽이 무심코 입을 열어 물었다.

“무슨 복으로 부처님의 젖을 얻어먹을 수 있겠습니까? 복업(福業)을 짓지 않고 어떻게 부처님의 젖을 얻어먹을 수 있겠습니까?”

만공은 한탄하며 말했다. “네가 부처님을 건드리기만 하면서 젖은 얻어먹지도 못하는구나.”

육담(肉談)과도 같은 말을 통해 만공은 부처님의 법을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부처님 젖은 부처가 설법한 불법의 진리를 비유한 것이다.

그런데 불법을 배우겠다고 머리 깎고 승려가 된 수도자가 부처 앞에서 절이나 올리고 합장하여 향이나 사를 뿐 달려들어 부처의 젖통에 안겨 젖을 빨아먹지 못하는 어리석음을 이렇게 꾸짖었던 것이다. 옳다는 믿음이 생겼으면 구하고 달려들어 찾고 행동하라는 것이다.

정혜사 뜨락의 수조에 만공의 친필이 적혀있다. ‘불유각(佛乳閣).’ 부처님 젖이 나오는 정자. 그 물을 먹는 사람 모두 부처님의 젖을 먹는 것이오, 부처가 설법한 불법의 진리를 먹은 것이니, 자신의 마음 이외에 다른 곳에서 부처를 찾지 말라는 뜻을 담고 있다.

이 가을, 수덕사 길을 천천히 걸으며 자신의 마음 밭을 돌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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