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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신문-대전시교육청 공동캠페인6] ‘학교급식, 보다 안전하고 건강하게’

내 건강도 지키고 우리 지구도 지키는 ‘채식급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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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1.07.20 17:56
  • 기자명 By. 이정화 기자

보문중 · 고교, ‘저탄소의날’ 생생 현장
건강·생명존중과 이상 기후 예방 첫 발

학생들이 칸막이가 설치된 지정 좌석에 앉아 채식급식을 먹고 있다.(사진=이정화 기자)
학생들이 칸막이가 설치된 지정 좌석에 앉아 채식급식을 먹고 있다.(사진=이정화 기자)

 

[충청신문=대전] 이정화 기자 = 최근 학교급식계에 확산하고 있는 이색 테마 급식이 있다. 

바로 '채식급식'인데, 지역에 따라 정기적 시행을 의무화한 경우도 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고기를 식단에서 빼버리는 이 무자비(?)한 행사는 단순히 가볍고 건강한 한끼를 제공하겠다는 취지가 아니다. 

현대 급식은 배를 채우는 역할을 넘어 아이들의 영양균형과 식생활 교육을 책임지고 있다. 

최근에는 먹거리에 대한 다양한 가치를 생각해보게 하는 교육까지 더해졌고 채식급식은 그 대표 격으로 우뚝 섰다.

지역 내 한 학교를 찾아 채식급식 현장을 들여다봤다. 

■ 육류 섭취 줄이면 온실가스도 줄어든다고? 교육 통해 의미 되새긴 후 식사…잔반↓ 
지난 14일 대전 보문중·고등학교에서 '저탄소의날'이라는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채식 영향에 대한 교육과 급식, 이에 대한 아이들의 의견을 들어보는 날이지만 '채식'이란 단어 자체에 선입견을 갖는 경우가 많아 이름이 대체된 것이다.

채식과 저탄소는 어떤 관계일까. 유엔 농업식량기구에 따르면 축산업은 메탄·이산화질소의 근원이며 전 세계 온실가스의 18%를 배출한다. 

기후 위기의 주요 원인으로 육류 소비를 감당하기 위한 공장식 축산이 꼽히고 있다. 채식이 환경에 도움 된다 하는 이유다.

이날 중학생들은 급식에 앞서 방송 교육을 받았다. 

육류 섭취를 줄이면 생명존중과 환경보호 효과가 있다는 영상을 본 뒤 선생님의 빈 그릇 운동 안내가 이어졌다.

이틀 전에는 고등학생들이 같은 영상을 시청한 바 있다.

이같은 사전교육은 아이들에게 행사 취지를 이해시키고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독려하면서 잔반을 줄여보기 위해 준비됐다.

채식 급식을 앞두고 영양사와 선생님들은 잔반으로 이뤄진 산을 마주할 수도 있다고 염려했다. 잔반을 보면 아이들의 기호를 알 수 있는데, 보통 녹빛 일색이었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저탄소의날'을 맞아 채식 식단으로 구성된 점심 급식을 배식받고 있다.(사진=이정화 기자)
학생들이 '저탄소의날'을 맞아 채식 식단으로 구성된 점심 급식을 배식받고 있다.(사진=이정화 기자)

 

학생들이 채식급식을 먹고 난 뒤 빈도와 단계에 대해 투표하고 있다.(사진=이정화 기자)
학생들이 채식급식을 먹고 난 뒤 빈도와 단계에 대해 투표하고 있다.(사진=이정화 기자)

 

■ '생각보다 괜찮았어요' vs '육식권도 존중해주세요' 
교육 후 아이들은 급식실로 이동해 야채주먹밥, 잔치국수, 두부버섯강정, 회오리감자, 김치무침, 애플망고라떼로 구성된 식판을 받아 들었다.

학생들은 양념치킨소스로 맛을 낸 두부버섯강정과 회오리감자는 맛있게 먹으면서도 잔치국수가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불평했다. 국물을 우려내는 데 멸치를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날 채식 단계는 유제품까지만 섭취하는 '락토'로, 동물성 식품을 완전 제한하는 '비건' 다음의 고강도 단계다.

락토 적용 이유는 부족한 칼슘을 채우기 위해서다. 이 때문에 우유가 들어간 애플망고라떼가 후식으로 결정됐다.

식사를 마친 아이들은 채식 급식 빈도와 단계에 대한 설문조사에 응했다. 출구에 마련된 포스터에 스티커를 붙이도록 했다.

한 학기 뒤 졸업하는 고3학생들의 장난 어린 표를 제외하면 최소 빈도인 '한 학기 한 번'과 특정 육식이 가능한 최저 단계 '플레시테리언'으로 대다수 의견이 모였다. 긍정적으로 평가했던 교사들과는 반대되는 결과다.

대부분의 학생이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고기를 먹고 싶다고 의사를 표현한 가운데 긍정적으로 평가한 학생들도 일부 등장했다.

한 학생은 "(오늘 급식이) 괜찮은 편이었다. 영상을 보고 생각이 좀 바뀌었다. 별 생각 없이 고기를 먹어왔는데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걸 이번 계기로 알았다"고 말했다.

평소 채식을 가끔 한다는 한 중3학생도 "잔치국수가 (맛이) 좀 그렇긴 했다. 먹으면 건강해지니까 좋다. 학교에서도 가끔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채식급식을 최소화했으면 한다는 고1학생은 "비빔밥이었다면 고기가 없더라도 잘 먹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조선미 영양사는 "국수가 나온 다른 날보다는 잔반이 많다"고 쓴웃음을 지으며 "학생 의견에 따라 다음 학기에도 1회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 14일 보문중고등학교에서 제공된 채식 메뉴.(사진=이정화 기자)
지난 14일 보문중고등학교에서 제공된 채식 메뉴.(사진=이정화 기자)

 

■ 옳고 그름 아닌, 다양한 가치 존중하는 급식 교육
이날 행사는 채식이 옳다고 가르치는 행사가 아니다. 채식의 영향을 돌아보고 동참해보면서 선입견을 깨보는 시간이다. 식재료로서의 삶을 사는 동물들이 없어야한다는 채식주의자들의 의견을 존중해보는 계기로도 마련했다.

특히 보문중·고에서 이뤄져 더 특별한 의미가 있다. 동물 생명까지 존중하는 불교 종립학교이기 때문이다.

학교법인 보문학원 이사장 덕해스님은 종종 학교를 찾아 아이들이 불편해하지 않는 선에서 함께 급식을 먹으며 운영현황을 살피곤 한다. 이번 현장에서도 함께 점심을 먹었다.

스님은 학생 영양공급과 기호 문제 등으로 자주 못 한다는 점을 안타까워하며 "살육하지 않는 자연식을 먹는 게 불교의 법칙이다. 하나가 육식을 줄이면 그만큼 살생을 덜 한다. 고기를 덜 먹음으로써 덜 죽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성호 보문고 교장은 "지구의 진정한 강자는 동물이 아닌 식물이다. 가장 강한 생명력을 지녔고 이를 섭취해 몸에 보존시킬 수 있다"면서 "아이들의 기호도 중요하지만 교육기관이기 때문에 미래 방향을 이끌어야 한다. 최소한의 시행으로 접할 기회를 주고자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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