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신문=대전] 우혜인 기자 = "멸치, 새우, 황태 등 건어물이라면 없는 게 없습니다." 23일 찾은 대전 중부건어물특화거리는 짭짜름하고 고소한 건어물 특유의 냄새가 진동했다. 이 곳에는 가게 간판들도 오래된 역사를 자랑하듯 색이 바래 수수하고 정겨운 느낌이 물씬 풍겼다. 하지만 '중부건어물특화거리'라는 조형물이 무색할 정도로 한산했다. 또 주차할 곳이 없어 상점 앞에 주정차한 차들이 종종 보였다. 특화거리에서 만난 시민 김모(30)씨는 "자주 지나다녔는데 여기가 건어물특화거리인지 몰랐다"며 신기해했다. 대전시민 조차도 건어물특화거리가 어디에 위치에 있는지 모르는 눈치였던 것. 이에 중부건어물거리를 소개하고, 구경모 상인회장과 상인들을 만나 특화거리의 문제점과 활성화 방안을 들어봤다.
◇ 대전역 중심으로 상인들이 모이고.
'중부건어물특화거리'는 대전의 관문인 대전역 중심으로 1950년대 작은 건어물 상점이 신도극장 뒤편 중부시장 골목에 자리 잡으면서 시작했다. 상인들은 이른 새벽 4시부터 하루를 시작한다. 이곳에는 멸치, 새우, 황태, 어포, 쥐포, 건새우 등 없는 건어물을 찾을 수 없다. 저렴한 가격으로 푸짐한 양을 구매할 수 있어 인근 지역의 도·소매상은 물론이고, 알뜰한 주부들까지 발걸음을 재촉하는 대전 최고의 건어물 집단화, 전문화거리이다. 이에 지역 활성화를 위해 2002년에 특화거리로 지정, 2021년 중부건어물골목형 상점가로 등록됐다. 한 상인은 "예전에는 개인적으로 오시는 분들이 많았었는데 지금은 하루에 한 사람 올까말까한 상황이다"며 "새벽 4시에 하루를 시작해 오후 3시면 문을 닫는데 지금은 저녁까지 장사한다"고 말했다.
◇ 충청, 영-호남 등 삼남에 건어물 독점
'중부건어물특화거리'는 1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충청, 영·호남등 삼남에 건어물을 독점 공급할 정도로 호황을 누려왔다. 그러나 최근 배달, 인터넷 판매, 직거래 등 유통구조의 변화와 교통통신의 발달, 서남부권의 급속한 개발에 따른 상업기능의 신도심 이전 등 주변 여건의 악화로 상권이 급속히 쇠퇴하면서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50여 개의 상점 중 현재 30여 개만 남아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것. 구경모 상인회장은 "연 매출 1억 원 이상으로 호황을 누렸었는데 지금은 많이 힘들다"고 한탄했다. 또한 "한때 건어물을 독점해 이름을 날렸었는데 이런 곳이 대전의 명소가 되지 못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이곳이 없어지지 않으려면 젊은이들이 와서 장사를 할 수 있게 전문화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 대전시 0시 축제 연계, '건맥 부스' 기대감
오는 8월 11일 개최되는 '0시 축제'와 연계해 건어물 맥주 부스를 연다. 일명 건맥 부스이다. 대전시는 건어물 시장의 특성을 최대한 살려 중앙시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방문객 유입이 적은 중부건어물시장 등 상점가를 활성화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다양한 건어물 안주와 맥주를 저렴한 가격에 마음껏 즐길 수 있게 됐다. 시장을 대표하는 콘텐츠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기대가 모아진다. 구 회장은 "공모사업 등 활성화 노력을 하고 있으나 공모사업에서 탈락되면서 많이 힘든 상황이다"며 "그렇지만 건어물특화거리의 특성을 잃어버리지 않게 꾸준히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