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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독립서점 ⑥ 제이의 서재 "책은 사람을 위해, 사람은 모이기 위해 존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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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4.01.11 18:31
  • 기자명 By. 윤지현 기자
▲ 제이의 서재 외관. (사진=윤지현 기자)
▲ 제이의 서재 외관. (사진=윤지현 기자)

- 책·사람·모임이 있는 곳
- 주인장이 좋아하는 것들로 가득 찬 '공유 서재'
- 카페·서재·모임의 삼위일체, 아낌없이 주는 공간
 

[충청신문=대전] 윤지현 기자 = "이런 삶도 있구나, 이런 사람도 있구나, 이런 공간도 있구나."

보통의 하루를 보내다 잠시 들려 마음의 평안(平安)을 얻는 장소가 있다.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카페', 사람 냄새 물씬한 책으로 가득 찬 '서재', 취향 통하는 사람들의 '모임'이 삼위일체를 이룬 곳.

대전 유성구 지족동에 위치한 '제이의 서재'다.

2022년 1월 1일 문을 연 이 묘한 공간을, 새해를 맞아 방문했다.
 

▲ 제이의 서재 내부. (사진=윤지현 기자)
▲ 제이의 서재 내부. (사진=윤지현 기자)

◆ 그래서 여기는 '나'를 위한 곳입니다.

"그래서 여기는 뭐 하는 곳이에요?" 제이의 서재를 방문한 기자의 질문에 김경식 대표는 "이기적인 공간"이라며 운을 뗐다.

이어 "서점도 아니고 도서관도 아니고 카페도 아니다"며 "애초에 정의하지 않았다"는 흥미로운 답변이 돌아왔다.

김 대표는 "제가 좋아하는 것들 취합한 공간"이라며 "이곳을 마음에 들어 하시는 분들을 만나는 게 취지였다"고 했다. "그래서 참 이기적인 공간이지 싶다. 나란 사람과 너란 사람이 좋아하는 무언가로 서로 연결되는 곳, 새로운 이야기가 생기는 곳"이라 설명했다.
 

▲ 색깔별로 분류된 책들. (사진=윤지현 기자)
▲ 색깔별로 분류된 책들. (사진=윤지현 기자)

◆ 책은 사람을 위해, 사람은 모이기 위해 존재한다.

제이의 서재 책장은 여느 도서관, 서점과는 다르다.

한편에 신간들이 있고 그 옆 커다란 책장에 도서가 '색깔'에 따라 분류돼 있다.

김 대표는 "오히려 특정 분야의 책을 찾기 힘들게 색으로 분류했다"며 "때로는 우연히 만난 책이 때로는 의미를 준다"고 이야기했다.

도서 선별 방식에 대해선 "생각을 유도하는 책을 선호한다"며 "특히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철학·과학 이야기를 좋아한다. 단순히 사실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그 내용으로 우리의 인생을 돌아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 제이의 서재 내부 . (사진=윤지현 기자)
▲ 제이의 서재 내부 . (사진=윤지현 기자)

그러면서 "책은 사람을 위해, 사람은 모이기 위해 존재한다"고 신념을 드러냈다.

자신은 스스로 볼 수 없는 존재이기에 책에 비친, 다른 이에 비친 나를 보며 스스로를 알아가야 한다는 것.

김 대표는 그래서 '모임'을 좋아한다.

제이의 서재는 한 달에 한 번씩 성인과 어린이를 대상으로 각각 독서 모임 '제이북스'을 진행하고 있다.

그는 "결국 책을 매개로 모이고자 이 공간에서 일을 시작한 것 같다"며 "책의 이야기를 삶의 이야기로 연결할 수 있으며, 사람의 이야기를 바꿔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좋아하는 모임을 더 많이 운영하고 싶다"며 "책뿐만 아니라 색다른 모임을 구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제이의 서재 소개글. (사진=윤지현 기자)
▲ 제이의 서재 소개글. (사진=윤지현 기자)

◆ 이유 없이 사랑을 베푸는 공간

제이의 서재는 공간 구독으로 운영된다. 1시간 1000원의 구독료를 받는다. 단 어린이는 무료다.

멤버십에 가입하면 첫날은 무료 이용이다. 자유롭게 비치된 도서를 자유롭게 읽고 반납하면 된다. 커피도 마실 수 있다. '소곤소곤'한 대화도 가능하다.

다만 책 대여나 구매는 안 된다. 김 대표는 "주변과 공생하는 것이 목적"이라며 "책 구매를 원하시면 주변 서점을 소개해 드리고, 다른 커피 메뉴를 원하시면 카페도 알려드린다"고 했다. 이어 "커피든 책이든 구매 후 오셔서 다른 책을 보셔도 된다"며 "공유 서재의 느낌"이라고 말했다.

▲ 신간과 과학·철학 관련 서적들. (사진=윤지현 기자)
▲ 신간과 과학·철학 관련 서적들. (사진=윤지현 기자)

'제이의 서재'는 아낌없이 공간과 책을 내어준다. 이에 대해 "교회 일을 같이하고 있어 후원으로 운영이 가능하기 때문"이라며 "공간구독으로 수익을 내는 것이 아니기에 부담이 없다. 그래서 가치 있는 일, 좋아하는 일, 개인적인 신념에 맞는 일을 진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운영과 재정만 받을 뿐 목적성은 없다"며 "방문하신 분들이 의도가 있다고 오해의 여지가 생길까 봐 기독교 도서를 일부러 덜기도 했다"고 밝혔다.

그는 "세상에 무거운 짐을 들고 온 분들에게 안락한 쉼을 누릴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제이의 서재는 이유 없이 사랑을 베푸는 따사로운 공간을 그린다.

나날이 차가워지는 세상 속 '나눔'과 '사랑'을 가장 큰 우선순위로 두는 곳.

인류애가 끓어오르고 싶은 날, 각자가 좋아하는 지점에서 만나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 싶은 날, 미워하는 마음 없이 아낌없이 사랑을 주고 싶은 날.

'제이의 서재'에 방문해 사랑을 가득 충전하면 된다.

▲ 서재 구독자와 함께 꾸려 가는 추천도서. (사진=윤지현 기자)
▲ 서재 구독자와 함께 꾸려 가는 추천도서. (사진=윤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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