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신문=대전] 윤지현 기자 = "오늘은 잊고 지내던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네 내일이면 멀리 떠나간다고 어릴 적 함께 뛰놀던 골목길에서 만나자 하네…."
그 시절 추억을 불러와 어딘가 아릿해지는 노래, '혜화동' 첫 소절이다.
"어릴 적 넓게만 보이던 좁은 골목길에 다정한 옛 친구 나를 반겨 달려오는데~."
여기 대전에도 골목 어귀에서 옛 친구와 술잔을 나누기 좋은 곳이 있다.
사람 냄새 진하게 풍기는 '대전 중구 오류동 음식 거리'다.
음식 거리는 서대전 4거리에 위치해 아파트 단지와 서대전 공원으로 둘러싸여 있다.
닭이 알을 품은 듯한 '금계포란형' 지형으로, 상권 지역이 넓지 않아도 사람이 모일 수밖에 없는 위치다.
그뿐만 아니라 서대전역과 지하철 서대전네거리역·오룡역이 밀접해 접근하기에 용이하다.
골목상권이 발전하게 된 이유다.
유입 인구가 많아 자연스레 상권의 가치가 높아졌고, 세를 감당하기 위해 가게들이 골목에 둥지를 튼 것.
역에서 내려 조형물을 시작으로 중심 거리를 걸었다.
양옆으로 잔가지를 펼치듯 골목 어귀가 펼쳐진다.
길목으로 들어서자, 앙증맞은 가게들이 사이좋게 붙어있다.
퇴근 시간이 되자 들이마시기만 해도 든든한 향이 코끝에 닿는다. 그리곤 저마다의 전조등 색이 켜지는 술집들이 연달아 우리를 반겨준다.
사람 냄새가 나는 이곳은 위치적 특성으로 오래전부터 음식점이 즐비했다.
그 중 1956년 닭볶음탕으로 성행한 '한영식당'이 대표적이다.
현재 68년째 운영하는 이곳은 직접 담근 간장과 고추장으로 만든 장인의 소스로, 혀끝부터 목구멍 그 깊숙한 어딘가까지 알큰함과 달큰함으로 감싼다.
한영식당을 중심으로 탕, 보쌈, 고기, 회 등 다양한 종류의 음식점이 100여 개가 있어 사람들은 자연스레 외식하면 오류동을 떠올리게 됐다.
한편 오류동 음식 거리 이운우 상인회장은 '특화 거리'를 발의한 전직 중구의원이다.
이 회장은 "원도심 주변의 관공서들이 이전함에 따라 도심공동화 현상이 일어났다"며 "죽어가는 상권을 살리기 위해 특화 거리를 제안했다"고 했다.
이에 1998년 8월 중구 오류동 일원이 음식특화거리로 지정됐다.
그는 "오류동 토박이"라며 "처음 의원에 당선돼 만든 특화 거리인 만큼 애정이 있다"고 밝혔다.
음식 거리는 최근 시에서 시행한 '2023년도 상권 활성화 지원사업'에 선정돼 시비 2억 5000만원을 확보했다.
이 회장은 예산으로 '빛과 맛으로 물드는 특화 거리'를 기획했다.
퇴색된 조형물을 철거해 빛 조형물을 재설치하고, 가로등에 특수한 반응형 LED를 설치하는 등의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이자카야 등 술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 가득한 밤거리에 LED의 화려함까지 더한다면, 오류동을 지나는 이들의 눈길과 발길을 모두 끌어당길 수 있지 않겠냐는 생각에서다.
지역 상품 브랜드화도 구상 중이다.
백종원이 다녀가 더욱 유명해진 오류동의 뿌리 깊은 맛집 '한영식당'의 밀키트 제작을 계획하고 있다.
그는 "아직 협의 과정이 필요하지만 오류동의 음식을 널리 알리고 싶다"고 열정을 보였다.
퇴근 후 덜컹거리는 전철을 타고 정다운 오류동 음식 골목으로 가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