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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인간의 본질을 관통하며 잔잔한 울림 전해"

중. '이종수류 도자기' 천지인의 조화를 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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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4.03.18 17:15
  • 기자명 By. 윤지현 기자
▲ 고 이종수 선생의 유작 '마음의 향', '잔설의 여운'. (연합뉴스 제공)

[충청신문=대전] 윤지현 기자 = 대전에서 탄생한 한국 도예계의 큰 별, 故 이종수 선생.

생전 고향인 대전에 깊은 애정을 보인 그는 타계한 이후에도, '마음의 향'과 '잔설의 여운' 등 작품 2000여 점을 대전시에 남겼다.

시는 故 이종수 선생의 작품 세계와 정신을 기리고, 문화 지형도를 새롭게 만들기 위해 이종수 미술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이 선생의 생애와 작품, 미술관 건립 상황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눈이 내리고 녹는 모습, 열매가 익어가는 시간, 계절의 변화.

'이종수류' 도자기는 단순한 미의 추구를 넘어 자연과 인간의 본질적인 관계를 담고 있다.

그에게 있어 도예는 단순히 도자기를 '만드는' 과정이 아닌 '탄생'의 과정이자 '순환'이었다.

故 이종수 선생이 옛 전통방식을 계승하는 '고행의 예술길'을 선택한 이유다.

그는 전국 각지에서 흙을 공수해 양질의 재료를 선별한 후 토기를 빚었다. 이후 나무를 베고 손수 쌓은 오름새 가마에 초벌과 재벌을 진행했다.

"편한 길로 가기 싫었다"는 이종수 선생은 이 과정을 '산고의 고통'에 비유했다.

이후 그는 가마에서 탄생한 도자기 중 한 작품만을 고르기 위해 엄격한 기준으로 수십 개의 작품을 가차 없이 깨버렸다.

그렇게 △잔설의 여운 △경 △마음의 향 △흐린 날 등의 작품이 살아남았다.

이종수류 도자기는 마른 토지와 기름진 논바닥을 연상시키는 독특한 재질감, 청명하고 청아한 유백색의 빛깔이 특징이다.

고운 균열이 있는 백자들, 갈라지고 거친 도자기는 인간의 손을 떠나 흙·불·공기·유약 등이 어우러져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봄의 녹아내리는 눈, 여름 가뭄에 메마른 땅, 가을의 나뭇잎, 겨울의 시림과 희망.

자연과 함께 어우러진 이종수 선생의 도자는 사계절의 아름다운 한 순간을 포착하고 있다.

달 항아리의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에 눈이 녹을 때 반사되는 빛처럼 반짝이는 특유의 재질이 가미된 '잔설(殘雪)의 여운(餘韻)'. 이 작품은 녹다 남은 눈이 박혀있듯 영롱한 형태가 한 점 한 점 드러나 있다.

이밖에도 쩍쩍 갈라진 표면으로 옹기나 토기와 같은 한국적 정서를 반영한 '마음의 향(鄕)'. 자연의 엄숙함을 담은 '경(景)' 등이 있다.

본래 도자기의 근본은 흙과 물을 이용해 형태를 만들고 불과 바람으로 굳혀내는 과정인데, 이종수 선생은 흙·물·바람·불 등 셀 수 없는 조합의 가능성까지 작품 일부로 인정했다.

그래서 그의 작품에는 자연의 문양이 은은하게 새겨져 있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작품이 만들어질 때에는 빚는 사람의 마음과 환경이 큰 영향을 미친다"며 "쉽게 굽는 것보다 가마터에서 불과 함께 흙을 빚을 때 '진짜 도자기가 만들어지는구나'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자연에서 따온 재료들이 이 선생의 깊은 철학을 거쳐 도자기로 재탄생하고, 이 작품이 다시 보는 이의 내면으로 스며드는 순환의 과정이다.

그의 작품을 통해 우리는 삶의 본질과 자연과의 조화를 경험하게 된다.

자연과 인간, 전통과 현대 등 이 세상에 있는 모든 것들이 하나의 큰 흐름 속에서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

나무·불·흙·물 등 자연과 함께 호흡하며, 기다림의 미학을 강조한 이종수 선생.

그의 삶과 작품을 대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문구가 있다. '상선약수(上善若水)'다.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는 것. 만물을 이롭게 하면서 다투지 않는 물을 닮은 그의 인생 여정은 오늘날 우리에게 잔잔한 울림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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