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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독립서점] ⑦바베트의 만찬 "허기진 영혼에 든든한 한끼를"

독서모임 11개 이상 진행중, 갈마동 동네 사랑방 역할 '톡톡', 마음의 양식을 채울 수 있는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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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4.02.07 17:45
  • 기자명 By. 윤지현 기자
▲ 평일 오후에도 바베트의 만찬에는 손님 가득. (사진=윤지현 기자)
▲ 평일 오후에도 바베트의 만찬에는 손님 가득. (사진=윤지현 기자)

[충청신문=대전] 윤지현 기자 = 오전 10시, 슬며시 찾아오는 햇살에 꾸물거리며 기상한 어느 날.

눌린 머리 위 모자를 푹 눌러쓰고, 슬리퍼 차림으로 밖을 나선다.

별다른 일이 없어도 '그냥' 드나들 수 있는 곳.

"지금 시간이면 그 친구가 있을 텐데"라며 찾아오는 기대감을 안고 도착한 동네 책방.

대전 서구 갈마동에 위치한 '바베트의 만찬'이다.

▲ 바베트의 만찬 외관. (사진=윤지현 기자)
▲ 바베트의 만찬 외관. (사진=윤지현 기자)

◇ "밥을 먹어도 채워지지 않는 허기가 문득 찾아오는 순간이 있나요?"

'바베트의 만찬'은, 우리의 정신적 허기를 채워주기 위한 양식을 늘 고민하는 곳이다.

마음의 양식을 채울 수 있는 '책', '사람' 그리고 '대화'가 가득한 공간이다.

그래서 책방 이름도 '바베트의 만찬'으로 지었다.

이곳에 들어서면 '왜 동네서점이 존재해야 하는지' 단박에 깨우치게 된다.
 

▲ 왜 '바베트의 만찬'이냐구요? (사진=윤지현 기자)
▲ 왜 '바베트의 만찬'이냐구요? (사진=윤지현 기자)

◇ 대형·온라인서점 말고 동네 책방 '바베트의 만찬'이 채워줄 수 있는 것

'바베트의 만찬'은 '독서모임'으로 유명하다. 매달 11개 가량의 독서 모임을 진행한다.

매월 말 SNS에 공지를 띄우는데, 모임당 8~9명의 모집이 일주일 내로 마감된다.

바베트의 만찬 김민철 대표는 "바로 이 독서 모임이 책방이 자리 잡는 데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이어 "요즘은 책을 다양하게 소비할 수 있는 시대"라며 "전자책, 온라인 서점으로 책을 팔아서 동네서점을 운영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독서 모임으로 연결된 관계들이 책방을 든든하게 지킬 수 있었던 버팀목이었다"고 밝혔다.

▲ 다양한 종류의 책이 있는 바베트의 만찬 베스트 10. (사진=윤지현 기자)
▲ 다양한 종류의 책이 있는 바베트의 만찬 베스트 10. (사진=윤지현 기자)

클릭 한 번으로 배송되는 온라인서점, 바로 읽어 볼 수 있는 전자책이 있는 편리한 세상.

더 이상 책을 사러 나갈 필요 없는 시대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사람'을 만나기 위해 밖을 나서는 존재라는 것.

결국, 오프라인만이 할 수 있는 일인 '만남'이 '바베트의 만찬'의 지속가능성이자 경쟁력이다.

김 대표는 "시대에 역행하지만, 그럼에도 결국은 사람(人)"이라며 마음속 자리 잡은 한 문장을 꺼냈다.

그는 "책은 혼자 어느 곳에서나나 읽을 수 있지만, 거기서 머무르게 되면 채워지지 않는 헛헛함이 있다"며 "절망적이고 힘든 일상이 찾아올 때 사람에게 받는 위로는 힘이 강하다"고 했다.

이어 동네 책방은 '위안'과 '쉼'을 주는 공간이고, 앞으로도 그런 역할에 충실하겠다"고 밝혔다.

▲ 2월 북클럽 일정. (사진=윤지현 기자)
▲ 2월 북클럽 일정. (사진=윤지현 기자)

◇ 독서모임 참여자가 모임장으로

"11개의 모임에 참여하시면, 시간이 부족하진 않으신가요?"기자의 질문에 김 대표는 "현재 5~6모임 정도는 인연이 닿았던 분들이 맡아 진행해주신다"고 설명했다.

이전 독서모임에 참여했던 손님이 독서모임을 이끄는 장이 되는 구조다.

먼저 오전 10시 혹은 11시, 오후 저녁 7시 혹은 7시 30분에 진행되는 '지정 독서모임'이 있다.

학생·직장인·주부까지, 20대부터 60대까지의 연령대가 모여 이야기할 수 있는 소통에 장이다.

덧붙여 진행하고 있는 몇몇 모임을 소개해줬다.

독서와 산책을 함께 하는 '산소단(산책소녀단)', 같이 책을 읽고 간단한 점심을 먹는 '브런치 북클럽', '필사 모임', '일본어 원서 읽기 모임', 저녁 7시부터 12시까지 책만 오롯이 읽는 '밤의 사색'등이다.

▲ 부부가 함께 운영중인 '바베트의 만찬'. 좌우로 펼쳐진 책장, 곳곳마다 붙어져 있는 정성스런 메모들이 앉아있는 손님을 감싸는 듯 보인다. (사진=윤지현 기자)
▲ 부부가 함께 운영중인 '바베트의 만찬'. 좌우로 펼쳐진 책장, 곳곳마다 붙어져 있는 정성스런 메모들이 앉아있는 손님을 감싸는 듯 보인다. (사진=윤지현 기자)

◇ "이 책방 있어서 갈마동으로 이사 왔어요!"

2021년 12월 문을 연 '바베트의 만찬'은 동네 사랑방, 마을회관, 쉼터 그 이상의 역할을 해내는 기특한 곳이다.

책방에 도착해 주인장이 내려준 커피를 마시며, 책을 통해 느낀 점을 공유하고, 누군가의 시선을 배우는 순간.

우리는 '책'과 '대화'를 통해 든든한 한 끼를 먹은 듯 관계의 굶주림을 해소한다.

김 대표는 "우리 동네에도 이런 책방 하나 있어" 라고 말할 수 있는 서점을 꿈꾼다.

좋은 사람들을 안전하게 만나고 교류할 수 있는 곳.

동네에 있어야 할 이유가 있는 그런 책방 말이다.

김 대표는 "최근 단골이던 20대 청년 세 명이 주변으로 이사왔다"며 "부동산도 소개해주고, 함께 산책도 하고 있다"고 갈마동 터줏대감의 면모를 보였다.

서점가는 길, 산책, 공간을 채운 노래, 고소한 커피, 느슨하게 연결된 이웃들과의 대화.

시간 여행을 할 수 있도록 꿋꿋하게 자리를 지키는 고마운 책방 '바베트의 만찬'.

그렇게 이곳은 온몸을 다해 외친다.

"그럼에도 결국 우리는 만날 수 있는 공간에서 대화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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