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기획-대전 특화거리를 가다] 기성복 대세에 직격탄, 가게 50여곳 남아 명맥 유지

① 목동·중촌맞춤패션거리/도시재생뉴딜사업·‘상점가 거리’ 유치로 회생 '안간힘'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입력 : 2023.03.26 14:40
  • 기자명 By. 우혜인 기자
▲ 24일 목동·중촌 맞춤패션거리.(사진= 우혜인 기자)

[충청신문=대전] 우혜인 기자 = '꿀잼도시'로 변신 중인  대전에는 하나하나 뜯어보면 다양한 공간이 존재한다. 특화거리는 그 중 하나다. 대전시는 외환위기 이후 경기 부흥과 원도심 활성화를 위해 1997년부터 특화거리를 지정해 왔다. 동구 6곳, 중구 10곳, 서구 1곳, 대덕구 4곳, 유성구 3곳에 예술, 자동차, 한의약, 인쇄, 건어물, 한복, 가구 등이 포진해 있다. 그러나 대부분 제대로 운영되는 곳이 없어 빛바랜 골목으로 퇴화하는 추세다. 특화거리로 지정은 했지만 시·구 차원의 후속 지원이 없어 사실상 방치된 거나 다름없는 것. 이에 특화거리의 처한 상황과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점검해본다. <편집자주>

첫 번째 소개하는 특화거리는 대전 중구 목동 선병원과 중촌동 중촌네거리 사이 골목에 위치한 '목동·중촌 맞춤패션특화거리'다.

1998년 특화거리로 지정된 '목동·중촌 맞춤패션거리'는 옷의 재료인 원단이 귀하던 1980년대 초 조각난 원단 자투리를 유통시키는 작은 상점이 중촌동 골목에 자리 잡으면서 시작했다고 한다.

공장에서 공식적으로 유통되는 한 필보다 적지만, 맞춤옷 한 벌을 만들 수 있는 양의 원단이 이곳에서 저렴하게 공급됐다.

이렇게 원단을 사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하나 둘 의상실이 생기면서 거리는 활기를 띠었다.

디자이너들은 옷을 재단하고 재봉하느라 밤을 새는 게 다반사였다. 재봉틀 앞에 손님이 줄을 서서 기다릴 정도였다.

선택의 다양성과 저렴한 가격으로 전국적으로 명성을 얻어 지역대표특화산업으로 꼽히기도 했다.

그러나 대량 생산된 기성복이 넘쳐나면서 맞춤복을 만드는 가게가 동네에서 점점 자취를 감추고 있으며, 시대 변화에 따라 맞춤복을 만들던 디자이너 상당수도 대량 의류생산에 합류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도 오랜 세월 꿋꿋하게 자신의 개성을 살려 맞춤복을 만드는 '장인'들이 모여 있는 곳이 바로 목동·중촌동 맞춤패션특화거리다.

이 곳에서는 여성의류, 특히 음악회에서 볼 수 있음직한 드레스 및 합창복 등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또한 가게 간판들도 나름 오래된 역사를 자랑하듯 단색의 큰 글씨에 특별한 장식없이 수수했다.

하지만 '맞춤패션거리'라는 조형물이 무색할 정도로 한산했다. 주차할 곳이 부족해 의상실 앞에 주정차한 차들도 다수였다.

▲ 목동·중촌 맞춤패션거리 조형물인 '피어나다'.(사진= 우혜인 기자)
▲ 목동·중촌 맞춤패션거리 조형물인 '피어나다'.(사진= 우혜인 기자)

한 때 100여 곳이 넘는 수제 양장점과 직물점, 수선가게 등이 밀집해 있었지만 지금은 50여 곳만 남아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기성복'이 시장을 주름잡으면서 맞춤옷 인기가 시들해졌고 무대의상을 대량으로 만들어오던 의상실은 코로나19 확산 이후로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보인다.

이에 구는 침체된 거리를 활성화하기 위해 지난 2011년 골목형 상점가 거리로 지정, 2021년 중촌동 도시재생뉴딜사업을 진행했다. 거리가 활기를 띨 것이란 기대는 어긋났다. 이전의 영화를 되찾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도시재생뉴딜사업 일환으로 조성된 맞춤패션플랫폼은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 지난 2021년 중촌동 도시재생뉴딜사업 일환으로 조성된 맞춤패션플랫폼은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사진= 우혜인 기자)
▲ 지난 2021년 중촌동 도시재생뉴딜사업 일환으로 조성된 맞춤패션플랫폼은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사진= 우혜인 기자)

전통과 현대가 조화를 이루는 패션 메카로 재탄생을 기대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그렇지만 현재 동네를 살리기 위해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는 등 상인들의 노력은 끊이지 않고 있다.

40년 이상 의상실을 운영해 온 김옥희 상인회장은 "맞춤복은 배우는 과정에 비해서 수입이 적기 때문에 전공자들에게 외면받는 것이 현실"이라며 "기성복이 유행한다고 해도 맞춤복은 사라질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시라도 빨리 특화거리가 활성화돼서 청년, 주민들이 함께 작품을 만들어 전시와 패션쇼 등을 열고 싶다"며 "길을 가다가 단추가 떨어지면 아무 때나 들어와 달아 달라고 할 수 있을 만큼 편안한 공간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어 "출입국관리소가 근처에 있어 다문화가정 대상으로 아카데미를 열 계획을 구상 중이다"며 "젊은 디자이너들에게는 창업의 기회를, 장인들에게는 후계자 양성의 기회를 제공하는 명소로 성장할 수 있게 만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구 관계자는 "지금 현재 구 차원에서는 지원해주는 것은 없다"며 "맞춤패션거리는 골목형 상점가로 등록돼 있기 때문에 중기부 및 시 공모사업에 응모해 국·시비 확보를 통한 시설 현대화 사업 등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저작권자 © 충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충청신문기사 더보기

하단영역

매체정보

  • 대전광역시 중구 동서대로 1337(용두동, 서현빌딩 7층)
  • 대표전화 : 042) 252-0100
  • 팩스 : 042) 533-7473
  • 청소년보호책임자 : 황천규
  • 법인명 : 충청신문
  • 제호 : 충청신문
  • 등록번호 : 대전 가 00006
  • 등록일 : 2005-08-23
  • 발행·편집인 : 이경주
  • 사장 : 김충헌
  • 「열린보도원칙」충청신문은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 노경래 (042-255-2580 / nogol69@dailycc.net)
  • Copyright © 2024 충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dailycc@dailycc.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