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란다 창으로 따뜻한 볕이 한창이다. 겨우내 거실 안에서 함께 동고동락하던 화분들을 밖으로 내놓아 싱싱한 햇빛을 맘껏 쐬도록 자리를 잡아주고 덩치만큼이나 무게도 묵직한 겨울 외투를 정리해 세탁소로 보낼 준비를 한다. 어느덧 깊고도 길던 침묵의 겨울은 가고 그 자리 가득 가볍고 따스한 봄기운이 다가앉을 일만 남은 시간, 삼월이 시작되었다.새해가 되었다고 온갖 계획을 세우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시간은 흘러 삼월의 문이 활짝 열렸다. 열두 번의 행복한 달들이라는 인디언 달력에는 삼월을 이르기를 한결같은 것은 아무것도 없는 달이라고
요즘 은행 수신액이 많이 늘고 있다. 올해 1월 말 기준 시중 5대 은행에 예금 원화 수신액이 1800조가 넘었다. 2021년 12월 말 보다 34조원 정도가 늘었다. 정기예금 및 수시 입출금에 돈이 몰리고 있는 것이다. 정기예금은 약 11조원, 수시입출금액은 9조 1300억 정도 늘어났다. 자산 시장의 특별한 투자처가 없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적당한 투자요소가 발생하면 돈을 손쉽게 출금 할 수 있다는 것도 메리트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불과 2년 전 제로금리 시대를 맞이했다. 은행에 예금을 맡겨야 이자율이 낳아 자산의 재테
코로나 19의 터널이 길다. 최근 오미크론 확산은 이젠 주위 누군가는 확진자일 만큼 흔하게 접하는 일상이 되었다. 그러다 보니 같은 반 친구의 확진으로 자가격리에 들어간 막내딸과 같이 며칠을 집밖에 못 나가고 이른바 ‘집콕’을 시전했다. 영화 몇 편을 보고, 번역하던 오페라 자막과 학교 공연에 쓸 오페라 자막을 작업하던 중 유의미한 공통점을 발견했다. 원작엔 없는 자막의 역할놀이가 그것이다.지금의 사극과 달리, 조선 시대에는 부부간에 상호 반말 혹은 상호 존대를 했다고 한다. 문헌에 따르면 죽은 배우자를 그리며 ‘자네’라고 부르며
가지고 있는 돈이 많아 경제적으로 부자라는 호칭을 얻으면 좋지만, 눈물이 많아 눈물부자라니 생각하기에 따라 유쾌한 호칭은 아닌 것 같다. 그러나 한편으론 요즘같이 메마르고 피폐한 사회에서 눈물부자라는 호칭은 어쩌면 따뜻하고 참신하게 들릴지도 모른다. 필자는 평소에도 눈물이 많은 편이었는데 어머니의 별세 후 예전보다 눈물이 더욱 많아진 것을 느낀다. 눈물은 때로는 인간관계에서 서로 간에 멀고 격해진 감정을 완화하는 해결사의 역할을 하고, 또는 메마른 감정에 단비 같은 촉매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시도 때도 없이 흘리는 눈물은 상대방에게
구석구석 먼지를 털어내며 집안 대청소를 시작했다. 주방의 냄비며 그릇들을 모두 꺼내 반질반질 윤을 내고 가스렌지의 기름때도 말끔히 제거했다. 베란다에서 거실로 들어와 겨우내 동거를 시작한 화초들의 잎을 수건으로 일일이 닦아주고 그동안 글 쓴답시고 참고삼아 여기저기 늘어놓았던 책들을 다시 책장 안으로 가지런히 들어 앉혔다.며칠 후면 도래할 설을 기다리며 미리미리 한두 가지씩 준비하는 중이다. 대청소를 마무리했으니 이제 명절에 쓸 양념으로 참깨를 볶아놓고 간단하게 물김치도 담근다. 지난해와 별반 다를 바 없이 코로나의 굴레를 벗지 못한
ESG란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인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를 뜻하는 말이다. 첫 글자를 조합한 단어로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국가와 기업 활동 시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환경을 보호하고 사회 이슈를 해결하며 건전하고 투명한 지배구조를 만들어 이 모든 것이 계층, 지역, 성별, 더 나아가 국가 간 차별을 해소하자는 것. 전 세계적으로 환경문제로 인한 위기를 느끼면서 기업의 장기적인 생존과 번영을 위한 핵심적인 가치로 자리잡고 있다. 특히 코로나 사태 이후 ESG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
유독 우리나라에서 민감한 문제가 있다. 나이다, 해가 넘어가며 떡국 한 그릇과 나이 한 살을 연관시키며 그렇게 지구 생일에 본인 나이를 얹는다. 그래서 2021년 12월 31일생 1개월은 한국 나이로 이미 두 살이다. 동아시아 3국과 베트남 등에서도 세는 나이(East Asian age reckoning)라던 셈법이 있었지만 이젠 한국만 남았다. 한국식 나
어느덧 시간은 돌고 돌아 2021년이 도착점을 향해 있다. 하루의 절반을 차지하는 유치원 앞마당에도 어느새 커다란 크리스마스트리가 전구를 달아 반짝반짝 빛나고 방송에선 연말 분위기의 기사들이 주를 이룬다. 여기저기에서 보내오는 달력으로 한 해가 끝나가고 새로운 한 해가 다가오고 있음을 눈으로 실감한다.등기우편을 보내러 우체국에 들렀는데 새해 달력을 준다. 유치원 아이들의 간식을 배달받는 업체에서도 달력을 보내오고 친분이 있는 보험회사의 보험설계사는 물론 자주 드나드는 커피집에서는 모처럼 다이어리를 제작했다며 선물로 한 권을 건넨다.
대전은 자연재해가 적은 편이라서 ‘살기에는 편한 도시’라는 공감대가 높은 편이다. 그러나 대전시는 행정안전부가 2015년부터 해마다 발표하는 교통사고, 화재, 범죄, 생활안전, 자살, 감염병 등 6개 분야에서 전국 지자체 중 최하위 수준의 지역안전지수 등급을 받아왔다. 계속되는 지역안전지수의 취약성 때문에 안전하지 못한 도시라는 우려감도 상대적으로 높았었다
코로나 이후 한국의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고 한다. 국제금융협회의 세계 부채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우리나라의 GDP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04.2%로, 세계37개국 중 1위로 기록하고 있다. 가계부채 규모가 GDP를 넘어섰다는 것을 의미한다. 조사 대상 국가 중 가계부채 규모가 GDP를 웃돈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 한국은행 발표‘2021년 3분기 가계신용’에 따르면 3분기 말 가계신용 잔액은 전분기보다 36조 7000억원이 증가한1844조 9000억원으로 집계되었다. 가계신용에서 비중이 가장 큰 가계
코로나가 창궐하던 무렵 한국 영화계에 희소식이 들렸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전 세계 영화제를 휩쓸더니 세계영화시장의 상징인 오스카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비롯한 4관왕을 거머쥐었다. 예전에 대표적인 몇 작품으로 일본 사회에 열풍을 일으키고 동아시아 시장을 석권하던 시절에도, 글로벌 시장에선 한류는 그저 ‘아시안 로컬’로만 다루어지다가 글로벌 영화계에서 정상에 올라선 것이다, 소재와 주제의 파격이라고는 하지만, 영화 기생충에선 상류계급과 거기에 기생하는 하류계급을 박사장 저택이라는 한 장소에 몰아놓으며 계급사회의 단면을 보여준다. 더
서둘러 퇴근을 하고 집 근처 제과점에 들렀다. 내일이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이라 올해 고등학교 3학년 수험생인 지인의 아이에게 작은 선물이라도 할 요량이었다. 중학 생활을 마치고 고등학생이 되었다고 내게 근황을 알려오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고3 수험생 신분으로 내일 시험을 보게 되었다니 시간이 참 빠르기도 하다.제과점 안으로 들어서자 모서리 한쪽 코너에 알록달록 수능 선물 세트들이 다양하기도 하다. 연필 모양으로 포장된 예쁜 초콜릿과 색색의 찹쌀떡, 마들렌, 재치 넘치는 문구를 넣은 엿 등 다양한 구성으로 수험생을
우리 사회는 결혼으로 인한 가사노동의 부담, 아이 양육으로 인한 부담은 아직 충분하게 개선되지 않은 채로 돌아가고 있다. ‘2020년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을 살펴보면 30대에 결혼‧임신‧출산‧육아 등의 경력단절 발생으로 고용률이 낮아졌다가 40대에 재취업으로 고용률이 증가하는 M자형 특징이 그대로 나타난다.게다가 대졸 이상 고학력 여성의 취업 지속력은 고졸 이하의 여성들보다 현저히 떨어져 고학력 여성들은 40대 이후 노동시장에 재진입하지 못하고 계속 경제활동참가율이 떨어지는 일명 L자형 곡선을 보여주고 있다. 한번 노동시장에서
한국의 문화 파워가 거세다. BTS로 대표되는 K-Pop의 열풍이 전 세계를 휩쓸고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영화제들을 점령하고, 윤여정의 오스카상 수상이 세계를 놀라게 하는 와중에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그저 ‘국뽕’ 이라 치부하며 한국의 것이 해외에 소개되는 것에 마냥 기뻐하던 차원을 넘어서 문화 전반에 한 축으로 우뚝 섰다.유럽 체류 시절이 떠올랐다. 당시 유럽에서 두각을 나타내던 일본의 축구 선수 나카타가 그네들이 아는 아시아인의 전부로 비치던 때였다, 번화가에서 한국 사람이 지나가도 ‘나카타!’를 외치고,
돌담으로 쌓아 올린 뜰 안에 가을이 깊다. 여름내 피어 있던 분꽃과 백일홍이 여전히 옹기종기 모여앉아 가을볕을 쬐고 있고 색색의 국화가 무더기로 피어 그 향이 온 마당에 흐벅지다. 한그루 우뚝 서서 담장을 넘어선 사과나무엔 지난 뜨거운 계절이 보듬어준 덕에 주렁주렁 붉은 열매가 매달려 하루가 다르게 짙어지고 있다.꽃과 함께 어우렁더우렁 자라고 있는 한쪽 귀퉁이 텃밭의 무는 초록 잎을 앞세워 마당의 생기를 더해준다. 좀 더 계절이 깊어 김장철이 돌아오면 속 재료로 쓸 요량으로 심어놓았단다. 지난봄 장터에 나가 사다 심었다는 생강도 어
주말 휴일이 겹치면서 유난히 길게 느껴졌던 추석 명절이 지나고, 바쁜 일상이 다시 시작되었다. 코로나가 장기화되면서 가족이 함께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아진 탓에, 이번 추석 집콕명절에 대한 고민과 우려가 깊었었다. 설 명절 연휴에는 제대로 만날 수 없었던 가족들이 사적모임 인원제한의 완화로 8명까지 모일 수 있게 되었다. 모처럼 흩어졌던 가족이 모여서 반갑고 기쁘기는 했지만, 먹고 돌아서면 또 먹을 걱정을 하며 부엌 언저리를 벗어나지 못하는 숨가쁜 연휴를 보냈다.“없는 집 제사 돌아오듯 한다”는 말처럼 누군가는 마냥 달갑지만은 않
금융감독원의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전국 은행점포는 2020년 말 6405개에서 올 상반기 6326개로 6개월 사이에 79곳이나 폐쇄되었다. 4대 시중은행들은 올 하반기에도 130여개의 점포를 폐쇄할 방침이라고 한다. 모바일 이용증가로 은행의 점포 축소가 이루어지고, 코로나19로 인하여 지난해부터 더욱 빨라지고 있다.비대면 금융거래가 빠르게 확산되는 과정에서 기존 금융산업구조에 커다란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 모바일 이용증가로 은행점포의 축소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코로나19로 인하여 은행점포의 통폐합이 가속화 되고 있다.
요즘 사극은 기존보다 자유로운 소재와 어법을 구사한다. 조선 시대의 좀비, 세자와 내관의 신분 초월 사랑 이야기는 당시에 불가능했던 상황이기에 더 흥미를 자아낸다. 그러나 가끔은 이런 고증에서 벗어난 극적 설정이 시간이 흘러 정사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삼국지만 해도 정사 삼국지보다는 나관중의 소설‘삼국지연의’가 대중에게 훨씬 유명하다 보니, 한족 중심의 역
어느새 시간은 여름을 지나 가을의 경계에 서 있다. 늦여름 더위가 물러간다는 처서(處暑)가 지나고 나니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기운이 완연하다. 새벽에 일어나면 서늘한 기온에 얇은 겉옷을 찾게 되고 맹위를 떨치던 한낮 불볕더위도 어느덧 자취를 감추었다. 해가 지고 난 뒤 한 집 두 집 여름내 열려있던 창문이 하나씩 닫히기 시작하는 걸 보면 예로부터 내려오는 절기(節氣)란 그저 신기하기만 하다.지난 주말에는 읍내 외곽에서 고추농사를 짓고 있는 지인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올해 고추를 수확해서 빻아놨으니 직접 와서 보고 구매하라는 내용이었다
통계청에서는 매년 ‘한국의 사회동향’을 발간한다. 통계청에서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 한국여성정책개발원에서 ‘여성통계연보’ 등 성인지통계를 발표하지만, 현재의 통계집으로 성별 특성과 현황을 보여주기에는 한계가 있다.1970년대 양성평등이 세계 각국의 주요 의제로 채택되기 시작했을 때, 성별통계가 제대로 작성되어 있지 않아서 양성평등 정책 수립에 곤란을 겪었다. 1975년 UN 제1차 세계여성대회에서 ‘성인지통계’의 중요성을 공식적으로 인정했고, 그 이후 체계적인 자료와 통계를 축적하며 지표개발을 통해 여성들의 지위와 삶을 드러내
보이스피싱이 갈수록 수법의 지능화, 고도화 되어 많은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2000년대 초반 대만에서 시작되어 중국과 일본 한국 등으로 확산되어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2006년에 처음 국세청을 사칭한 범죄가 발생하였다. 보이스피싱의 피해규모는 2017년 발생건수 2만4259건 피해액은 2470억원, 2018년에는 3만건 4132억원, 2019년에는 하루 평균 3억3000만원의 보이스피싱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범죄의 심각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2020년 대전지역 피해건수를 보면 1014건이며 금액은 207억의 피해가 발생하였다.
아이들과 생활하는 유치원 앞마당에 해를 품은 여름꽃이 만발이다. 따스한 봄날 담장 아래 심은 해바라기 씨앗이 자라 어느새 초록 잎 사이로 반짝반짝 얼굴을 내밀고, 지난해 떨어졌던 나팔꽃 씨앗도 새싹으로 돋아나 줄기를 만들고 창문을 타올라 교실 너머 안을 들여다본다. 백일 동안 붉게 핀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백일홍'은 여름을 대표하는 꽃답게 올해도 어김없이 울긋불긋 흐드러지게 피었다.멀리 창밖 들녘엔 온갖 여름 곡식들이 햇살의 기운을 머금으며 자라고 있다. 어느 농부의 논에는 봄부터 여름내 심고 가꾸고 길렀을 벼들이
코로나19로 비대면 문화가 일상이 되어간다. 비접촉형 범죄도 증가하고 유형도 다양화 되면서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디지털 성착취물의 유포가 문제시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빨간 마후라 사건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디지털 성범죄의 확산은 반사회적 바이러스로 어느 누구도 피해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성착취물은 피해자에게 그냥 가해를 입히는 정도가 아니라 끊임없이 전파되고 공유되면서 삶을 포기할 정도로 무기력하게 만든다.현재 가장 그 피해가 심각해지고 광범위해지는 디지털 성범죄는 ‘몸캠피싱’이다. 채팅앱 또는 메신저를 통해 음란행위를
사회적 경제와 사회적 가치가 부각되고 있다. 사회적 경제기업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현장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등 연대와 협력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와 관련에서 다양한 협력과 연대가 이루어지고 있는 사례가 각 지역에 존재한다.대표적인 주요사례를 보면 대구 소재 사회적기업으로 공감씨즈가 있다. 공감씨즈는 여행과 숙박과 관련하여 대구지역 의료인등으로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노력하는 현장인력에게 숙박공간(게스트하우스) 및 후원품을 제공한다. 경기도 수원에 소재하고 있는 사회적 협동조합 클린
서양 예술을 논할 때 고대 그리스 원형극장을 빼놓을 수 없다. 산골짜기 하단에 있는 야외극장은 마이크 없이도 불어 내려오는 골짜기 바람으로 음성이 확장되었던 공간이었다. 우리가 중세를 지나 르네상스 시대물 영화를 보면 자주 접할 수 있는 것이 말발굽형 극장이다. 긴 반원으로 무대를 보고 말발굽처럼 둘러 있는 형태로, 1층을 제외한 각 층은 갤러리석이라고도 하는데, 스포츠 경기장에 둥그렇게 켜켜이 쌓아 올라가는 상층부 좌석을 생각하면 되겠다. 평평한 1층은 입석으로 지금의 콘서트장 스탠딩 포스트에 해당한다.르네상스 시대에는 극장이 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