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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도청 10년, 내포문화 돌아보기] 3.서산 청송 심씨 가문, 5대에 걸쳐 명인 8명 배출

판소리의 고향 ③내포의 명창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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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2.09.24 22:13
  • 기자명 By. 안순택 기자
▲ 고수관 명창 생가터. 서산시 고북면 이름도 예쁜 '초록리', 연암산 아래에 있다.

[충청신문=대전] 안순택 기자 = 충청소리에서 판소리의 싹이 텄으니 충청 땅에서 많은 명창들이 출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최초의 명창 최선달 하한담을 선두로 해서 20세기 전반까지 30여명의 명창들이 스타급 인기를 누리며 활약했다. 고수관 방만춘 정춘풍 김정근 김창룡 이동백 심정순 황호통 등이 그들이다.

당대 으뜸 소리꾼을 일컫던 ‘고송염모’(고수관 송홍록 염계달 모홍갑)의 첫머리 고수관 명창은 서산 고북면 사람이다.

고수관은 변주에 능한 재기 넘치는 광대였다. 목청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능력이 탁월해 ‘딴청일수’라고 불렸고 학식을 갖춰 소리판의 분위기에 따라 즉흥적으로 사설을 고치고 곡조를 바꾸는 재주로 좌중을 사로잡았다.

대구 감사 부임연에 초청됐을 때였다. 고수관은 ‘춘향가’를 불렀는데 ‘기생점고’ 대목을 그곳 기생들의 이름에 멋진 시를 붙여 바꿔 부르자 좌중의 탄성이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고수관의 창법은 염계달의 창법을 많이 따랐다고 한다. 염계달의 장기는 ‘추천목’인데 그네를 타듯이 흥청흥청거린다고 해서 ‘추천목’이다.

재기 넘치는 가사를 흥청흥청 노래하면 관객들은 아주 흥겨웠을 것이다. 그래서 “고수관이 노래하고 춤추면 황소가 웃는다”는 말이 나왔을 것이다.

이 소문을 들은 임금이 사실인지 확인하겠다며 고수관을 궁으로 불렀다. 확인을 위해 황소도 데려다 놓았다.

고수관이 노래하며 춤추자 황소가 갑자기 소리를 지르며 흥분한 모습을 보이는 게 아닌가. 이를 본 임금은 “과연 고수관은 명창이로구나”하고 칭찬하고 상을 내렸다고 한다.

황소가 고수관의 소리에 정말 반응했을까. 임금의 부름에 고심하던 고수관은 기지를 발휘한다. 발정난 암소의 분비물을 구해 옷소매 끝에 발랐다고 한다.

춤을 출 때 소매 끝으로 황소의 코를 스치게 해 황소를 흥분시켰던 것이다. 사실여부를 떠나 당시 고수관 명창의 인기가 어떠했는지를 보여주는 전설급 이야기라 하겠다.

“사랑 사랑 내 사랑 어화둥둥 내 사랑”하고 부르는 ‘춘향가’ 중 ‘자진사랑가’가 그의 더늠(명창이 독창적으로 사설과 곡조로 짜서 자신의 장기로 부르는 대목)이다.

해미의 명창으로 고수관과 함께 초기 팔명창에 꼽히는 이가 방만춘이다. 11세부터 일락사에 들어가 소리공부를 했다고 하고, 큰 소나무를 붙들고 혼신의 힘을 다해 소리를 질렀더니 그 큰 소나무가 뿌리째 뽑힐 정도로 소리가 호방하고 우렁찼다고 한다.

힘차게 내는 ‘아귀성’은 물론이고 아주 가늘게, 약하게 소리를 내도 저 뒤까지 분명하게 들리는 ‘살쇄성’도 뛰어났다고 한다.

‘적벽가’를 장기로 했으며 ‘적벽가’ 가운데 ‘적벽화전’ 대목을 특히 잘 불렀다는데, 그가 이 대목을 부르면 소리판이 온통 불바다가 되는 듯한 절창이었다고 한다.

방만춘 명창의 소리는 손자 방진관이 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방진관의 소리는 전하지 않고 퉁소명인이었던 그가 음반으로 취입한 ‘낭자출궁’ ‘녹음방초’ ‘삼고초려’ 등만 남아있다.

서산에서 빼 놓을 수 없는 중고제 소리와 전통예술의 종가가 청송 심씨 심정순 가문이다.

5대에 걸쳐 무려 8명의 명인을 배출했으니 명문 중의 명문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심정순은 서구문물의 유입과 일제강점이라는 격동의 시기에 우리의 것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 위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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