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충남도청 10년 내포문화 돌아보기] 23. "충청 최초의 순교자가 승천한 곳" 홍주골

천주교 못자리 ③내포 첫 순교자 원시장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입력 : 2022.10.25 13:38
  • 기자명 By. 안순택 기자
▲ 재현해 놓은 홍주감옥. 홍주감옥은 기록으로 확인된 순교자 212명 중 가장 많은 113명이 순교한 곳이다.
▲ 재현해 놓은 홍주감옥. 홍주감옥은 기록으로 확인된 순교자 212명 중 가장 많은 113명이 순교한 곳이다.

[충청신문=대전] 안순택 기자 = 홍주순교성지는 순례길을 따라 걷게 되어있다. 홍주목사가 집무하던 동헌을 출발해 감옥터-진영-저잣거리-참수터-생매장터 순서로 돌아보게 된다.

홍성군청에서 홍주역사박물관-조양문-북문교를 지나 월계천으로 이어지는 길인데 걷다 보면 문득 홍주성 전체가 순교현장임을 깨닫게 된다.

교회 순교록에 따르면 홍성의 초기 박해(1791~1801년) 순교자는 8명이다. 원시장 베드로, 방 프란치스코, 박취득 라우렌시오, 황일광 시몬 등 4명은 시복시성이 추진되어 2014년 8월 16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에 의해 복자품에 올랐다.

중기 박해(1812~1839년) 때는 이여삼 바오로 등 4명이 순교했으며 이후 1866년부터 1870년대 초까지 계속된 병인박해 때 가장 많은 200명이 순교해 교회 순교록과 관변기록 등 기록상 확인된 홍성 순교자는 모두 212명이나 된다. 그러나 이름을 알 수 없는 무명 순교자들까지 포함하면 실제로 순교자는 1000여 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  홍주순교성지 순교비
▲  홍주순교성지 순교비

생매장터에 순교비가 세워져 있다. 앞면에는 ‘홍주순교성지’라고 새겨져 있는데 뒷면에 새겨진 글이 눈길을 끈다.

“이곳 홍주골은 믿음을 가진 성지로 충청 최초의 순교자가 승천한 곳, 이 숭고한 넋은 평화의 빛이 되리라.”

홍주성에서 충청 최초, 내포의 첫 순교자가 나왔다는 것이다. 충청 최초의 순교자, 그는 원(元)시장 베드로(Petrus)다.

원시장은 1732년 홍주 응정리(현재 당진군 합덕읍 성동리)에서 태어났다. 그는 한국 천주교회가 창설된 지 몇 해가 지난 1788년 무렵, 56세가 되었을 때 사촌 형인 원시보 야고보와 함께 천주교 교리에 대해 듣고 입교했다. 이름은 알려지지 않았고 ‘시장’은 그의 관명(冠名)이다.

천주교에 관심을 가진 그는 서울로 가 초기 교회 지도자들에게 교리를 배웠다고 하고, “본능이 원하는 대로 사는 것이 아니라 절제해야 행복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집으로 돌아온 그는 “나는 영원한 생명을 사는 법을 배웠다”며 천주교 교리를 설명하며 전교했고 마음을 움직인 이들 30가구를 입교시켰다. 이 때문에 그의 이름은 관장의 귀에까지 들어가게 되었다.

1791년 신유박해가 일어나자 원시장은 곧바로 체포됐다. 아마 홍주목사는 원시장에게 이렇게 물었을 것이다.

“네가 천주학쟁이냐?”
그리고 “그렇소. 나는 천주학쟁이오”라는 고백을 들었을 것이다. 이렇게 문초가 끝나고 원시장은 감옥으로 끌려갔을 것이다.

원시장은 순교자 중에서 가장 잔혹한 방법으로 처형됐다. 그는 치도곤을 70대나 맞고도 배교하지 않고 신앙을 증거했다. 이러한 일이 옥 밖으로까지 알려지자 어느 날 한 교우가 옥으로 그를 찾아와 ‘베드로’라는 이름으로 세례를 주었다.

‘원시장을 때려 죽여라’라는 명령이 떨어지자 홍주목사는 관례에 따라 사형수에게 마지막으로 주는 음식을 가져다주도록 하고는 죽을 때까지 매질을 하도록 하였으나 원시장의 숨은 가늘지만 아직 이어지고 있었다.

관장은 밤중에 원시장을 감옥 밖으로 끌어내고 원시장의 몸에 물을 퍼붓도록 했다, 그때가 12월, 한겨울 추위에 뒤집어쓴 물은 이내 얼음으로 변했고 겨우 숨이 붙어있던 원시장은 더는 견디지 못하고 숨을 거뒀다. 기록으로 얼어서 순교한 이는 원시장 한명뿐이다.

원시장은 내포 첫 순교자였으니 고난은 이제 시작일 뿐이었다. 이렇듯 구석구석이 처형지로 사용됐던 홍주성은 아직도 무심하게 남아 있는 고목들과 함께 당시 신자들이 받았던 엄청난 핍박을 그대로 전해 주고 있다.

생매장터 옆 산책길에 순교자들의 손을 형상화한 조각작품이 줄지어 놓여 있다. 경건하면서도 가슴 저리다.

▲ 원시장 동사를 표현한 부조
▲ 원시장 동사를 표현한 부조

 

저작권자 © 충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충청신문기사 더보기

하단영역

매체정보

  • 대전광역시 중구 동서대로 1337(용두동, 서현빌딩 7층)
  • 대표전화 : 042) 252-0100
  • 팩스 : 042) 533-7473
  • 청소년보호책임자 : 황천규
  • 법인명 : 충청신문
  • 제호 : 충청신문
  • 등록번호 : 대전 가 00006
  • 등록일 : 2005-08-23
  • 발행·편집인 : 이경주
  • 사장 : 김충헌
  • 「열린보도원칙」충청신문은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 노경래 (042-255-2580 / nogol69@dailycc.net)
  • Copyright © 2024 충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dailycc@dailycc.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