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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원의 교육夢] 당연지사(當然之事)에 고마워하고 감사하는 날을 꿈꿔본다

권기원 대전도안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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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5.04.29 13:29
  • 기자명 By. 충청신문
▲ 권기원 대전도안고등학교 교장
계절은 어느새 봄의 깊은 곳을 지나, 초여름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꽃이 지고 나뭇잎이 짙어지는 이 시기, 우리는 매년 같은 이름의 날들을 맞이한다. 근로자의 날, 어린이날 등 이름만 들어도 익숙한 이날들은 달력 속 기념일로만 존재해 온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시기를 맞아, 우리는 그동안 너무도 당연하게 여겨왔던 것들, 삶을 지탱해 주는 수많은 노력과 헌신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할 때다.

매일 아침에 눈을 뜨면 전기가 들어온다. 수도꼭지를 틀면 깨끗한 물이 쏟아지고, 식탁 위에는 밥이 놓여 있다. 학교에는 선생님이 계시고, 수업을 마치면 친구들과 함께 하교하고, 집에는 부모님이 계신다. 거리에는 늘 차가 다니고, 쓰레기는 다음 날이면 치워진다. 이 모든 평범한 일상은 너무 익숙해서, 우리는 그것이 소중한 줄 모르고 지나친다. 하지만 그 ‘당연함’이라는 이름 아래 숨겨진 노력과 사랑, 헌신을 우리는 얼마나 자주, 얼마나 깊이 돌아보고 있을까? 이 모든 일상이 마치 자연처럼 여겨질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이 평범한 하루는 수많은 사람의 땀과 사랑, 책임 위에 쌓여 있는 것이다. 우리가 인식하지 못할 뿐, 그 속에는 수많은 이름 없는 노력과 조용한 헌신이 흐르고 있다.

내일은 근로자의 날이다. 우리들이 그동안 아무렇지 않게 여겨온 많은 일들이 누군가의 노동으로 이루어져 왔다는 사실을 되새겨 그분들의 노고에 감사해야 한다. 매일 식탁에 오르는 음식 하나하나도, 우리가 타는 지하철도, 손에 들린 스마트폰도 누군가의 수고와 땀방울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 거리에서, 병원에서, 건설 현장에서, 혹은 우리가 보지 못하는 수많은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 덕분에 우리는 편리하고 안전한 삶을 누린다. 그러나 그들의 수고는 때로 너무 조용해서, 마치 그럴 법한 일처럼 여겨지곤 한다. 그 침묵 속에서 우리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은, 어떤 노동도 하찮지 않으며, 모든 노동은 세상을 움직이는 힘이라는 사실이다. 매일 우리가 마주하는 모든 결과가 누군가의 노력임을 아는 것, 그것이 진정한 노동의 가치를 인정하는 것이다. 노동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이고, 삶이며 또 존엄이다. 우리 사회는 노동을 통해 유지되고 발전하며 연결된다. 그러니 우리가 살아가는 이 사회 전체가, 누군가의 땀 위에 놓인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5월에는 어버이날, 스승의 날도 있다. 그저 당연히, 당연하게 생각해 온 날 들인데, 이제부터라도 단순히 공휴일 혹은 형식적인 기념일로만 지나치지 말자. 때로 잊고 지내거나 준비하지 못했던 그동안의 미안함을 지우고 작년과 다르게, 조금은 더 진지하게 이날 들을 마주하는 모습을 꿈꿔본다.

아마 누구든지 가장 익숙한 존재를 묻는다면 대부분 부모님이라 말할 것이다. 그러나 그 익숙함이 때로는 무관심이 되고, 때로는 짜증이 되기도 한다. 매일 아침 준비된 밥상, 잔소리로 시작되는 하루, 혹은 문득 도착한 걱정의 문자. 이런 평범함 속에는 말보다 큰 사랑이 깃들어 있다. 누군가가 나를 위해 나의 하루를 염려하고 함께 고민해 준다는 것은 결코 당연한 일이 아니다. 오직 사랑이 있을 때 가능한 일이다. 내가 아프면 밤새도록 잠 못 이루는 사람이 부모이고, 시험을 망치고 돌아와도 아무 말 없이 등을 토닥이는 사람도 부모이다. 비 오는 날 우산 없이 뛰어온 내 모습에 마음 아파하는 사람, 말로는 잔소리를 하지만 마음속엔 항상 걱정을 품고 있는 사람, 그 모든 무조건적인 존재가 바로 어버이다. 사랑은 때로 말없이 다가온다. 표현은 서툴 수 있지만, 행동으로 드러나는 사랑은 결단코 작지 않다. 어버이날은 꽃 한 송이로 마음을 전하는 날이지만, 사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사랑받은 만큼, 다시 사랑할 줄 아는 마음을 갖는 것이다. 감사의 말 한마디, 포옹 한 번, “나도 엄마 아빠 사랑해요”라는 짧은 표현이, 수십 년의 사랑에 비할 수는 없지만, 그 마음을 전하기엔 충분하다.

미래를 밝혀주는 등불인 스승의 날에 대해 생각해 보자. 학생은 교실에서 하루의 반 이상을 보낸다. 그만큼 선생님이라는 존재는 한 사람의 인생에 큰 영향을 끼친다. 그러나 우리는 종종 선생님의 존재를 당연하게 여긴다. 매일 교탁에 서서 수업하는 것도, 상담을 해주는 것도, 시험을 채점하는 것도, 그냥 선생님이니까 라고 생각해 버린다. 하지만 교육은 단순한 지식 전달이 아니다. 선생님은 단지 수업을 하기 위해 존재하는 사람이 아니다. 학생의 삶을 함께 고민하고, 올바른 길로 인도하며, 때론 부모보다 더 가까이에서 한 사람의 미래를 지켜보는 역할을 한다. 무너진 자존감을 세워준 말 한마디, 포기하려던 꿈을 다시 바라보게 만든 조언, 누구보다 먼저 나를 믿어준 따뜻한 눈빛, 그 모든 순간이 지금의 나를 만든 것이다. 선생님의 격려 한마디에 포기하려던 마음을 붙잡고, 조용한 관심이 외로움을 덜어주기도 한다. 스승의 은혜는 때로 시간이 지난 후에야 마음에 깊이 새겨지는 법이고, 그 깨달음은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에 고스란히 흔적을 남긴다.

당연하지 않은 것들을 당연하게 여겨온 우리에게 근로자의 땀도, 어버이의 사랑도, 스승의 가르침도 모두 누군가의 헌신 위에 존재한다. 그러나 우리는 그 위에 서서 이건 원래 그래야 하는 것이라 착각하고 살아왔다. 하지만 이 세상에 그냥 주어지는 것은 없다. 누군가가 희생하고, 감내하고, 기다려준 끝에 비로소 우리가 누리는 지금이 존재하는 것이다.

근로자의 날,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등 5월의 날들이 우리에게 주는 공통된 메시지는 하나다. 당연해 보이는 모든 것들 뒤에는 절대 당연하지 않은 누군가의 노력과 사랑이 존재한다는 것, 우리가 무심코 지나쳤던 순간들, 아무렇지 않게 생각했던 관계들, 혹은 짜증으로 응대했던 일들 속에 사실은 소중한 마음이 깃들어 있다는 것이다.

5월을 맞이하는 모두에게 전하고 싶은 것은 바로 우리들이 살아가는 하루하루는 누군가의 많은 준비와 기다림 속에 만들어진다는 사실이다. 책상 위에 놓인 교과서, 따뜻한 이불, 등굣길을 닦아놓은 청소부의 흔적, 이 모든 것들이 결코 그냥 있는 것이 아니었음을 기억하는 5월을 그려본다. 지금까지 너무도 당연히, 당연하게 여겨온 것들. 당연지사(當然之事)에 대해 고마워하고 감사하는, 소중한 성찰의 시간을 갖는 그런 5월을 꿈꿔본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에게는 노동자이고, 부모이며, 또 스승이다. 우리는 서로의 삶에 영향을 주고받으며 살아간다. 그래서 이 사회는 혼자 설 수 없고, 함께 있을 때 비로소 완성된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우리가 종종 잊는 고마움이라는 감정이 자리해야 한다. 다가오는 5월, 다시금 마음에 새겨보자. 우리가 지금 누리고 있는 일상은 결코 그냥 주어진 것이 아니다. 당연하게 여겨진 것들이야말로, 가장 귀하고 값진 것들임을….

5월이 되면 거리 곳곳에 카네이션이 보인다. 하지만 꽃보다 더 중요한 건 마음이다. 감사하는 마음, 미안한 마음, 그리고 이제는 더 이상 외면하지 않겠다는 다짐, 그러한 마음이 우리 사회를 더 따뜻하게 만들고, 다음 세대에 희망을 심어준다. 이 글을 읽는 모두가 잠시 멈춰 서서 주변을 돌아보면 좋겠다. 누군가의 노력으로 편해진 오늘, 누군가의 사랑으로 단단해진 마음, 누군가의 가르침으로 넓어진 세상을, 그 모든 것을 다시 한번 바라보는 5월을 그려본다. 그리고 이제 우리가 그 누군가가 되어야 할 차례다. 누군가를 위해 기꺼이 수고하고, 사랑하고, 가르침을 주는 사람, 그렇게 함께 살아가는 삶 속에서, 진짜 의미 있는 당연지사가 만들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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