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청신문] 최일·정완영 기자 = 새 정부 출범과 맞물려 국가균형발전의 거점인 충청이 휘청거리는 가운데, 충청권 광역단체장 4인이 대응방안 모색에 머리를 맞댔다.
이재명 정부가 부산을 ‘해양강국 중심도시’로 만들겠다며 정부세종청사에 입주해 있는 해양수산부의 부산 이전을 추진하고 있고, 국민의힘 주도로 대전 대덕연구개발특구에 자리한 우주항공 관련 정부출연연구기관(한국항공우주연구원·한국천문연구원)을 우주항공청이 입지한 경남 사천으로 옮기려는 법 개정안이 발의돼 ‘행정수도 세종’과 ‘과학수도 대전’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소속 이장우 대전시장과 최민호 세종시장, 김태흠 충남지사, 김영환 충북지사는 19일 세종시의 한 호텔에서 긴급 회동을 갖고 해수부 부산 이전 및 항우연·천문연 사천 이전 움직임에 강한 우려를 표하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장우 시장은 “현 정부 출범 이후 추진되는 해수부 이전 문제나 최근 일부 국회의원들이 대전에 있는 항공우주연구원 이전 관련 법안들을 내는 걸 아주 부적절한 것으로 보고 있다”며 “세종은 행정수도 완성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약속한 대로 대통령실과 국회의사당을 조기 이전하는 것이 신속히 추진돼야 한다. 해수부를 부산으로 이전하는 것은 효율성 측면이나 국가 발전에 도움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태흠 지사는 “해수부 이전 문제에서 촉발돼 각 지역에서 필요한 부처·기관들을 달라고 하는 움직임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며 “정부 부처들은 한 군데 밀집해 두고 국회와 협력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금 국정기획위원회가 출범해 이재명 정부 5년 국정 방향의 기조를 잡고 있는데 충청권 4개 시·도의 입장을 정리해 강하게 전달할 방침”이라며 “충남 출신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이 충청권에 있는 기관들을 다른 곳으로 분산하는 것을 좌시하는 것은 무책임하게 보일 수 있다. 이재명 정부가 지역 갈등을 유발하지 않는 방향으로 현명하게 대응하리라 본다”고 말했다.
아산을 지역구에서 3선(20~22대) 국회의원을 지낸 강 실장은 내년 6월 민선 9기 지방선거 민주당 충남지사 후보로 물망에 오르내리고 있는 만큼 김 지사의 발언은 잠재적 경쟁자에 대한 견제 포석으로도 읽힌다.
이날 간담회를 제안한 최민호 세종시장은 “충청권 4개 시·도가 해수부를 부산으로 이전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모아 적극 대응해야 한다”며 “충청권 공조를 강화하고 국정기획위원회에 이런 뜻을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김영환 충북지사는 “청주국제공항 민간 전용 활주로 건설, CTX(충청권 광역급행철도) 조기 개통 등의 지역 현안도 관철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4개 시·도는 당초 국가균형발전 전략에 관한 충청권 공동선언문을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를 채택하지 않은 채 서로의 입장만 확인하는 선에서 회동을 마무리했다.
한편, 대전시의회는 이날 제287회 정례회 제3차 본회의에서 행정자치위원장인 국민의힘 정명국 의원(동구3)이 대표발의한 ‘해수부 부산 이전 반대 건의안’을 의결했다.
시의회는 이 대통령이 취임 다음날인 지난 5일 국무회의에서 해수부 부산 이전의 신속한 추진을 지시한 데 대해 ‘행정 비효율, 정책 연속성 훼손, 과도한 예산 낭비’ 등을 이유로 반대 입장을 천명했다.
정 위원장은 “해수부 이전은 국가의 행정 효율성과 국토 균형발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라며 “해수부 세종 존치는 특정 지역의 이익을 넘어 대한민국의 미래 경쟁력과 국가 공동의 이익과 직결된다”고 건의안을 제안한 배경을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