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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 탕감' 새희망? 역차별?..."벼랑 끝 탈출"vs"빚 갚은 호구" 논란

자영업자 등 '7년 이상 5000만원 이하 채무조정' 갑론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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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5.06.22 17:40
  • 기자명 By. 박정하 기자

 

▲ 빚 부담이 가중된 자영업자·소상공인 등을 위한 채무 조정 정책이 발표되면서 곳곳에서 정책에 대한 기대와 우려 등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충청신문DB, 그래픽=연합뉴스>

[충청신문=대전] 박정하 기자 = 정부가 빚에 허덕이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을 위한 채무 조정 정책을 발표하면서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 충청지역을 비롯한 많은 곳에서 "숨통이 트일 것 같다"는 기대와 "성실한 상환자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우려 등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 19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어 7년 이상 연체된 5000만원 이하 빚을 진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채무부담을 덜어주는 채무 조정 정책을 의결했다.

중위소득 60% 이하이거나 회생·파산 인정 재산 외 처분 가능한 재산이 없는 상환 능력을 상실한 사람들은 채무가 완전히 소각된다. 상환 능력이 부족하지만 여전히 상환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는 대출 원금의 최대 80%까지 감면하고 나머지 채무는 10년에 걸쳐 분할 상환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정부는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장기 연체채권 16조4000억원을 매입해 113만4000명이 수혜를 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같은 부채 탕감 정책에 대해 빚 부담이 누적된 상인들은 "살 길이 열렸다"며 반기고 있지만, 꾸준하게 빚을 갚아온 상인들은 "성실한 사람만 손해를 본다"는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채무 탕감 정책을 기대한다는 대전 대덕구의 한 식당 주인 김모 씨는 "채무 탕감 뉴스를 보고 그동안 쌓인 빚 부담에 대한 체증이 내려가는 것 같다"며 "코로나19 이후 매출이 급감하고 대출 이자가 누적돼 매달 빚을 갚는 것조차 힘들어 폐업을 고민했지만, 채무 일부가 탕감될 수 있다는 소식에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용기가 생긴다"고 말했다.

충남 아산에서 작은 카페를 운영하는 최모 씨는 "많은 소상공인이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고 그 후에도 대출 상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현재의 힘겨운 상황에서 채무 탕감 정책이 그나마 희망을 줬다. 당장 가게 형편이 좋아지지는 않겠지만 숨을 돌릴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고 웃으며 말했다.

형평성 측면에서 반대한다는 대전 유성구의 한 세탁소 주인 강모 씨는 "힘들어도 이자를 차곡차곡 갚아온 사람들은 무엇이냐, 차라리 갚지 말고 버틸걸 그랬다"며 "소상공인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부채를 탕감 받는다고 다시 일어날 수 있는 건 아니다. 모든 소상공인이 공정하게 혜택을 받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충북 제천에서 30년째 의류 소매업을 운영하는 유모 씨도 "의류업은 계절과 유행에 민감한 업종인데 채무 탕감을 받은 업체들이 자금 부담에서 벗어나 빠르게 재고를 처리하고 가격을 낮춘다면 가격 경쟁에서 밀려나게 될 수 있다"며 "소매업의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고 있는데, 채무 탕감이 그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했다.

자영업자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서는 찬반 의견이 크게 갈리고 있다. 찬성 쪽에선 "정부가 재기의 기회를 준다니 더 열심히 살 용기가 난다", "나라가 빚을 갚아준다고 도덕적으로 문제 될 것이 뭐가 있나", "벼랑 끝에서 희망이 생겼다"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반대 쪽에선 "국가가 빚 청산을 해 준다면 빚을 갚은 사람은 바보가 되는 것 아니냐", "빚을 갚지 말고 더 빚을 내서 장사하라고 부추기는 것 같다", "정당한 성실 상환자들도 배려할 수 있도록 보다 공평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불만을 표출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이번 채무 탕감 정책에 대해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

장기적 경제 활성화 등 긍정적 효과를 기대하는 전문가들은 "코로나19와 경기 불황으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들의 재기와 경제 회복을 촉진하고, 고용 안정과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방안"이라며 "소상공인들이 사업을 재개할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망을 제공하는 정책"이라고 평가했다.

정부의 재정 부담 가중 등 신중론을 펼치는 전문가들은 "부채 탕감이 도덕적 해이와 자립 능력 저하를 초래할 수 있다"며 "정부의 세수 부족 문제와 같은 경제적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한 정책 집행이 필요하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이번 채무 탕감 정책은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소상공인들에게 재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며 "남용 우려를 최소화하기 위해 심사 기준을 철저히 적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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