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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포럼] 자유전공

정현용 대전대학교 혜화리버럴아츠칼리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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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5.09.18 12:06
  • 기자명 By. 충청신문
▲ 정현용 대전대학교 혜화리버럴아츠칼리지 교수
9월 둘째 주인 8일부터 12일은 2026학년도 대학 입학을 위한 수시입학원서 접수가 있었다. 우리 지역의 대학들은 대학마다 약간씩 다르지만, 평균 6대 1 이상의 경쟁률을 보였다. 필자의 대학은 이번에 6.39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이번 2026년 대학 입학을 위한 수시 원서 접수에 필자의 첫째도 지원하였다. 필자의 첫째는 작년 9월부터 무대미술을 전공하기 위하여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였다. 초등학교를 다니던 시절 6년 동안 미술학원을 다녔고, 여러 사생대회와 공모전에서 입상한 적이 있었지만,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약 5년 동안 그림 그리는 것을 쉬었다. 필자의 첫째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있었던 2020년 중학교에 진학했고, 제과제빵에 관심이 있어 요리학원에 다니기도 하였으며, 고등학교에 진학한 후 2학년까지 로스쿨에 관심을 보였다. 그러다 여름방학이 끝날 즈음에 무대미술을 공부하고 싶다고 한 다음, 지금까지 미술학원을 다니며 그림 공부를 하였다. 지난 수시입학 원서 접수에 4개 대학에 원서를 냈다. 그중 2개 대학은 미술 실기 전형이 아닌, 자유전공(혹은 자율전공)에 지원하였다. 자유전공으로 입학한 후 무대미술학과에서 공부할 수 있다는 대학 측의 입시 설명을 들었기 때문이다.

자유전공은 대학의 입학 단계에서 특정 학과에 소속되지 않고, 다양한 분야의 교과목을 경험한 뒤 본인의 적성과 진로에 맞춰 전공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 제도이다. 자유전공 제도의 도입 배경은 급격히 변화하는 사회와 교육 환경 속에서 찾을 수 있다. 과거에는 대학 입학 단계에서 전공을 정하고, 그 안에서만 학문을 이어가는 구조가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으로 대표되는 지식 기반 사회에서는 하나의 전공 지식만으로는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실제로 많은 학생들은 입학 후, 자신의 적성과 전공이 맞지 않아 진로를 바꾸거나 휴학과 전과를 고민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완화하기 위하여 자유전공은 다양한 학문을 경험하고, 스스로 흥미와 역량을 탐색할 기회를 제공한다. 학생은 1~2학년 동안 인문, 사회, 자연, 공학, 예체능 등 여러 영역의 기초 과목을 수강하며 폭넓은 시각을 기를 수 있고, 이후 본인의 흥미와 역량을 고려해 단일 전공, 복수 전공, 융합 전공 등 다양한 진로를 정할 수 있다.

대학에서 자유전공은 학생들에게 학문의 폭넓은 탐색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큰 장점을 가지고 있다.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학생들은 자신의 진로와 적성에 대해 충분히 고민할 시간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이때 자유전공은 특정 학과에 제한되지 않고, 다양한 강의를 수강하면서 스스로에게 맞는 분야를 찾도록 기회를 제공해 줄 수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학생들은 다중 전공, 융합 전공으로 나아가는 경우가 많다. 실제 사례로, 한 학생은 자유전공으로 입학해 처음에는 심리학에 관심을 두었으나, 통계학 수업을 듣고 새로운 흥미를 발견해 복수 전공을 선택했다. 결과적으로 그 학생은 심리학의 인간 이해와 통계학의 데이터 분석 능력을 결합해 졸업 후 빅데이터 분야로 진출할 수 있었다. 또 다른 학생은 공학 계열 수업을 듣다가 인공지능의 윤리 문제에 매료되어 철학과 전공으로 전환했는데, 현재는 기술과 인문학을 잇는 융합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사례들은 자유전공이 학생의 다양한 지식을 통합하고 새로운 길을 설계하는 기회의 장이라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고, 경직된 전공 체제에서는 보기 어려운 창의적인 학문 융합의 결과라 할 수 있다.

자유전공은 학생들에게 다양한 학문을 탐색할 기회를 주는 제도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지만, 동시에 여러 한계와 비판도 존재한다. 우선 가장 큰 문제는 체계적인 진로 지도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실제로 일부 학생은 다양한 수업을 듣고도 뚜렷한 흥미를 찾지 못해 방황하거나, 오히려 결정의 시기를 더 늦추며 혼란을 겪는다. 한 대학에서는 자유전공으로 입학한 학생 중 상당수가 2학년 말까지 전공을 정하지 못해 상담실을 자주 찾는 사례가 보고되기도 했다.

둘째, 취업 시장에서 불리함도 지적된다. 기업들은 여전히 ‘전공 전문성’을 중요하게 평가하는 경우가 많아 자유전공 출신 학생이 단일 전공 학생과 비교하여 전문성이 부족하다고 인식될 가능성이 있다.

셋째, 일부 대학에서 자유전공이 사실상 비인기 학과의 수용 창구로 운영되는 문제도 있다. 입학 정원을 맞추기 위해 자유전공을 확대하면서 정작 학생들에게 제공되는 학문 탐색 프로그램이나 멘토링은 부족한 경우가 많다.

마지막으로, 제도가 가진 취지가 퇴색될 위험도 있다. 자유전공은 원래 학생이 자율적으로 학문을 탐색할 기회를 주려는 목적이지만, 현실에서는 대학의 행정적 편의나 정원 운영 논리에 맞춰 활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자유전공은 학생이 단순히 지식을 습득하는 수준을 넘어, 자기주도적으로 진로를 설계할 수 있도록 돕는 중요한 제도이다. 나아가 학문 간 융합과 창의적 인재 양성이 강조되는 오늘날, 자유전공은 대학이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융합형 인재를 길러내는 데 꼭 필요한 통로로 기능할 수 있다. 또한 불확실한 미래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탐색의 기회’라는 중요한 가치를 제공하는 제도이다.

따라서 자유전공이 진정한 의미를 가지려면, 단순히 입시 제도의 완충 장치가 아니라, 학생 개개인의 학문적 성장을 지원하는 교육 혁신의 장으로 운영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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