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곡은 실제 있었던 사건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그 시절 대전역에는 목포행 완행열차가 정말로 0시 50분에 있었다고 한다. 어느 비 오는 밤, 역무원이 승강장에서 한 연인의 이별 장면을 봤다. 남자는 기차에 올라타고, 여자는 비를 맞으며 떠나가는 열차를 하염없이 바라봤다. 그 모습을 보던 역무원이 그 애절함을 잊지 못하고 가사로 옮겼다. 그가 바로 작사가 최치수님이며, 훗날 아세아레코드 대표가 된 인물이다. 그날의 새벽, 대전역은 한 남녀의 이별을 품으며 한 시대의 명곡을 낳았다.
대전부르스는 대전역을 배경으로 남녀 간 이별의 슬픔과 서러움을 노래한다. 시간이 흘러 환경은 변했지만, 기다리고 보내는 사람의 마음만큼은 변하지 않았다. 시대가 달라졌어도 여전히 대전역은 ‘만남과 이별의 상징’으로 남아 있다.
어느새 2025년의 11월, 또다시 대전역의 풍경이 떠오른다. 살다 보면 만남과 헤어짐이 반복되는 게 인생이다. 하지만 그 반복 속에서도 우리는 언젠가 누구에게나 ‘마지막 역’이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는다.
그 마지막을 안다면 오늘 하루를 소중히 살아갈 이유가 분명해진다. 삶은 한 편의 영화와 같다. 누군가는 경찰청장으로, 누군가는 교장으로, 누군가는 경로당 회장으로 살아간다. 모두 각자의 배역을 맡은 배우들이다. 그러나 영화와 다른 점이 있다면 인생에는 리허설이 없다는 것이다. 연습도, 다시 찍을 기회도 없다. 오직 지금 이 순간이 전부다.
나는 몇 년 동안 충남대병원에서 호스피스 봉사를 하며 수많은 사람들의 마지막을 지켜봤다.
우리는 모두 안 죽을 것처럼 살지만, 언젠가는 내 몸을 내 마음대로 제어할 수 없을 만큼 무장 해제되는 날이 온다. 마지막을 앞둔 이들은 하나같이 말했다. “목욕 한 번 마음껏 해 보고 싶어요.” “조금만 더 걸을 수 있다면 좋겠어요.” “이제야 작은 것들의 소중함을 알겠어요.” 움직일 수 없어 봉사자의 손에 몸을 맡기면서도, 그들은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잊지 않았다. 그리고 “여행을 많이 못 다닌 게 아쉬워요.” “남과 비교하느라 내 삶을 잃었어요.” “감사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았는데, 표현하지 못한 것이 후회스러워요.” 그들의 말은 남은 자들에게 전하는 조용한 메시지다.
우리는 스스로의 삶을 선택해야 한다. 지나온 시간을 후회하지 말고, 오늘부터 새로운 나로 살아가야 한다. 그것이 인생의 진정한 용기다.
벌써 2025년도 저물어 간다. 대전발 0시 50분, 목포행 완행열차처럼 인생의 시간도 쉼 없이 흘러간다. 조용히 떠나가는 그 시간 속에서 나는 내게 묻는다. “나는 오늘을 얼마나 진심으로 살았는가?” 강의 중 수강생들에게 늘 이렇게 말한다. “제가 말씀드릴 때 여러분은 크게 ‘당연하지!’라고 답해주세요. 1.나는 인생이 한 번뿐이라는 걸 알고 있다. 2.내 삶에도 비가 오고, 바람이 불고, 눈이 온다는 걸 알고 있다. 3.내 인생의 좋은 날은 아직 오지 않았다. 4.내 꿈과 내 생각, 내 말대로 될 것이다. 5.여기까지 버텨온 나 자신이 자랑스럽다. 6.감사할 것이 없어도 감사할 거리를 찾겠다.” 그렇게 서로 외치다 보면 어느새 마음이 따뜻해지고, 삶이 조금은 가벼워진다. 그것은 수강생뿐 아니라 바로 나 자신에게 거는 마법이다.
미국의 작가 버니 시겔은 말했다. “하나님의 책상 위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 있다. 네가 불행을 말하고 다닌다면 불행이 어떤 것인지 보여주겠다. 하지만 네가 행복을 말하고 다닌다면 행복이 어떤 것인지 보여주겠다.” 결국 행복도, 불행도 선택의 문제다. 말 한마디, 생각 하나가 내 삶의 방향을 바꾼다. 어려울수록 행복을 선택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
대전부르스는 “잘 있거라, 나는 간다”로 시작하지만, 나는 이렇게 고쳐 부르고 싶다. “잘 있거라, 함께 가자.” 이별의 노래였던 대전발 0시 50분이 이제는 함께 걷는 삶의 노래로 다시 울려 퍼지길 바라며 다시 한번 흥얼거린다. “잘 있거라, 나는 간다…” 아니 “잘 있거라, 함께 가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