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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가슴 떨리는 사연

이상엽 건국대학교 융합인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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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0.11.29 17:00
  • 기자명 By. 충청신문
이상엽 건국대학교 융합인재학과 교수
이상엽 건국대학교 융합인재학과 교수
“감사합니다. 교수님! 이번 공모전을 참여하면서 한동안 잊고 있었던 성장한다는 기분을 다시 맛보았습니다. 왜인지 모르게 벅차오릅니다.”

수업의 일환으로 공모전에 도전하는 과제를 부여한 후에 한 학생이 교수에게 보낸 카톡 내용의 일부다.

코로나19 상황이 안정되지 않아 대학가에서도 두 학기째 비대면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모든 국민들이 힘들고 지쳐있다. 대학사회도 예외가 아니다. 학생들과 만나지 못하니 참 답답하다. 제자들을 한 학기 내내 얼굴도 한 번 못 보고 마치는 게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 두서너 명 단위로 만나 자장면도 먹고 커피도 마실 구상을 했다. 사회적거리 단계가 격상되어 이것마저 무기한 연기했다.

수업 진행면에서는 교수나 학생도 비대면 상황에 점차 적응해 가고 있다. 대면 수업에 따른 비용이 절약되는 측면도 있다. 문제는 학력 격차가 생길 수 있다. 학우들과의 협력활동을 통해 협력 마인드를 함양할 기회가 절대적으로 줄어든다. 도전정신을 키울 기회가 적어지는 단점도 생긴다.

동영상을 탑재하고, 중간중간에 퀴즈를 내는 방법으로는 학습효과를 얻기가 쉽지 않다. 긴장감이 떨어진다. 다행히 Zoom 등을 통한 실시간 수업이 진행됨에 따라 수업의 효과성이 향상되고 있다. 권역별로 대학 간 공유시스템도 작동되고, 교육공학 측면에서 개선도 기대된다.

이번 학기에 협력 마인드와 도전정신을 함양하기 위해 팀을 짜서 공모전에 도전하는 프로젝트를 시도했다. 처음에는 “기존 수업과 같이 그냥 강의나 해주면 좋으련만”이라는 볼멘소리도 간접적으로 들렸다.

충북대 국제개발연구소(교육부 지정 중점연구소)와 한국비교정부학회가 주최하는 대학(원)생 대상 ‘적정기술 활용 아이디어’ 공모전에 도전하도록 했다. 한국이 가지고 있는 우수한 지식재산권이나 적정기술을 사회적경제와 접목시켜 ODA(공적개발원조) 사업에서 활용할 수 있는 제안서를 제출하는 프로젝트이다. 특허청에서는 보호기간이 만료·소멸되는 특허를 KIPRIS 특허정보 검색서비스를 통해 공개한다. 매년 10만여 건의 특허가 쏟아져 나온다. 우리나라에서는 의미가 떨어지더라도 개발도상국에서는 유용한 기술들이 많다. 젊은 학생들의 창의성과 따뜻한 마음이 결합되어 제안서를 제출해야 한다.

팀원들끼리 밤 10시부터 화상으로 토론을 하다 보면 새벽까지 이어졌다는 팀도 있다. “평소 다루지 않던 분야를 하는 거라 준비하는데 시간은 좀 더 걸렸지만 다 같이 협력하니까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덕분에 좋은 학우들과 많이 친해지고 저 스스로도 여러 방면으로 정말 많이 배워서 너무 뿌듯해요~!”라는 카톡들이 왔다. 교육이란 ‘내부의 자연적 성장의 힘과 외부 영향력과의 합력(合力)에 의하여 성립되는 인간형성의 작용’을 의미하는데, 학생들 스스로 이걸 깨닫게 된 것이다.

궁금한 점은 언제든지 질문하라고 했다. 60대 교수와 20대 학생들의 수면 패턴이 다르다 보니 새벽 2시에도, 휴일에도 카톡이 울린다. “교수님께 개인 카톡을 받은 것은 재학하면서 처음이라 감사하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합니다”라는 후일담 카톡도 왔다. 대학생들이 교수와 개인적으로 교신할 수 있는 개방된 대화 채널이 활성화되어야 한다. 학생들에게 비친 교수상이 ’엄숙하고‘, “가까이 가기엔 너무 먼 당신’이 되어서는 안 된다. 히브리어로 '인간'이란 '질문하는 존재'라는 뜻이다. 다양한 질문들이 공평하게 제기될 수 있어야 한다.

대학 입학자원이 줄어들다 보니 대부분 대학들에서 신입생 충원율과 대학생 충원율에 비상이 걸리고 있다. 특히 재학생 충원율 확보가 더 큰 문제다. 전에는 교수와의 그동안 관계를 절연하기가 어려워 타 대학으로의 편입을 주저했지만, 요즘엔 전화 한 통 없이 학교를 떠난다. 왜 이 대학에서 공부해야 하는지, 이 교수 밑에서 배워서 자신에게 뭐가 돌아오는지를 학생들이 냉정하게 판단하고 즉각적으로 행동한다. 학생들이 얻고자 하는 걸 대학과 교수가 제공해야 한다.

협력하고 도전하게 하면서 성장하고 있는 자신을 스스로 발견하도록 해줘야 한다. ‘교육(敎育)’에서 ‘敎(가르칠 교)’도 중요하지만 ‘育(자랄 육)’도 강조되어야 한다. 교육을 받는 자리에 있는 사람이 가지고 있는 ‘성장하는 힘’과 ‘발육하는 힘’을 전제로 하여, 그 자발성과 창조성을 자극해서 자립을 키워주도록 해야 한다. 영어의 education과 프랑스어의 éducation은 라틴어 educare에서 유래한 것으로, ‘e’의 ‘밖으로’와 ‘ducare’의 ‘끌어낸다’가 합쳐진 합성어이다. 학생이 가지고 있는 잠재력을 끌어내주고, 스스로 세상에 존재가치가 있다는 점을 자각해줘야 한다.

”왜인지 모르게 벅차오릅니다.”라는 학생의 카톡을 받고 나니 나도 “가슴이 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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